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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소득을 올려 성장을 꾀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마치 동화같은 꿈이란 사실이 현실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대표적인 팩트가 실업자와 실업률 숫자다. 지난달 실업자만 해도 1년 전에 비해 7만9000명 증가한 97만3000명에 달해 10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업률 3.5% 역시 같은 달 기준 13년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실업자 전체적인 수치도 문제지만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세대들의 눈물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실로 큰 걱정거리다. 연령별 취업자수를 보면 30대가 7만여명, 40대가 15만여명 각각 급감하면서 무려 13개월, 3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당연히 중장년층 실업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한계가구들이 급증하면서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들이 날로 커지고 있는 중이다.
소득주도라는 환상적 성장론이 진짜 환상이 되고 있는 징후는 몇 개월 전에도 있었다. 6개월 이상 놀고 있는 장기실업자들이 지난 8월 이미 외환위기 이후 그리고 통계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반년 이상 놀고 있다면 가족 해체에 다름 아니다. 30~40대 결혼한 가장들의 장기실업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최악의 위기 시그널이라는 점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되레 소득피폐를 부르면서 피눈물 나는 경제적 고통이 국민들을 결국 압살하는 지경에까지 왔다. 문제는 취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이판사판 식의 구직단념자가 덩달아 늘어나는데 있다. 이 수치 또한 2014년 이후 최고를 보이고 있다. 장기실업에 아예 구직포기까지 겹치면서 인생의 낙오자 신분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증가로 사회불안까지 엄습하고 있다.
실제로 생계형 취업전선 시장부터 만만치 않은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리기사 수가 최근 몇 년간 급증하는가 싶더니 사실상 개장휴업에 폐업하는 음식점들까지 날로 늘어 식당 종업원들이 대거 실업자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음식·숙박점업종에서만 취업자 9만7000명이 급감해 감소폭이 통계가 시작된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커 충격을 주었다.
공장 근로자들 역시 여기저기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제조업 취업자가 올들어 4월 이후 7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공장 가동률이 2년 연속 저조한데 그 배경이 있다. 공장 가동률은 작년에 이미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았는데, 그 여파가 올들어 9월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9월까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를 기록하면서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대표적인 생계형 직종들이 일제히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서민들에게 소득주도 정책은 점차 먼나라 이야기가 되고 있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이 어디로 뿌려지냐며 푸념을 하는 소리들이 적지 않다. 서민여론이라는 택시기사들의 성난 목소리만 들어도 서민들의 팍팍해진 그늘이 바로 읽혀질 정도가 됐다.
도시생활을 포기하고 시골로 보따리를 싸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삶의 끝단으로 내몰린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한다. 지난달의 경우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무려 5만7000명이나 늘었다. 정부는 이를 귀농·귀촌 현상에 따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노후의 목가적 삶을 즐기기 위한 유턴이 아닌 생계형 귀농·귀촌이 많다는 얘기다.
이처럼 서민경제가 무너지는데 가운데 공장을 놀리는 기업들의 확산속도까지 보면 무섭다. 부의 생산기지라고 할 공장들이 빠르게 식어가면서 총체적인 경제난국이 대세기에 들어갔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쓴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눈 감고 귀를 막았다. 이 같은 부를 죽이는 아이러니한 성장의 외침은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생산능력지수가 그것을 웅변한다. 지난 1~9월까지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0.9% 떨어져 지난 1971년 관련통계 작성 이후 첫 마이너스를 보였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만큼은 강력하게 부여잡아 성장동력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한국경제였지만 이제 그 마저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국면이다.
부진한 제조업 생산능력의 원인은 누차 지적해 온 설비투자가 줄어든데 그 원인이 있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보이면 당연히 투자를 꺼린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사회·정치적 논리로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 근본적인 위협을 받으면서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기업들이 이윤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비전을 갖지 못하면 당연히 선제적인 돈을 풀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는 사선(死線)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윤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도 막상 투자단계에서는 온갖 신중모드의 불을 켜고 암중모색을 하는 것이 기업들의 생리다. 특히 설비부문은 그렇다. 이런 설비투자가 최근 6개월 연속 내리막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위기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조만간 중장기 산업구조 개편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본줄기를 바꾸지 않고 곁가지 물줄기만 바꾸는 것은 소기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본줄기를 더욱 악조건의 상황으로 심화시킬 가능성 마저 있다. 그 본줄기가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진보쪽 경제학자들도 일제히 소득주도성장론에 이의를 제기한지 오래 됐다. 경제이론이 아닌 사회이론이란 지적들이 적지 않다. 사회이슈 담론을 시장경제에 접목시키고자 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나는 것은 상식이다. 외견상 가능해 보이는 환상적인 그림이 그려져 다수의 국민들 시선을 사로잡지만 결국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라는 것이 검증되고 있을 뿐이다.
소득주도성장론에 실망한 민심이 확산일로에 있다. 이미 많은 서민들이 잘못 그린 설계도를 보고 경험 중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가짜정책에 다름아니다는 비판여론이 거세다. 당장 길거리나 시장으로 나가보면 이 같은 바닥 민심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경제실정은 한 마디로 무능력이다. 부를 창출할 능력이 없는 설계가 국민들을 지옥같은 가난으로 내몰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유일한 해법은 방향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일에 있다. 제이노믹스 설계자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까지 자신들의 경제실정을 자인하는 발언을 대놓고 했다.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무능력에 대한 자성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 직속기구이면서 대통령이 의장직을 맡고 있다.
반성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위선이다.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만 국민의 삶을 생각하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진정성 있는 태도다. 무식한 논리라는 평가까지 받는 소득주도성장론을 과감히 덮고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에 다시 강력한 풀무질을 해야 한다. 그 출발은 시장의 차별적 현상들을 적폐의 시각으로 보지 않는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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