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상조 정책기조 찬물 끼얹은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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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9-17 00:06:00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는 바로 ‘경제민주화’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이 단어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빈부격차를 보다 평등하게 조정하자는 취지의 용어다. 기존에도 있던 개념이지만 노출 빈도가 적어 널리 알려지지 못하다가 문재인정부가 핵심 경제정책 과제로 내세우면서 누구나 아는 용어로 탈바꿈했다.

문재인정부가 표방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부의 과도한 쏠림 방지와 균등한 분배다. 그 중심에는 재벌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해 재벌 기업의 과도한 시장지배 현상을 견제하는 방식으로 부를 분산시키겠다는 취지다. 현 정부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에 따른 자유시장경제 체제 붕괴, 대기업의 경영활동 위축 등 심각한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 취지를 그대로 밀고나가고 있다.

물론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재벌기업 오너의 과도한 사익추구 행위와 시장경쟁 체제에 어긋난 부의 집중 현상 등에 대한 견제 효과가 그것이다. 특히 재벌기업 전·현직 임직원 혹은 단체 등에 대한 특혜성 전관예우 행태를 견제하는 데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정부는 전관예우가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한다고 보고 관련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국민기업 포스코가 보인 행태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사실상 포스코가 두 사람을 기만했다고 보는 쪽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동안 과도한 전관예우로 여론의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아 온 포스코는 겉으로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였지만 뒤로는 정반대의 행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의 중심에는 포스코 전관예우의 상징으로 불려 온 ‘포스코 동우회’와 이들이 대주주로 있었던 ‘포스메이트’가 자리하고 있다.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들의 단체인 포스코 동우회는 불과 지난해까지 포스메이트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건물관리업, 부동산임대업, 골프장운영 등을 영위하는 포스메이트의 매출액 대부분이 포스코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포스코의 남다른 내 식구 챙기기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일면서 재벌기업의 과도한 전관예우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자 포스코는 포스메이트 지분 정리에 나섰다. 포스코동우회 소유 포스메이트 주식을 소각하는 방식으로 완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로써 포스코는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게 됐다. 더 이상 포스메이트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내 식구를 챙긴다는 비판도 들을 필요가 없어지게 된 셈이다.

하지만 포스코가 이러한 조치를 단행하기 직전에 한 일련의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포스코는 포스메이트의 주식을 소각하는 댓가로 포스코 동우회에 기존 소유하고 있던 서초구 반포동 소재 빌딩의 일부 지분을 넘겼다. 소각 주식의 가치는 약 481억원, 포스코 동우회가 획득한 빌딩 지분의 가치는 약 395억원이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포스코 동우회는 강남 지역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의 일부 지분과 약 1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포스메이트가 매출 대부분을 포스코에 의지하며 덩치를 키워왔다는 점에서 포스코가 마지막까지 전·현직 임직원에게 엄청난 배려를 베풀었다는 사실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앞으로 포스코 동우회가 해당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꼬박꼬박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떠한 견제나 감시를 받지 않는 고정 수입원을 마련해 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미 완료된 거래를 되돌리기엔 늦었지만 포스코의 결정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전관예우 논란에 끊이지 않은 포스코였기에 공익재단 기부를 통한 사회 환원 등 좀 더 나은 결정 대신 끝까지 내 식구 챙기기에 골몰한 점이 그렇다. 경제민주화의 부작용 우려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기존의 방침을 밀고 나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위원장으로서는 허탈함이 누구보다 클 것으로 판단된다. 두 사람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실망감과 무력감을 떨쳐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 때문이라도 포스코는 앞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 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슷한 일이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채찍질해야 한다. 전직 포스코 출신이 세운 협력업체, 협력업체에 몸담은 전직 포스코 인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선별작업은 그 첫 걸음이 되기에 충분하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