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과 강북처럼 갈라지는 혁신도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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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1-12 02:13:45

지난주 경북의 한 혁신도시를 방문하고 난 뒤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 어디를 가나 이 땅은 강을 하나두고 강남과 강북으로 나눠지는 게 아닌가 싶다. 강남은 서울의 잠실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 순간 허허벌판이던 땅이 고층의 빌딩숲으로 변하곤 한다. 김천 역시 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감천을 사이에 두고 신도시와 구도시의 경계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블록화되어 있는 도시, 전봇대와 전깃줄 하나 보이지 않는 신도시의 모습과 달리 숙소를 구하려 찾아가는 김천의 거리는 복잡하고 어수선했다. 게다가 신도시의 곧고 높은 고층 아파트 건물들과 달리 김천은 메인 중심가를 빼고는 너무나 조용했다. 게다가 일찍이 문을 닫은 상가들의 모습에서 혁신도시가 지닌 또 다른 이면을 보기도 했다.

지방의 경제를 살리고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와 생활의 편중을 분산시키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좋다. 또한 그렇게 해야만 시들어가는 지방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불씨가 잘 살아가기 위해선 불씨와 부싯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나무가 있고 숯이 있어도 불씨가 없으면 불을 붙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그만한 불씨와 불쏘시개돌이 있어야 한다. 젖은 장작에 아무리 불씨를 던져봐야 불이 붙지 않은 것처럼, 우선 불을 피우기 위한 매개체인 불씨와 불쏘시개들이 필요하다.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경제적인 효과는 미진한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지원책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생활권을 이전하고 그곳에 적응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이에 적합한 생활여건이 필요한 법이다. 사람의 이동은 단지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생활권이 이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걸 맞는 교통이나 문화, 교육여건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저 부서만 옮겨 간다고 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김천의 경우처럼 두 가지 상권이 형성돼 오히려 기존 상권마저 분산시키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현지에서 생활하고 활동해야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법이다. 이를 위해선 그들이 그곳에서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더욱이 학구열이 높은 국내 상황을 고려하다면 명문 고등학교나 대학, 병원 같은 시설은 필수라 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전국 각지가 강을 사이로 두고 둘로 나누어진 또 다른 서울들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 둘로 나누어진 삶의 형태가 이대로 굳어진다면 미국처럼 라스베가스와 할렘가라는 두 도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린 혁신도시를 통해 균형 잡힌 지역경제를 기대하는 것이다. 사람은 늘 좀 더 나은 삶을 갈구하고 희망한다. 그것이 모여 발전을 이루고 혁신을 만드는 법이다. 혁신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지 제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혁신도시가 진정한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선 그 도시에 살아갈 사람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생활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해 그곳에 정주하는 삶이 늘어간다면 혁신도시는 자연히 지역의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중심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을 옮기는 데 치중하기 보단 교육과 생활시설을 확충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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