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후진국 사우디문화 확산주역 에쓰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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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1-12 00:02:23

중동 지역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이하·사우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산유국으로 유명한 국가다. 땅 속에 묻힌 엄청난 양의 석유 덕분에 글로벌 경제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우디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석유 산유국’이라는 단어 외에 또 있다. 바로 ‘이슬람의 발상지’다.

‘이슬람의 발상지’라는 지위에 걸맞게 사우디 국적의 거의 모든 국민은 독실한 이슬람교인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슬람의 율법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분위기가 여타 다른 이슬람국가에 비해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여성에 대한 인식 또한 마찬가지다. 사우디 내에는 여전히 남성우월주의에 입각한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활동 뿐 아니라 옷차림까지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사우디 땅을 밟고 있는 여성은 국적을 불문하고 야외나 공공장소에선 손과 얼굴을 제외한 드레스인 ‘아바야’라는 옷을 입어야 한다. 여성들은 낯선 남성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함께 자리를 하는 것도 금기시된다. 얼마 전까진 여성에게 운전도 허용되지 않았다. 심지어 여성들에겐 국민의 기본 권리인 투표권조차도 지난 2015년이 되서야 부여됐다.

사우디의 이러한 문화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비판의 대상이었다. 특히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의 움직임이 상당히 거셌다.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인권 회복 움직임과는 역행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물론 사우디를 향해 쓴 소리를 내뱉는 국가 중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여성인권 회복 노력이 분주하게 전개돼 왔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그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사업 활동을 벌이는 사우디 국적의 한 기업이 사우디의 후진적 문화를 사내에서 그대로 적용해 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기업은 승진이나 직원처우 등에서 여성차별을 짐작케 할 만한 사안들이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인권 후진국’이라는 사우디 문화를 조직 문화에 덧입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기업은 바로 ‘에쓰오일(S-Oil)’이다.

에쓰오일은 여전히 두터운 유리천장이 존재하는가 하면 조직 구성에 있어서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급여, 평균근속연수 등 직원 처우 역시 여성은 남성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임원 전부가 남성이다. 사외이사까지 오로지 남성으로만 채워진 기업은 국내 기업 전체를 통틀어서도 몇 되지 않는다.

조직 구성에 있어서도 올해 상반기 기준 남성은 2924명인데 반해 여성은 209명에 불과했다. 평균 근속 연수 역시 모든 사업 부문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3년 가량 짧았다. 평균 연봉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남성에 비해 30% 적은 수준에 머물렀다. 종합했을 때 여성은 좁은 취업문을 통과해 가까스로 에쓰오일에 입사했더라도 임원은 꿈도 못 꿀 뿐만 아니라 남성에 비해 푸대접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여성인재 발굴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 당선 후에는 공약 이행을 위해 여러 장관 자리에 여성을 앉히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문 대통령의 정책 취지에 발맞춰 여성인재 발굴과 여성직원 처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 특유의 후진적인 여성차별 문화가 만연한 에쓰오일의 조직 문화는 최근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여성의 인권존중 움직임과는 분명 상당히 어긋나 있다. 역행한다고 봐도 무관하다. 대통령과 국민들의 요구에 반기를 들었다는 평가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에쓰오일이 사우디 국적 기업의 소유로 남아 있는 한 당분간 후진적 문화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후진적 여성차별 문화가 타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국민과 정부에게로 넘어왔다. 이젠 여론에 반하는 조직 문화가 만연한 에쓰오일을 국민들이 직접 탈바꿈 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 여성차별을 일삼는 에쓰오일에 대한 불매운동은 그나마 국민들이 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될 수 있겠다. 정부 또한 에쓰오일을 유심히 지켜보고 혹여나 있을법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