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단지성 마비 되풀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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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집단지성 마비 되풀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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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9-12 00:01:20

-집값은 떨어져야하는데 내 집은 올라야 하고,

-강남을 잡아야하는데 강남 집 사야하고,

-비정규직이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데 내 자식은 정규직이어야 하고,

-중소기업을 키워야 하는데 나는 대기업에 다녀야 하고,

-최저임금은 오르면 안 되는데 내 임금은 올라야하고.

-공적의식과 사적이해가 충돌하는 대한민국

최근 ‘스미스 김’이란 닉네임으로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 화제다.

이 글은 공적(公的)의식과 사적(私的)이해가 충돌하는 지점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2018년 대한민국 소시민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갑질행위가 만연하고 계층 양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살아가자니 공적의식과 사적이해가 충돌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집 마련’ ‘빠듯한 생활비’ ‘구직전선’에 내몰린 우리의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에게 공적의식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공적의식 보다 사적이해가 우선되는 프레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영희는 결혼 20년 만에 알뜰살뜰 저축한 돈으로 1년 전 2억 원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다. 부동산 시세에 둔감했던 영희는 요즘 지역 아파트 시세확인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파트 시세차익으로 몇 억을 벌어들인 친구를 보면서 ‘나만 바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2억5000만원 밑으로 절대 팔지 말자’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담합대오에도 몇 달 전 합류했다. 2억3000만원에 거래를 중개한 부동산중개소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는 영희의 모습은 이젠 낯설지 않다.

강북에 사는 철수는 얼마 전부터 ‘강남불패’의 신봉자가 됐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면서 떨어질 줄 알았던 강남 집값이 오히려 오르는 것을 1년 동안 지켜봤기 때문이다. 몇 달 전부터 강남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이미 은행 대출은 까다로워 졌고, 하루가 다르게 뛰는 강남 집값을 감당하기엔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강남진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강남은 불패한다는 믿음은 여전하다.

길동이는 대학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백수 신세다. 입사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공기업은 지원하는 족족 떨어졌다. 그렇다고 친척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갈 생각은 없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월급 차이는 3배, 소셜포지션은 10배 격차인 우리사회의 구조를 그는 잘 알고 있다.

공적의식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선 사적이해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서민들의 소득과 생계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10여 년 전 우리는 사적이해가 공적의식을 제압한 결과가 얼마나 처참했는지 경험하고 목도했다. ‘아파트’로 한 몫 잡아보겠다’며 광풍처럼 몰아친 부동산 투기는 국민들의 집단지성 마비 사태를 불러왔다.

그 사이 은행들은 줄 도산했고, 국민들은 빚더미에 앉은 채 가정은 파탄나고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외국투기자본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우리 경제의 뿌리마저 갉아먹었고, 우리는 회생의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다.

사적이해의 맹위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지금의 다른점은 우리 국민들이 아직도 공적의식과의 충돌 지점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사적이해의 공간으로 내몰리고 있을 뿐이다. 국민들은 아직도 아파트 투기억제와 분양원가 공개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묻지마 투자’ 광풍이 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 국민들의 집단지성은 건재하다.

‘집값은 떨어져야하는데 내 집은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비정규직이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데 내 자식은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부모의 바람은 인지상정이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초래한 그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야한다. 더 이상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사적이해가 득실대는 곳으로 내몰아선 안된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