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 단속 눈앞…기업들 ‘걱정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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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로 없이 납기 맞추기 어려워…“탄력근로제 도입 필요”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11 16:06:01

주52시간 근로제 계도기간 종료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기업 4곳 중 1곳은 여전히 초과근로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축된 근로시간에 맞춰 납품기일을 지키고 연구개발 등을 실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제와 단위기간 확대 등을 실시할 것을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대한상의)는 대·중견기업 317곳을 대상으로 ‘주52시간 근로시간제 기업실태 조사’를 통해 응답기업 중 24.4%는 ‘주52시간 초과근로가 아직있다’고 답했다고 11일 밝혔다. 초과근로는 R&D(연구개발) 직군이 많았다. 납기를 맞추려면 당분간 초과근로가 필요하다는 기업도 있었다.

응답기업 10곳 중 7곳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근무시간 관리 부담’을 꼽은 곳이 32.7%로 가장 많았다. ‘납기‧R&D 등 업무차질’이 31.0%, ‘추가 인건비 부담’ 15.5%, ‘업무강도 증가로 직원불만’ 14.2%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국내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대량 주문이 들어왔지만 주52시간 근로를 지키며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일부 물량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체들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탓에 프로젝트 마감 등을 연기하는 상황이라 고객사들의 불만이 커지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부 직원들도 “일을 다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근로시간제 때문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찜찜하다”거나 “업무량은 같은데 시간만 줄어 개개인의 업무 강도가 부담스러워졌다”는 등의 의견을 내비쳤다.

이달 말 주52시간제는 시행 6개월간의 계도 기간이 종료된다. 계도기간 이후 근로시간을 어긴 300인 이상 기업 등의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업들은 법 개정을 바라는 눈치다. 응답 기업의 48.9%가 근로시간 단축 준수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꼽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답한 기업은 40.7%, ‘재량근로제’는 17.4%, ‘간주근로제’ 14.5%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아울러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의 58.4%는 현행 3개월인 단위기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1년으로 확대’는 31.8%, ‘6개월로 확대’는 26.6% 등으로 조사됐다. 현행 탄력근로제를 도입했다는 응답은 23.4%에 그쳤다.

탄력근로제는 노사 합의로 주 52시간제를 일정 단위 기간 내에서 총량 관리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현행 3개월의 단위기간으론 실익이 적어 도입이 어렵기 때문에 최소 6개월 단위로 늘려 생산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바람과 달리 이달 초 국회에서 탄력근로 기간 확대 입법이 무산됐다.

한편 기업들이 근로 시간 단축 대응 방식으로 가장 많이 답한 건 ‘근무시간 관리 강화'(59.3%)였다. 이어 '유연근무제 도입'(46.3%), '신규인력 채용'(38.2%), '자동화 설비 도입'(19.5%) 순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탄력근로제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위기간 확대, 노사합의 완화, 운영방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정부 계도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조속히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 근무시간 효율성과 근로자 만족도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