손흥민·방탄 병역문제 논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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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9-05 00:02:14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병역면제 혜택은 온당 한가” “왜 병역면제 대상에 클래식은 포함되고 대중음악은 배제될까” “병역면제 사유인 ‘국위선양’이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지난 2일 폐막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우리사회에 ‘병역특례’ 문제가 화두다. 형평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병역면제’를 위해 편법을 동원한 한국야구대표팀에 대한 비난여론이 더해지면서 병역특례 제도 자체를 손 봐야 한다는 지적이 언론과 네티즌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기찬수 병무청장이 체육·예술 분야 병역특례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국민들의 분노와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한국 남성에게 군대란, 구타와 추위 속에서 2~3년의 긴 청춘을 보내야 했던 곳,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곳, 제대 후에도 몇 번씩 다시 입대하는 악몽에 시달리게 만든 곳이다. 병역비리가 모든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이유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병역특례 제도에 대해서는 온정적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7월 12일 ‘운동선수 병역특례 범위 확대’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 결과 '찬성' 47.6%, '반대' 43.9%로 팽팽했다.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절반 가까이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의 병역면제에 대해 인정(人情)을 보이는 이유를 단지 ‘온정주의’로만 해석하기엔 석연치 않다.

소위 ‘지도층’의 돈과 권력을 이용한 병역비리가 잦다보니 “그래도 너는 금메달을 땄으니까, 땀 흘려 1등은 했으니까”하는 마음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오랜만에 불거져 나온 병역특례 문제인 만큼,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우리의 문제의식은 예전과 달라야 한다.

올해 초 우리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돼 일부 우리 선수들의 출전기회가 사라지자, ‘공정한 기회 박탈’에 대한 분노가 일었고, 철옹성 같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과정을 지켜봤다.

‘스포츠 정신’을 외치다가도 뒤에선 금메달은 군 면제, 은메달은 군 입대로 갈라지는 ‘모순’, 클래식하고 엘리트한 국위선양만 인정받는 ‘차별’, 경제규모 세계 11위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2018년에도 국위선양 강조하는 ‘획일성’은 단지 병력특례 조항 몇 곳을 손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형평성과 공정성이 확고하지 않고, 모순과 차별, 획일적인 요소들이 건재한 이상 병역특례 문제는 끊임없이 많은 이들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줄 것이다. 손흥민과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돈과 권력을 이용한 병역비리는 계속되고 있다.

설령 ‘방탄소년단’이 국위를 선양한 공로로 군 면제를 받는다 해도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손흥민과 방탄소년단의 병역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나라 젊은이라면 누구나 정해진 룰에 따라 공평하고 공정하게 군 입대와 군 면제가 결정되는 사회 만들기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