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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야력에 근거한 2012년판 ‘10·21 종말론’이 조용히 지나갔다. 우리에게 닥친 큰 종말론 사건만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1992년의 ‘10·28 휴거론’과 1999년의 세기말적 종말론 등에 우리 국민들이 다소 익숙해졌는지 예전만큼 소동은 크게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종말론이 이어지고 또한 ‘없었던 일’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종말론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종말론은 인간의 불안한 마음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현대물리학이 규명한 우주의 실체를 보면 부정적 인식의 최고인 종말론은 막연한 편견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긍정적 인식을 많이 가질 때 우리의 현실(우주)이 행복하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추론이나 미신만은 아니라는 것이 현대과학으로 입증돼 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종말론에 빠지는 것 자체를 우리 모두는 경계해야 한다. 사진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강입자가속기(LHC)에 설치된 검출기 중 하나인 CMS. 얼마전 CERN 과학자들은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사진=뉴시스/로이터>
마야력에 의한 ‘10·21 종말론’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앞서 지난 1992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미선교회’의 시한부종말론인 ‘10·28 휴거설’이 조용히 지나간데 이어 1999년에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기말적 종말론도 그냥 넘어갔었다.
마야력(Mayan calendar)은 사실 천체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대단히 과학적이다. 고대라고 해도 정밀한 역법이 근거가 돼 수천년이 지난 오늘의 사람들까지 긴장하게 했다. 1년을 18개월로 하고 한 달을 20일 등으로 한 마야력은 오늘의 달력(동양)이나 양력(서양)과는 크게 다르지만 5일을 추가해 365일을 1년으로 한 것은 기가 막히게 오늘의 역법과 맞아 떨어진다.
‘2012’라는 영화가 나오고 싸이의 강남스타일까지 동원되는 등 마야력에 의한 10·21일 종말론은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내심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종말론을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지구가 그리고 인류가 언젠가는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과연 종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구라는 천체가 없어지고 신체가 죽는 것을 종말이라고 할 것인가. 우리의 신체에 깃든 영혼의 에너지는 정말 영원히 종말을 고할 수 있는 에너지인가.
인류가 종말에 불안해 하는 것은 삶의 고통에서 나오는 한 단면이다. 그런 탓에 완전하지 못한 생명체가 갖는 극도의 불안감이 시뮬레이션으로 나오는 착시현상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인식의 범주가 극히 제한된 속에서 나오는 고통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인류가 우주와 천체에 대한 통찰력을 넓힌다면 종말에 대한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 설사 지구라는 행성이 없어진다고 해도 우주의 한 흐름이라고 본다면 종말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물리학자들은 이 같은 우주의 신비에 도전하고 있고 그런 노력 덕에 우주의 문이 열려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종말론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우주를 신비의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우리가 기거하는 ‘집’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고 실제 그런 집이 맞다. 한자인 ‘宇宙’는 ‘집우(宇)’자에 ‘집주(宙)’자로 이뤄져 있다. 우주는 친근한 집이다. 그 집에 있는 우리의 고향 지구는 곧 우리 모두의 안방이다. 포근한 안방을 신비하게만 바라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규명해 온 우리의 집인 우주를 들여다보면 종말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물리학자들이 규명한 우주는 영어의 코스모스(cosmos)라는 의미처럼 완벽할 질서를 보여준다. 우리가 달력과 양력을 만들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기가 막히게 초정밀한 천체의 움직임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같은 우리의 우주를 규명한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ToE) 중 가장 유력하면서도 유일한 ‘M-이론’은 예전 같으면 공상과학영화 소재로나 다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994년 우주의 소립자를 규명하는 ‘끈이론’을 통합하면서 물리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M-이론’은 그동안의 골칫거리였던 거시세계의 ‘중력이론’과 미시세계의 ‘양자역학’을 하나의 이론체계로 설명하는 기적 같은 방정식이었다. 이론물리학자의 세계적 거두인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대로 신의 문을 두드린 일대 사건이었다. 원시우주의 출발점인 ‘특이점’ 상태에서 우주의 4대 힘인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 중력이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되는 순간이었다. 안개에 가려진 우리 집의 모양을 보지 못하다가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끈이론과 M-이론은 그동안 우리의 전통적 상식을 뛰어넘는 ‘다차원의 세계’와 ‘다중우주론’(평행우주론)을 제시해 일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Kopernikanische Wendung)의 또 하나 전기를 만들었다. 1차 전환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2차 전환이 상대적 인식론에서 주관적 인식론으로, 3차 전환이 절대좌표(뉴턴) 우주에서 상대좌표(아인슈타인) 우주로, 4차 전환이 절대신권·절대왕권에서 절대인권으로 각각 맥을 이어 왔다면 5차 전환은 보이는 우주에서 보이지 않는 우주를 보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5차 전환의 핵심에 끈이론과 M-이론이 있다. 양대 이론 덕에 우리의 인지와 오감능력으로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는 우주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종말론으로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우리의 집 모양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우리가 왜 하필이면 3차원 공간에서 현재와 같은 물질세계를 보고 느끼며 형상을 하고 있는지의 근본원리가 밝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것이, 그리고 복잡하게 숨겨진 것이 거꾸로 우리의 실체를 증명하고 있다.
