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반대’ 영국 70만명 런던서 대규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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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탈퇴 무효·재투표 실시 요구…국민투표 결과 번복 어려울 듯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23 18:35:07

▲사디크 칸 런던 시장(가운데)이 20일 런던에서 시민들과 함께 브렉시트에 대한 새로운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시위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시위에 약 70만 명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AP/뉴시스]

브렉시트(Brexit)에 반대하는 영국 국민들이 런던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더 피플스 보트(The People's Vote)’ 캠페인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약 70만 명의 젊은이들은 런던의 도심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지난 2016년 국민투표로 결의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itain과 Exit의 합성어)를 무효로 하고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 중에는 “나는 16세이다. 나의 미래를 돌려 달라” “투표하기엔 어리지만, 관심을 갖기엔 어리지 않아요” 등의 피켓을 든 젊은이들이 많았다. “내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재투표를 원한다”는 중년들도 있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모인 시위대의 규모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반대를 위한 시위 이래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회다. 현장에서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가디언의 팀 애덤스 기자는 20일자(현지시간) 기사에서 참가자들은 대부분 난생 처음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인 한 여성은 어머니와 두 딸과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에서 올라왔다. 얼마 전 정신의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17.5 파운드의 버스요금이 부담이 됐지만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그동안 평화와 상대적인 번영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깨닫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이제 그것을 실감하게 될 것 같아서 정말 두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는 “현재 19살이어서 지난번 투표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 후 속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런던 남부의 농촌지역에서 온 그의 친구 중에는 투표 당시 탈퇴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그 이후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인정했다고 그는 전했다.

어떤 참가자는 “이것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내 손자손녀들에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영국인들이 브렉시트에 반대해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지만 브렉시트 결정이 번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런던의 중심가 파크 래인에 집결해 있는 시위 군중들 [사진=BBC News]

영국은 2016년 6월 23일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찬성 51.9%로 EU 탈퇴를 결정했다. 당시 유럽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난민의 유입 등 EU회원국으로서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것이다. 불법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불만도 작용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EU를 탈퇴할 경우 영국 경제가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영국인들은 당장 감당해야할 부담의 무게를 크게 느꼈다. 하지만 막상 투표결과가 탈퇴 쪽으로 결정되자 EU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불안한 미래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WhatHaveWeDone)’, ‘내 이름은 빼줘(#NotInMyName)’ 같은 해시태그가 유행한 것을 두고 브렉시트에 대한 일부 영국민의 이해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투표가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공식적인 영국의 EU 탈퇴 날짜는 내년 3월 29일이다. 영국과 EU는 탈퇴 협정을 놓고 그동안 협상을 벌여 왔으나 현재까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7월에 내놓은 ‘체커스 플랜’은 사람의 이동은 막은 채 상품 교역만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EU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런던의 일간지 이브닝 스탠다드는 21일자(현지시간) 기사를 통해 “테레사 메이 총리가 하원에서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현재 (EU)탈퇴 협정과 그 의정서의 95%가 결정되었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이후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를 EU 시장에 속하는 아일랜드와 단일 시장에 두라’는 EU의 요구에 대해 그것은 영국의 영토가 분열되는 일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이브닝 스탠다드는 전했다.

EU 탈퇴 기일을 5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영국 정부가 어떻게 EU와 협의안을 마련할 것인지, 그리고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민의 저항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