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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주이자 2017년 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부자의 대명사로 불렸던 빌 게이츠는 지난 2008년 MS 회장직에서 은퇴한 이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사업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활동중이다.
전 세계의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 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민간 자선재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빌 게이츠가 부인 멜린다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빌 게이츠는 막대한 규모의 재단 재정을 통해 전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분단위로 쪼갠 스케줄, 하지만 저녁시간엔 ‘여유’ 즐겨
빌 게이츠가 5분 단위로 쪼개진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자동차와 우주선을 개발하기 위해 이 세상 누구보다도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일론 머스크(Elon Musk) 역시 스케줄이 5분 단위로 나눠져 있다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연방준비제도 위원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15분 단위로 만들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이들에게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느긋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는 빌 게이츠도 저녁이면 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다. 2014년 Reddit AMA(Ask Me Anythin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당신이 즐겨 하는 것 중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매일 저녁에 설거지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설거지 하려고 하지만, 나는 내 방식이 마음에 들거든요”
2014년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역시 똑같은 말을 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는 “나는 매일 저녁 설거지를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그건 분명 내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섹시한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세계의 부자 1,2위로 꼽히는 두 CEO 제프 베조스와 빌 게이츠가 저녁 설거지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그저 우연인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의 주장처럼, 무심히 마음을 비우고 하는 단순한 노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창의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두 사람이 몸소 증명해 보이고 있는 듯하다.
설거지 뿐 아니라 빌 게이츠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하는 일은 독서다. 그는 ‘시애틀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독서습관을 소개했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한 시간 정도는 꼭 책을 읽는다”고 말하면서, 그에게 독서는 “잠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빌 게이츠는 소문난 독서광이다. 그의 개인 블로그 ‘게이츠노츠(gatenotes)’에서 빌 게이츠는 자신의 ‘책 사랑’을 소개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해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여름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밝히고 있다. 또 동네 도서관에서 늘 도서대출한도를 꽉 채우는 바람에 빌린 책을 반납하고 나서야 새로 책을 빌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블로그에 책 섹션을 따로 둬 서평을 쓰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추천도서를 정기적으로 올려놓기도 한다. 빌 게이츠는 “독서야말로 어떤 흥미로운 사람이나 멋진 장소보다도 호기심과 탐구심을 충족시켜 주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독서광’ 빌 게이츠, 마음에 든 책 5권 선정해 추천
그렇다면 세계적인 부호이자 가장 큰 자선 재단의 회장인 빌 게이츠는 어떤 책들을 읽을까. 그리고 그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던 책은 어떤 책일까. 지난해 12월 그는 한 해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책 5권을 선정해 추천 리스트에 올렸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The Best We Could Do, Thi Bui 저) : 1978년 베트남을 탈출한 저자가 겪은 슬픈 가족의 역사를 그렸다. 저자는 “다른 나라의 점령군에 의해 갈라진 나라”에서 자란 자신의 부모 세대의 아픈 과거를 조명한다.
△‘쫓겨난 사람들 : 미국 도시의 빈곤과 이득’(Evicted: Poverty and Profit in the American City, Matthew Desmond 저) : 빈곤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어떻게 뒤얽혀 있는지 밀워키를 사례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 내 빈곤문제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계가 고통 받는 두 가지 문제, 즉 질병과 빈곤에 큰 관심과 지원을 보내는 빌 게이츠는 “이 책이야말로 자신이 읽은 어느 책보다도 미국에서의 빈곤문제를 가장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추천했다.
△‘나를 믿어요 : 사랑과 죽음, 재즈 치킨스에 관한 추억’(A Memoir of Love, Death, and Jazz Chickens, Eddie Izzard 저) : 영국의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에디 이자드의 자서전이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부터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어려운 과정을 에디 이자드만의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웃음을 터뜨렸다”고 소개했다.
△‘동조자’(The Sympathizer, Viet Thanh Nguyen 저) : 베트남 전쟁에 관한 대부분의 책들은 미국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에 반해 이 책은 베트남 사람이 겪어야 했던 경험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암울하지만 ‘이중첩자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고 빌 게이츠는 소개한다. 2016년 퓰리처상 픽션부문 수상작이다.
△‘에너지와 문명 : 그 역사’(Energy and Civilization: A History, Vaclav Smil 저) : 빌 게이츠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저자 스밀이 보여주는 에너지의 변화를 통해 본 인류 문명사다. 당나귀의 힘을 이용했던 옛날부터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찾으려 애쓰고 있는 오늘날까지 다루고 있다. 에너지 혁신이 어떻게 문명의 길을 바꿔왔는지를 따라 읽고 나면, 독자는 “더 똑똑해지고 더 유식해진 느낌이 들것”이라고 빌 게이츠는 말한다.
그 밖에도 빌 게이츠는 올해 그의 블로그를 통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Walter Isaacson 저), ‘기원 이야기 : 모든 것에 관한 큰 역사’(Origin Story: A Big History of Everything, David Christian 저), ‘삶과 환생 사이의 링컨’(Lincoln in the Bardo, George Saunders 저) 등을 추천하고 있다. 예술가, 정치인, 죽음, 세계의 기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서삼매에 빠져 있는 빌 게이츠가 연말에는 또 어떤 책들을 선별해서 올해의 책으로 소개할지 기대된다.
[박선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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