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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고태경

자본주의 경제의 부상과 인구의 통계적 관리

인문학 키워드 - 인구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8-12-01 21:22:36

▲ 문화평론가 고태경
“이것[19세기의 ‘리스크’ 개념]은 페스트, 죽음, 전쟁 같은 묵시록의 거대한 꿈이나 엄청난 위협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묵시록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일상적 위험들이 출현, 분출, 만연하게 되는 것입니다.”(미셸 푸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18세기에는 통계적 개념으로서의 ‘인구’가 등장한다. 맬서스를 필두로 한 인구론은 유럽 지성에 거대한 반향을 낳는다. 인구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오늘날 금융기법에도 핵심어로 등장하는 ‘리스크’ 개념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계학적 대상인 ‘인구’의 출현을 이해해야 한다.
 
욕망하는 양적 집단, 인구
 
신분제 사회에서는 하나의 ‘인간’이라는 개념이 온전히 존재하기 어렵다. 노비와 귀족은 완전히 다른 종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이전에 ‘인구’라는 개념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생산의 거대한 발전과 ‘시장’이라는 상업적 연계망들이 구축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특정 지역의 누구이거나 특정 신분의 누구일 뿐, ‘인구’라는 추상적 통계단위로 셈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18세기 자본주의는 ‘인구’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먼저 맬서스 등에게 인구 개념이 환기하는 두 가지 요소에 집중해 보자. 첫째, 그것은 오로지 양적으로만 사고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떤 인간’이 문제되는 게 아니라 ‘몇 명의 인간’만이 문제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집단적 양으로만 존재하는 이 통계단위를 특정짓는 행위동기는 ‘욕망’이라고 간주되었다.
 
자본주의는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필요(혹은 욕망)에 의해 지배받는다. 자본주의 시장은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국가를 초월한 범위로 퍼져나갔고, 흥미롭게도 그 네트워크를 지탱하는 기본 요소는 만들고 소비할 인간집단들의 거대한 필요 혹은 욕망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이런 것이다. 여름에는 더위로 인해 냉방용품의 수요가 급증한다. 따라서 선풍기나 에어컨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여성들의 음주량이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등등. 이러한 고려 속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이 아니라 통계적 의미의 확률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인구와 리스크
 
이 확률 게임이 시작된 시기가 대체로 18세기를 전후로 한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당시에 유럽에서는 중농주의(physiocracy)라는 새로운 학파가 등장했는데, 이 학파의 원어명에 잠시 주목해 보자.
 
원래 ‘physiocracy’라는 말은 ‘자연’(physio-)의 ‘지배’(-cracy)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이 말은 시장경제라는 것이 마치 자연물들이 신진대사를 하듯, 어떠한 인위적 개입도 없이 자체 순환할 수 있다는 관념을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가설은 사실상 18세기 중농주의의 영향하에 나타난 것이었다.
 
중농주의는 시민사회를 자체적으로 신진대사하는 자연물로 간주했다. 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인간의 몸은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기관에서 신진대사를 하여 영양분과 배설물을 분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몸의 회복을 위해 수면에 빠지게 되고, 낮이 되면 에너지를 발산하며 무언가를 하도록 유인한다.
 
사회 역시 이러한 자연적 자기 정화가능을 갖고 있다고 이들은 생각했다. 국가의 인위적 개입이 없더라도 시장은 자기 내적 순환 기능을 통해 영구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신진대사 과정에 예기치 못한 비용이 치러지기도 하는데, 이를 보통 ‘리스크’라고 불렀다. 리스크를 우리말로 옮기면 ‘위험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위험률은 위기(crisis)와는 다른 것인데, 왜냐하면 위기는 사회가 혼란 앞에 놓이거나 체제동요가 가능할 법한 상황에 직면할 때 쓰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리스크는 체제동요 등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체제유지에서 항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같은 것을 뜻한다. 역시 통계학적 발상이 가동되는 것을 알 수 있다.
 
18세기에 인구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다종다양한 인간집단들을 하나의 양적 단위로 환원함으로써, 사회의 통치가 통계적 관리의 문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자본주의) 경제’라고 부르는 것의 부상과 긴밀히 연결된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에는 비용이 든다, 선택은 네가 하라’, ‘성공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라’ 등. 이 모든 것들은 18세기 이후 탄생한 경제학적 마인드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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