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지역경제 기반, 다시 살릴 수는 없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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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개성과 특색은 없고 정치 논리가 우선하는 천편일률로는 더 무너진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8-10-28 20:32:17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위협적인 시한폭탄은 지역 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나아지기보다는 나빠질 기미가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높다.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혹은 농촌 지역의 인구감소와 이에 따른 쇠퇴와 피폐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산업화 시대에 지역 경제를 지탱해주던 제조업마저 경쟁력의 후퇴로 서서히 기반이 무너지고 있어 들어오는 기업보다 나가거나 사라지는 기업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후좌우, 자초지종을 보면 우리 지역경제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생사기로의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각 지역의 현실을 보면 이러한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형식은 난무하는데 내용이 없고, 임기응변만 있고 실사구시는 없다. 정치는 있으나 경제는 실종되고, 좀비들만 기승을 부리면서 답이 없이 보이기까지 한다.

지역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대개 세 가지 정도의 방향성이 있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추어 산업 기반을 새롭게 변모시켜야 한다. 전통 주력산업의 붕괴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시티, AI, 친환경, 빅 데이터, 메이커 스페이스, 블록체인 혹은 핀테크, 바이오, 의료 등 지역 특성에 맞는 테마를 설정하여 도시를 재생시킬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이런 위기에 처했던 선진국 도시들이 성공적으로 도시를 재생시킨 사례들이 즐비하다.

둘은 고용과 성장의 희망이라고 하는 관광산업을 육성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특한 관광 테마를 찾아서 상품화해야 되고,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관련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날로그적 사고에 디지털 방식을 접목시키는 혜안이 필요하다.

셋은 지역 간의 융합이다. 우리의 지방은 천편일률적이면서 지나치게 괴리되어 있다. 지역 간의 개방성을 높이면서 시너지를 배가할 수 있는 패키지 형태의 개발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자각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개성이나 특색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도시의 정체성이나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는 마치 성냥갑 같고, 건물은 특징들이 없어 구분이 되지 않는다.

특히 지방은 군데군데 난개발로 눈뜨고 보지 못할 꼴불견도 허다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도시는 물론이고 우리보다 늦게 개발이 된 중국의 도시들도 다양한 도시 디자인으로 매력을 한층 발산한다. 관주도의 발상에다 어설픈 논리로 도시미관 운운하면서 경쟁력이 없는 도시 혹은 지방을 만든다. 친환경 도시 혹은 매력적인 관광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백년대계는 없고 정치 논리가 우선시 되면서 수시로 개발 계획이 바뀌면서 도시는 공회전을 하고 주민들의 삶은 피곤해진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각종 규제에 의해 무산되기 일쑤다. 난마처럼 엉킨 부정적인 실타래를 풀지 못하면 허물어지는 지역 경제의 돌파구를 찾아내기 어렵다.

우리 본연의 스피드로 되돌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찾아야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실로 쉽지 않다. 지금은 선진국 함정에 빠진 한국에게 실로 엄청난 기로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초록이 동색이라는 가치관이 지배를 하면서 다름을 인정하는데 인색했다. 이제는 바뀔 때가 되었다. 정부는 뒤로 빠지고 민간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기술(Civic Technology)'이 활발해져야 한다.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문제에 대해 공감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공익을 추구하는 기술로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독특한 도시를 창조하고, 양질의 시민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지역의 리더십이 확보되어야 하고, 대학이 거듭나야 하며, 건전한 지역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경계해야 할 것은 갈등을 조장하고 배를 산으로 가게 하거나 좌초시키는 좀비들이 이 틈바구니에 들어와 분탕을 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쳐야 한다. 이 시점에서 환골탈퇴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 시대에 처절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스피드와 콘텐츠의 싸움이다. '차이나 스피드(China Speed)'로 장착한 중국의 변신 속도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55 Km 세계 최장의 다리를 건설하면서 광저우와 선전을 연결함으로써 주강 경제 삼각주의 융합을 극대화했다.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하면서 중국의 끊임없는 미래에 대한 도전을 재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더 이상 저임금 생산기지가 아니고 4차 산업혁명과 창업의 글로벌 전초기지가 되고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전략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실행 측면에서 중국은 압도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우리도 한 때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온통 열등감과 패배 의식으로 사로잡혀 있다.

이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부정적 매너리즘으로부터 빠르게 탈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연의 우리 속도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이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며, 어떻게 생존하고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획기적인 발상 전환만이 구태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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