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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국가를 깃발로 내건 박근혜 당선인이 국부(國富)를 창출할 성장엔진으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임기 5년 동안 사용될 이른바 ‘박근혜 복지예산’이 134조원에 달해 ‘흥청망청 쓰기만 하는 박정부’를 우려했었던 와중에 다행인 소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단어의 의미처럼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나아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벤처성 부처’다. 권력형 리더십이 가미되지 않으면 ‘공무원 스타일’로는 성과를 이뤄내기 어려운 공룡부처다.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뒤로 떨어질 수도 있는 대한민국을 미래창조과학부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견인의 기관차가 돼야 한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는 인수위, 사진=뉴시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당장 얼마 남지 않은 20~30년 후가 큰 걱정이다. ‘노인대란’이 불을 보듯 뻔하게 닥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국가재정이 위기에 빠질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노인 11명씩 실종되는 상황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막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한 복지국가의 발을 떼려 하고 있다. 하지만 5년 임기동안 소요될 ‘박근혜 복지예산’만 해도 134조원에 달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쓸 복지예산은 상상 자체를 불허한다.
복지사회의 기초를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결국 단순논리이지만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길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박 당선인과 새정부 인수위는 정부조직개편안을 통해 그 대안을 내놨다. 국가의 가마솥 세 개를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면서 직접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복지국가를 지탱할 큰 기둥 세 개는 첫째 과학기술, 둘째 정보통신, 셋째 해양수산으로 나왔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핵심을 잘 보았다. 사실 이들 기둥은 복지국가의 주춧돌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명운이 달린 기관차와도 같다. 절대 멈춰서도 안 되고 멈출 수도 없는 ‘심장이자 엔진’이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를 각각 신설하고 경제부총리를 부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이름도 거창한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아우른 컨트롤 타워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런 점에서 다소 독재적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전략 기조실이었던 ‘경제기획원’ 같은 권력형 기관차의 성격을 갖고 가야 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및 경제부총리 등이 직접 챙기는 범부처연합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의 기능들을 물적·화적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아직까지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없지만 분명해야 할 것이 있다. 최고 통수권자로부터 나오는 ‘권력의 입김’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직접적으로 미쳐야 한다는 점이다. 기초에서 응용까지 과학기술과 관련된 수직계열화와 수평적 업무라인이 동시에 구축되도록 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여기에 예산권과 인사권까지 상당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사실상 부처의 ‘맏형’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재정을 주무르는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기획재정부 등이 당연스럽게 부처를 이끄는 맏형 역할을 해왔지만 그 권한이 상대적으로 축소돼야만 한다.
경제부총리를 부활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와의 부처갈등이 촉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제부총리 부활 보다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부총리로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개발시대에는 각 부처의 경제관련 업무를 일관되게 조율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선순위가 바뀌었다. 돈을 집행하면서 성장엔진을 찾기보다 성장엔진을 위해 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그 명칭부터 그런 ‘선제적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성장엔진이 무엇인가는 사실 뚜렷하게 그려져 있다. 경제부총리가 부처의 좌장급이 되면 돈을 ‘효율적으로 쓸’ 궁리에만 몰두할 뿐 미래의 ‘창조적 생산성’을 위한 ‘벤천투자’는 용단을 내리지 못한다. 효율적이라는 의미에는 미래와 창조가 깃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부총리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대립과 갈등으로 맞설 상황이 생긴다.
박 당선인이 어차피 미래창조과학부를 자신의 씽크탱크로 키우고자 한다면 시작부터 엄정히 서열을 정해야 한다. 경제부총리를 부활시킨다고 해도 미래창조과학부를 후견하는 쪽으로 입장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전쟁이자 현재의 전쟁이기도 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핵심적으로 기능하게 될 ICT는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다. ICT는 초창기 이용자 그룹을 선 확보하는, 그리고 수익이 나지 없는 막대한 투자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탓이다. 그것은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마찬가지다. 경제부총리가 ‘국가 가계부’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기만 한다면 ICT는 발걸음 조차 떼지 못한 채 장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처럼 ‘벤처성 부처’이자 이를 주도하기 위한 ‘권력형 부처’가 돼야 한다. 그 정점에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소신이 투영돼 있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과학기술과 ICT 못지않게 중요한 해양수산(정부조직·해양수산부 신설) 또한 마찬가지다. ‘무한자원의 무주공산’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해양자원 전쟁에서 ‘국제적 지분’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공익’에 필요한 선행연구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마치 헛돈을 쓰는 것처럼 아웃풋이 막연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해양자원 개발은 불가능하다. 북극과 남극은 이처럼 벤처성이 대단히 강한 대표적인 해양자원의 보고(寶庫)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름만 거창해서는 안 된다. 간판은 벤처와 위험을 내포하면서 재정부문에서 수치 하나하나를 따지며 쌈짓돈 다루듯 운영하려 한다면 겉만 화려한 물리적 통합부처 밖에 되지 않는다. 미래와 창조라는 보이지 않는 ‘엘도라도’를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 정보통신, 해양수산이라는 세 기둥에 강력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추력을 뒷받침할 만한 정부와 국민들의 믿음이 약화된 부분이다. 좌충우돌을 해도 그리고 때로는 실패해도 믿어주고 힘을 북돋아 주는 자양분이 필요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이고 정보통신이면서 해양수산이다. 그 싹이 트기 시작하면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가마솥이 마련된다.
박 당선인의 의지이자 새 정부의 중심부처가 될 미래창조과학부는 항해에 나서자마자 많은 위험이 따라야 정상이다. 그 위험을 피하거나 도전하지 않는다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존치할 이유가 없다. 20~30년 후 초고령사회의 복지문제를 일거에 해소해 줄 큰 가마솥을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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