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 한 롤(294원) 훔친 노인에 벌금 19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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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네티즌들, “지나치다” vs “처벌해야” 공방…실버범죄 문제 재부상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04 18:26:20

▲일본의 한 병원 공공화장실에서 화장지 한 롤을 훔친 남성에게 벌금 20만엔이 선고됐다. [사진=SoraNews24]

일본 시마네 현에서 294원 짜리 화장지 한 롤을 훔친 64세 남성이 체포돼 벌금 196만원을 물게 됐다.

‘재팬 투데이’ 2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 절도 사건은 지난 9월 일본 시마네현 오키군에 속한 오키노시마의 한 병원에서 일어났다. 오키노시마는 일본 서해에 위치한 섬으로 인구는 1만4849명에 불과하다.

용의자는 병원의 남자 화장실에서 화장지 한 롤을 훔친 혐의가 인정돼 벌금 20만엔이 선고됐다. 화장지 한 롤의 시중판매가는 30엔이다.

이 남성은 화장실에 있던 화장지를 훔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훔친 물건에 비해 벌금이 큰 이유는 그가 초범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64세 노인이 저지른 이 사건은 일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네티즌은 처벌이 너무 지나치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최근 일본 언론에 자주 오르는 노인 범죄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 블로거는 “정말 슬픈 일이다”고 말하면서 “병원, 경찰, 법원의 처사가 지나치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블로거는 “그는 너무 가난해서 화장지를 살 돈이 없었을 것이다”고 범인을 동정했다.

SNS와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부과된 벌금은 화장지 6천 롤을 살 수 있는 돈이다’고 말하며 벌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에 ‘공공화장실에서 화장지를 훔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 네티즌은 후쿠오카에서 53세 남성이 남의 집에 들어가 50엔(490원)짜리 티슈 한 통을 훔친 죄로 체포됐다는 사례를 들면서 ‘노인층의 빈곤문제가 (일본에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번 사건으로 2년 전에 일본에서 실시했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네티즌 사이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가한 응답자의 8.7%는 공공화장실에 있는 화장지를 집으로 가져온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일본이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노인층의 경제적 빈곤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한 노인.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노인 절도 사건이 빈번해진 것은 최근 경제적 불안정이 원인이라고 보고있다. 초고령 사회의 일본에서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이들 사이에 대두되는 빈곤 문제가 소위 “실버 범죄”의 양산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일본에서 수감된 재소자 중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지난 20년 동안 4배 증가했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전체 재소자의 12퍼센트에 해당하며 대부분 상점의 물건을 훔치거나 절도 등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텔레그라프는 전했다. 일본 노인층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설명하는 현상이다.

이번 화장지 사건에서 범인의 경제적 상태가 그의 절도 행위의 직접적인 이유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이번 사건으로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자기 소유가 아닌 것을 가져가는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