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티후아나, “캐러밴은 암적인 존재” 혐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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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신청 길어지며 불편한 존재 전락…트럼프 “집으로 돌아가라” 거들어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1-21 00:20:27

▲멕시코의 티후아나 주민들이 캐러밴을 향해 ‘돌아가라!’고 외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The Guardian]

미국이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 최북단 도시 티후아나에 머물고 있는 중미 이민자 캐러밴 행렬을 향한 티후아나 주민들의 거센 항의와 시위로 이 지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티후아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와 맞닿아 있는 도시로 미국과 멕시코를 잇는 길목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티후아나 시내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온두라스인은 물러가라’‘티후아나 먼저’‘멕시코 만세’ 등 캐러밴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또 “300 여명의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며 2500여명의 이민자들이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체육 시설로 행진했다”며“그들은 그곳에서 진압 경찰에게 물과 맥주 캔 등을 던지면서 몇 시간 동안 대치한 후 해산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대 중에는 이민자들을 환영하자는 티후아나 주민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더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에 묻혔다. 체육 시설에 머물고 있는 이민자들은 두려움과 체념으로 불안한 상태다. 며칠 전에는 해변에서 잠자고 있던 이민자 100여 명을 향해 시위대가 위협적으로 돌을 던진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민자들이 온두라스를 출발해 멕시코를 통과해 오는 동안 다른 지역 주민들은 이민자들에게 지지와 후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민 신청을 위해 캐러밴이 티후아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곳 주민들에게는 피해를 끼치는 불편한 존재가 됐다.

이민자들에게 음식과 옷 등을 기부하는 티후아나 주민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이들을 ‘멕시코를 망치는 암적인 존재’라고 부르며 반감을 거세게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민자들은 ‘우리는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며 단지 일자리를 원할 뿐이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빈곤과 범죄가 만연한 중미 국가를 탈출해온 캐러밴 이민자들이 바라는 것은 합법적인 미국 망명 신청이다. 하지만 티후아나에서 미국으로 통하는 관문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망명 건수는 100건에 불과하다. 후안 마누엘 가스텔룸 티후아나 시장은 이민신청을 기다리려면 이민자들이 최소 6개월 이상 그곳에 머물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국경수비대 대원들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티후아나 사이에 있는 국경철책 위에 올라앉은 캐러밴 이민자들에게 내려가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3000명 정도의 이민자가 망명신청자 명단에 올라 있으며 당국은 그 수가 1만 명 가까이 이를 수도 있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캐러밴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엘살바도르에서 200여명의 이민자가 캐러밴 행렬에 합류해 대열의 인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안 마누엘 가스텔룸 티후아나 시장은 캐러밴을 산사태에 비유하면서 “어느 도시도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호응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미국 역시 이런 침범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고 그걸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말하면서 “그들은 멕시코에서 범죄와 큰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폭스 뉴스는 19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 국경 너머 캐러밴 이민자 중에는 500명이 넘는 범죄자들이 섞여 있다는 미국 국토안보국 관리의 말을 전했다. 안보국 관리들은 “캐러밴 구성원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가 아니라 젊은 성인 남성이다”고 주장하면서 “여성과 아이들은 뉴스 기사에서 동정표를 얻기 위해 대열의 전면에 배치된 것이다”고 말했다.

[박선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