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로 변장한 대역, 터키 CCTV에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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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으로 살해됐다는 사우디 정부의 해명에 의혹 키워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24 12:06:58

▲살해된 사우디의 반체제 저널리스트 자말 카슈끄지(좌)와 터키의 한 CCTV에 포착된 카슈끄지 대역인물 [사진=CNN 뉴스화면 캡처]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망한 미국 워싱턴포스트 컬럼니스트이며 사우디의 반체제 저널리스트 자말 카슈끄지의 죽음에 단서를 제공할 CCTV 화면이 공개됐다.

CNN은 23일(현지시간) 터키에서 입수한 CCTV를 공개했는데 화면에는 카슈끄지의 모습으로 변장한 사람이 보였다. 그는 카슈끄지와 비슷한 체형에 카슈끄지의 옷을 입고 얼굴에는 가짜 수염을 달았다. 대역은 카슈끄지가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지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영사관 뒷문으로 나갔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는 실종된 카슈끄지가 10월 2일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우디 정부요원들과 싸움 끝에 우발적으로 살해됐다고 처음으로 해명했다.

사우디의 아델 알 주베이어 외무장관은 폭스뉴스에 이 행위가 ‘살인을 저지른 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벗어나 저지른 엄청난 실수’라고 말했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관련설을 부인했다.

사우디 정부는 처음에는 카슈끄지의 사망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가 전혀 다치지 않고 영사관을 나섰다고 주장했다가 사망 사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터키의 CCTV 화면은 사우디 정부의 해명에 의혹을 키우는 자료가 됐다.

CNN이 보도한 CCTV 화면에는 사우디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무스타파 알 마다니로 보이는 사람이 카슈끄지의 옷을 입고 있다. 그는 가짜 수염을 달고, 안경을 쓰고 있지만 신발은 카슈끄지의 구두와 달리 흰색 밑창이 있는 신발을 신고 있는데 그것은 그가 그날 영사관에 들어갈 때 신었던 것이다. 그의 옆에는 후드 티를 입은 남자가 비닐 봉지를 들고 같이 가는 모습이 보인다.

▲카슈끄지와 대역은 옷, 수염, 안경은 일치하지만 신발과 머리모양이 다르다. [사진=CNN 뉴스화면 캡처]

CNN은 “마다니가 카슈코지의 옷을 입었을 때는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 있었을 것이다”고 터키의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터키 관리들이 CNN에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카슈끄지로 변장한 마다니와 공범은 이스탄불의 술탄 아멧 거리에 있는 블루 모스크로 갔다. 그들은 화장실에 들어갔고, 나올 때는 마다니가 본래 입었던 자신의 옷을 입고 가짜 수염을 뗀 모습이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버렸는데, 그 속에는 카슈끄지의 옷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짐작한다고 터키 관리들은 말했다.

터키의 한 신문은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의 수행단 중 일원이 카슈끄지가 살해되던 날 사우디 영사관에서 MBS 사무실로 네 차례나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보도하여, MBS가 카슈끄지의 사망에 관해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따라서 카슈끄지의 사망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엄청난 실수라고 주장하는 사우디 정부의 해명은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유족을 방문하여 조의를 표함으로써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지만 국제적으로 쏟아지는 의혹과 비난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BBC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카슈끄지의 암살이 “가공할만한 끔찍한 일”이라고 말하고 이 사건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한 독일은 사우디에 무기를 팔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역시 수 십 억 달러에 달하는 방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사우디에 압박을 가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카슈끄지 살해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카슈끄지의 시신이 어디에 있으며 누가 이 작전을 지시했는지 밝히라고 사우디 측에 촉구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사우디 정부가 발표한대로 카슈끄지의 살해가 “빗나간 계획”이었던 것으로 믿는다고 말함으로써 사우디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 비판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역이 등장하는 CCTV의 공개 등으로 사우디 측의 계획된 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태도를 “사상 최악의 은폐”라고 지적하면서 누구든 이 음모를 꾸민 자는 “큰 곤욕을 치뤄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선옥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