천동설이 지배적인 이론이었을 때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미친 사람이었고, 그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보인 훗날의 갈릴레이는 전 생애동안 숱한 시련을 겪은 것도 모자라 죽어서는 장례까지 치르지 못하는 고통을 받았다. 5차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기에서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을 비슷하게 맞고 있다. 우주의 신비스운 현상에 대해 생각을 바꿔 달리 봐야 할 근거다.
우리가 경험했든 안했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수천명의 천재 물리학자들이 끈이론과 M-이론에 하나같이 매달리고 있는 것 자체로 우주의 원리는 중요한 한 꺼풀을 벗겼다는 확정적 추론이 가능하다. 우리는 얼마 안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다차원 세계로의 이동이 가능하고 나아가 다른 우주로의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꿈같은 전망을 가져도 된다.
M-이론이 만물의 이론으로 확실하게 증명(입자가속기 등을 통한 실험적 증명)이 됐다는 전제를 해보자. 우리가 사는 우주는 11차원 중 고작 3차원의 막으로 된 우주다. 더구나 무한한 우주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면 애초 우리 우주는 그렇게 탄생했던 것일까. 아니면 우주는 빅뱅 이후 진화를 거듭하면서 현재의 다차원-다중우주로 진화한 것일까.
빅뱅 직후 지극히 짧은 시간에 현재와 같은 우주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나아가 우주 초기에는 특정한 대항 환경이 없는 만큼 ‘자연선택설’에 의한 진화론을 거론하는 것도 무리다. 우주의 구조를 스스로 만든 특이점에서의 빅뱅 초기를 감안하면 지금도 자연선택의 진화가 아닌 일종의 프로그램(종교적 신의 설계와는 다른 개념)된 ‘자가진화’를 염두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우주의 기본구조는 자가설계 됐지만 팽창중(우리우주) 또는 갈라지는(다중우주) 우주는 진행형이라는 차원에서 빅뱅 초기와는 다른 환경들 때문에 진화중이라는 다른 추론이 이어지고 있다. 그 환경의 중심에 인간과 생명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가 진화 중에 있다는 추론의 전제에 인류와 같은 생명과의 교감(상호작용, interaction)이 중요하게 깔려 있다.
팽창이 진행 중인 우리 우주나 새로운 우주가 생겨나고 있는 다중우주의 연장선에서 고민을 해 보자는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먼 훗날 우리는 원하는 우주를 안방에서 만들어 그 세계에 들어가 활동하고 살 수 있는 진화, 즉 ‘고차원 교감’(high-dimensional interaction)으로까지 가능해진다. 이를 과학으로 받아들이면 종말론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우주는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이 된 우주가 아닌 우리 모두가 느끼고 만들어 가는 상호작용 우주인 셈이다. 우주의 자가진화 같지만 그것을 느끼고 상호작용 해주는 생명(인지,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우주의 주체는 생명이라는 것이고, 우리 거시세계에서의 양자론인 셈이다. 우리도 영화처럼 언젠가 우주역사(과거나 현재)를 원하는 대로 쓰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같은 다중우주 이론에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땀을 흘리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래도 대단히 지엽적이고 추상적이고 미신 같은 종말론에 휩쓸릴 것인가.
생명은 그 속성상 무한한 창조의 주인노릇을 한다. 우주가 무한히 창조 가능한 개념(다중우주)이라면 생명과 무관하게 나아가지는 못한다. 우주와 생명은 상호 소통하면서 서로를 환경으로 인지하고 진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종말과는 무관한 우리의 마음(에너지)이 있다.
만약 생명이 우주의 진화에 지나치게 오버액션을 하게 되면 우주는 역습을 가할 것이고, 우주가 생명이 사는 환경에 문제를 일으키면 생명은 우주의 환경을 바꾸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상황을 맞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그 날이 온다는 것은 현대 물리학 이론으로 봐서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양자의 세계에서 규명된 ‘상태의 공존’(동일한 물질이 여러 곳에 동시존재)을 통해 양자적 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섀드 헴스테드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에 잠자는 시간을 빼고 20시간 동안 무려 5~6만가지 생각(의식)을 한다고 했다. 시분으로 보면 1시간에 2500가지, 1분에 42가지 생각을 한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겠지만 의식,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순간적인 생각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의식을 갖는 생각 중에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생각의 85%가 부정적이라는 것이고, 그 생각은 대부분 그냥 스쳐지나가는 경우다. 미쳐 기억할 겨를 없이 지나가면 우리는 그것을 생각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부정적 인식 중에 대표적인 종말론은 이처럼 늘 우리를 위협하지만 잊고 산다.
생각을 의식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긍정적으로 가질 경우 그것은 곧 우주의 ‘끌림과 당김’의 법칙으로 연결된다. 누구나 우주를 창조할 수 있고 결국에는 우리 앞의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아마도 이와 관련된 책들이 세간에 즐비하게 나오고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권씩 팔리는 것은 그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식의 고에너지 빛을 강하게 비추는 긍정적 생각은 현실(우주)을 바꾼다. 하지만 종말론 같은 부정정 의식에 빠지면 실제 그런 잘못된 우주가 창조된다는 것이 희미하게나마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다. 마음의 고통과 고난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새로운 우주의 창조라고 받아들일 때는 창조의 생명이 되고 그 밑거름으로 행복을 듬뿍 갖는다. 더 이상 종말론이라는 최악의 부정적 의식이 부정적 우주를 창조하는데 일조하지 않기를 소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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