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인 260만명 경제고난 피해 자국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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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등 이웃나라, 불법이민자 ‘골치’…IMF, 올해 인플레이션 1백만% 예상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17 00:03:15

▲ 지난 8월 25일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페루 툼베스의 국경검문소 이민담당 사무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웃 나라로 탈출하려는 이민자들이 대거 발생함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위기가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인접 국가들에 심각한 여파를 미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2015년 이후 190만 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나라를 탈출했으며 이전의 통계와 합하면 총 26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석유자원이 풍부한 나라로 알려진 그들의 조국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일 수 천 명의 사람들이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고난으로부터 탈출하고 있다.

탈출한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대부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남미의 인접국가로 들어갔으며, 한때 이들을 받아들였던 이웃 나라들은 최근 입국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경찰은 단속을 강화해 불법이민자들을 억류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 콜롬비아의 카를로스 트루히요 외교부 장관은 “베네수엘라에서 유입되는 이민자가 2021년까지 4백만에 이를 것이며, 그로 인해 국고가 부담할 비용이 90억 달러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우리나라(콜롬비아) 역사상 최대의 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 역시 베네수엘라로부터 몰려오는 이민자들을 관리하고 특히 환자나 임산부를 돌보는데 필요한 재정을 할당하는 등 새롭게 대두된 국가적 당면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에콰도르와 페루에서는 일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베네수엘라 난민들 때문에 임금이 낮아지고, 범죄자들이 난민들 사이에 숨어버리는 바람에 이민자들에 대한 자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콜롬비아 등 이웃 나라로 국경을 넘은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취재한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중 단돈 몇 달러라도 수중에 쥐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지난 8월 베네수엘라에서 한 남성이 잦은 정전으로 상한 고기를 싼 가격에 팔고 있는 정육점에서 고기의 부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냄새를 맡고 있다. [사진=AP/뉴시스]

NBC는 제과점에서 월급 2달러를 받고 일하던 다리오 릴(30)의 사례를 취재했는데, 그는 국경을 넘기 위해 월급의 3배를 밀수꾼들에게 지불하고 남은 돈 3달러만을 쥐고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까지 500km를 걸었다.

불법 이민자들은 쉽사리 범죄조직의 표적이 돼 매춘, 마약 밀매 등의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NBC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콜롬비아 수사관들은 콜롬비아 북부의 항구도시 카르타헤나에서 베네수엘라 불법이민자 23명이 지하실에 머물며 매춘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올해 연간 인플레이션이 1백만%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폐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면서 휴지 한 롤을 사기 위해 몇 다발의 지폐를 지불해야 할 정도다. 또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베네수엘라 국민의 체중이 평균 10kg 이상 줄었고, 국민의 90퍼센트가 빈곤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네수엘라의 빈곤층만 나라를 탈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상류층의 54%와 저소득층의 43%가 이민을 원한다고 답했다.

BBC뉴스는 16일(현지시간) 극도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식료품과 생필품 부족, 그리고 빈번한 정전 사태로 고통 받는 베네수엘라 술리아(Zulia)주의 주민들을 취재해 보도했다.

이날 방송에선 하루에도 10번씩 정전이 돼 물건이 상해서 장사를 못하는 상인, 찜통 같은 더위에 에어컨도 틀지 못하고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는 주민, 파리가 날리는 썩은 소고기를 사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도됐다.

병원에도 물자가 부족해 유방암 수술을 받으려면 환자가 수술용 장갑과 주사바늘, 약 등을 준비해야하는 베네수엘라 일반 국민들의 삶은 비참한 상황이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