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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한국경제에는 짙은 먹구름이 몰려올 징후가 곳곳에서 뚜렷하게 보이고 있어 벌써부터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자칫 국가적 파산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높다. 전·현직 고위 경제관료나 권위 있는 학자들이 일제히 내년 한국경제는 온통 사방에 지뢰밭 지대가 만들어져 IMF에 준한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제이노믹스 설계자로 불리며 대통령 직속 경제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김광두 부의장은 마치 도망가듯 사표를 낸 뒤 총총히 의장(대통령) 곁을 떠나겠다고 하기까지 했다. 그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 쓴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 조차 면피성 발언으로도 비춰지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이런 정황들과 전문가들의 새해 경제 전망을 종합하면 내년 우리 경제는 삼각파도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쪽에 모아진다. 경제불황 국면마다 제기돼 온 상식적인 추론이기는 하지만 막상 닥치면 모든 것이 끝장인 가계, 금융, 국가로 이어지는 위기가 그것이다.
이 와중에 전혀 코드가 맞지 않아 온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밀실야합으로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확정한 것은 이 같은 삼각파도의 파고를 최고로 끌어 올린 역할을 했다. 국회 활시위에서 떠난 화살들이 마치 국민을 향해 날나가는 모양새다. 최대 여당과 거대 야당의 국민 심장을 향한 살인적 권력야합형 합의는 훗날 역사의 죄과로 남을 일이다.
지금 우리는 초긴축 예산을 편성해도 시원치 않은 마당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뻔하게 예측하고 있는 내년 경제위기를 조금이라도 감안한다면 증세보다 오히려 감세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내년 예산이 박근혜 정부 말인 2017년 보다 무려 70조원이나 폭증했다. 올해 428조원에 비해서도 약 40조원이나 급증했다.
경제가 거꾸로 가기를 지속해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마당에 무차별적으로 걷고 쓰고 보자는 식의 국가 재정운용은 정작 돈을 내주고 받는 국민을 속칭 ‘갖고 노는 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부담을 대폭 늘려 놓고 그 돈으로 국민에게 떡을 주는 식으로 하는 정책효과는 표밭을 계산한 정치적 주판만이 큰 설계다.
백번 양보해 일자리 예산을 줄이고 인프라 예산을 늘렸으니 소위 케인즈 정부역할론을 따랐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속칭 쥐꼬리만큼 줄이고 쥐꼬리만큼 늘렸으니 인프라 투자를 통한 확장적 경제활황 정책이란 설명은 거짓말이다. 국회는 일자리 예산 25조5000억 중 6000억만을 깎아 1회성 일자리까지 유지해 주는 대신 지역구의 민원성 인프라 예산을 집중 챙기는 구태를 계속했다.
결국 눈 딱 감고 삭감 시늉만 냈다. 5조2000억을 줄였다고 하지만 그만큼 올려줬으니 전체 예산은 달라진 게 별반 없다. 이에 대해 보수 쪽에서조차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자한당의 태도에 구역질이 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자한당은 이번 예산안 심사를 통해 끝내 구제불능의 구태정당으로 더 깊히 떨어졌다.
아직은 거대야당을 유지하고 있는 자한당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눈만 뜨면 수조원, 수십조원, 수백조원 등을 운운하면서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헛돈으로 펑펑 날리고 있다며 거품 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정작 국가와 국민들이 가장 위기에 처한 시기에 눈 부릅뜨고 해야 할 국가재정 감시를 소홀히 하는데서 더 나아가 사실상 짬짜미로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니 유구무언이다.
자한당은 오히려 복지예산에서 민주당 못지않은 포퓰리즘에 앞장서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동안 퍼주기 포퓰리즘을 망국적 작태라며 원색적으로 공격해 온 자한당의 속내는 그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두 얼굴의 민낯 정당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자한당의 이중적 태도가 개탄스럽다. 색깔이 다른 야3당이 선거구제 이슈 때문에 뭉쳤다고 하지만 예산안 처리건 하나만 본다고 해도 자한당을 향한 그들의 ‘더불어한국당’이란 비판이 틀리지 않다.
복지예산을 증액한 슈퍼예산이 망국의 지렛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수없는 경고는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됐다. 슈퍼예산이 한국경제를 추락시킬 삼각파도의 파고를 높이는 결정적 풀무질이 되고 있음을 명확히 알고 있는 거대 야당 자한당은 반드시 견제했어야 했다.
주지하다시피 삼각파도의 첫 파고는 이미 전방위적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한 서민경제 위기다. 두 번째 파고는 자영업·가계의 위기에 따른 금융시장의 위기다. 세 번째 파고는 GDP 40%를 점유하는 74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채무 위기다. 부가가치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 아닌 퍼주기 예산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높이면 개인, 가계, 기업, 국가의 빚이 모두 눈덩이처럼 커질 상황을 만든다.
잠시 기분만 좋을 뿐인 퍼주기 포퓰리즘의 망령은 이미 중남미 여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망국적 현상이다. 퍼주기가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듯 하지만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는 역효과도 수없이 목도돼 왔다.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는 모두 돈이 없으면 생각하기도 싫은 가난의 지옥 속에 빠져 들거나 그 지옥같은 생존조차 불가능해진다. 돈은 가치를 부풀려 유통되는 화폐에 특정지워 생각하면 안 된다. 경쟁을 기본질서로 하고 있는 시장경제에서 효율을 높이는 생산적 부가가치에 돈이란 방점을 둬야 한다. 경쟁자들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면 그 최후는 절망이다.
1500조가 넘는 가계부채 그리고 그것과 같이 엮여있어 규모를 어림잡기 힘든 600조원에 달하는 자영업부채는 한계까지 왔다. 빚이 지나치게 많으면 그만큼 부가가치 효율을 내기 어렵다. 오히려 제2금융권 여신이 높아진 작금의 적색등은 부가가치(돈)가 급격히 떨어진 우리경제의 비효율성을 웅변한다. 그 끝은 경쟁에서의 낙오이고 경제 추락이다.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가 400만명이 넘었고, 이들의 빚이 500조원 가까이나 된다. 이들 중에는 빚을 돌려막기 하는 한계가구나 가장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감안한 고위험가구는 35만 가구에 빚은 57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1% 포인트만 상승해도 자포자기 할 고위험가구도 38만가구가 되고 있다. 이들 수치는 위험요인을 넘어 국가적 부가가치 효율을 가로막는 치명적 요소들이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들의 빚도 수천조에 달할만큼 거의 천문학적으로 많이 쌓여 있다. 고령화와 초고령사회 진입이 빨라지면서 실제 수요가 필요한 재정까지 빠르게 증가 중이다. 이런 요인들을 모두 감안한 상황에서 가계발 위기가 폭발하면 대책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재정을 반드시 비축해야 할 시기다. 빚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순간의 단 꿀뿐인 치명적 독에 불과한 퍼주기 예산을 좋은 게 좋은 식으로 통과시킨 이번 국회는 자신들만의 밥그릇을 계산한 큰 과오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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