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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효율 혹은 생산성은 기업이나 개인 등 경제주체들에게 중요한 영항을 미친다. 요즘과 같이 기업이나 인재가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환경 하에서는 국가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 경쟁력은 국가를 운영하는 자들의 전문성 내지 일관성에 의해 좌우된다.
이 두 개의 요소는 괴리된 것이 아니고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한동안 이 부문에서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선 시기도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현저하게 뒤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상태로 국가가 계속 굴러갈 경우 치명적인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다. 기업이나 인재가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 파이가 창출되지 않음으로 인해 국가의 존립 기반마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마치 우리가 가장 잘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는 ‘갈라파고스의 함정’바로 그 자체다. 우물 안에만 갇혀 있는 개구리가 아니라 급기야는 끓는 냄비 속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가 되어 사는 지 혹은 죽는 지에 대해 분간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전문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이나 정부가 바뀌면 새로운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는 잠깐에 불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실망감으로 돌아온다. 이렇다 보니 정치나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갈수록 고갈되고 냉소적으로 바뀌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정권이 탄생하면 캠프, 코드, 소속 당 인사들이 논공행상의 현태로 주요 자리를 독차지 한다. 이념이나 노선을 같이하는 폴리페서나 시민단체 인사들이 연일 판을 친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상당수의 고위 공무원들은 정치판과 야합하면서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전문성이나 국가 백년대계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가당치도 않고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이에 대해 제동을 걸만한 수단이나 대책이 없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득세를 하고 늘공(늘 공무원)은 뒷전을 밀려나기 십상이며 결국은 뒷짐만 지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이런 쳇바퀴 현상이 고착화되다 보니 국가의 경쟁력이 뒷걸음질을 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볼썽사나운 꼴이 결코 연출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어 주요 보직에 임명되는 인사들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한다. 그렇다보니 기용과 관련한 가장 엄격한 조건은 전문성과 도덕성이다. 단순히 학자나 언론인 등과 같은 인사들이 전면이 포진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실무 능력을 겸비한 인사들이 중용된다.
한편으론 어공과 늘공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상시적으로 작동한다. 한 분야에 오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늘공들이 어공들의 섣부른 정치적 공세에 절대 휘둘리지 않는다. 늘공이 어공의 무소불위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우리와는 현저하게 다르다. 보직을 이리저리 수시로 옮겨 다니면서 보직에 대한 전문성이나 책임감이 결여된 우리 늘공 조직의 행태도 또 다른 원인 제공자라고 할 수도 있다.
정치 행태는 다르지만 우리와 비슷한 정부 조직을 갖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배울 점이 많다. 늘공은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어공이 이들의 콧대를 결코 흔들 수가 없다.
구심력은 실종되고 원심력만 작동, 국가는 결국 고장 난 자동차가 되고 만다.
또 하나 우리 국가 운영에 있어서 치명적인 결함은 일관성 부재이다. 이는 전문성보다 폐해가 훨씬 더 심각하며, 국가를 비효율적이면서 비생산적으로 몰고 가는 주범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는 경우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같은 정권 하에서 정부만 바뀌더라도 손바닥 뒤집듯이 과감하게 뒤집어 버린다.
그렇다보니 모든 것은 단절되고, 새롭게 시작되는 것도 그 생명력이 수년을 넘기지 못한다. 이를 노리기나 하듯 이해타산에 밝은 좀비들은 끼리끼리 이합집산을 하고 국가의 곳간을 축내기 위해 안달을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든지 규제 철폐를 통한 혁신 성장을 한다는 둥을 앵무새처럼 떠들고 있지만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되지 않는 것만 더 늘어난다. 현 정부는 지속적으로 재정 팽창 정책을 쓰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향후 5년간 세수(稅收)가 60조나 더 걷힌다고 하니 마치 신이 나있는 듯하다.
정부가 돈을 써야할 곳은 당연히 써야 한다. 하지만 서민 살림은 빠듯한데 세금만 늘려서 정부 곳간만 넘쳐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하물며 정책의 일관성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 또 다시 뒤집어질 소모적인 부분에 뭉칫돈을 투입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나 공직의 자리에 있으면서 국가 예산을 만지는 사람들에게 도덕성은 차치하고라도 전문성과 일관성은 충족되어야 할 필요조건들이다. 선진국에서는 본인이 이러한 경험이나 자질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의례히 자리를 고사한다. 경제력이나 민주화 수준이 우리보다 떨어진다고 평가되는 나라들에서도 볼 수 없는 작태들이 우리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아예 연례행사처럼 이를 받아들이고 한숨만 쉬면서 속수무책으로 지켜본다.
특히 이런 비전문적인 인사들이 해외에 나가 다른 나라 파트너와 미팅을 하거나 협상을 하는 행태를 보고선 속이 뒤집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국민은 일류이고, 기업은 이류이며, 정치와 정부는 삼류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린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구심력이 생겨날 수 없고 원심력만 발동한다.
소신 있는 엘리트 공무원들은 관직을 떠난다. 기업은 더 좋은 환경의 해외에 나가 둥지를 튼다. 국내에 좋은 일자리가 없다 보니 인재들도 국외로 빠져 나간다. 정치나 공직사회의 전문성 혹은 일관성 부재만큼 큰 적폐는 없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관행이 가장 우선적으로 뿌리째 뽑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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