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정신팔린 망신주기 국감 근절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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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12 10:31:17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20일간의 국정감사 대장정이 시작됐다. 전국민의 관심은 국정감사 현장과 결과에 몰려있다. 그간 우리사회에 병폐로 자리 잡고 있던 부분을 도려낼 좋은 계기가 되며 숨겨진 비리 등을 수면 위로 드러나서다. 요직에 자리하고 있는 국가 기관장들과 대기업 총수 등이 호된 질책을 당하는 모습을 관전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다만 ‘이슈 메이킹’에 급급해 결론을 미리 지어놓고 끼워 맞추는 식의 질의응답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찌푸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얼마 전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그 예다. 국회의원들은 증인으로 참석한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질의를 진행했다. 그간 논란이 됐던 아시안게임 야구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질의 과정에서 나타난 무지함과 억지스러움은 야구팬을 비롯한 국민들의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감사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특정 선수들의 지난해 타율·출루 등의 성적을 비교하며 누굴 뽑을 것이냐고 물었고 2억원의 연봉을 수령하며 제대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선 감독을 나무랐다. 국정감사 현장을 지켜본 야구팬들은 의혹을 해소하는 대신 답답함만 키웠다는 목소리를 냈다.

선수 선발 논란의 핵심이 된 오지환 선수의 포지션은 유격수다. 유격수의 가치를 타율과 출루율 등으로만 매기지 않는다는 것은 야구팬의 상식이다. 연봉과 출근 문제는 선수 선발 논란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물론 국회의원이 야구전문가는 아니니 엉뚱한 질문을 던질 수는 있다. 여기까진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수준 낮은 질문을 던지며 호통을 치는 장면까지 이해할 국민은 없다. 게다가 정작 해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호통 친 목소리는 핵심을 빗겨가 비핵심에서 요동쳤다. 언뜻 보기에도 진실규명보다 망신주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하던 국민들은 실망감에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책 받는 증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회의원의 권위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권위를 만들어준 건 다름 아닌 국민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이름값’을 높이고 이슈를 만들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국정감사에 임해선 안 된다.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고 의혹을 해결하며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감사에 임해야 한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상임위원회별로 법정된 기관에 대해 실시하는 감사를 말한다. 특정인을 망신주거나 자신의 이름값을 올리는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국정감사의 본래 의미를 잘 되새기며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 2의 ‘선동열 국감사태’가 발생하며 국회가 망신당할 필요는 없지않나.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