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벌인 아파트가 던져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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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벌인 아파트가 던져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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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19 00:59:22

경기도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 얘기다. 2016년 완공과 함께 입주가 시작된 A아파트는 높은 분양가에도 입지조건이 좋아 미분양이 없을 만큼 인기가 높다. 교통과 상권이 좋은데다 기반시설과 녹지조성도 잘 돼 있어 입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A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와 입주민들 간의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경찰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수십 억 원의 금전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다툼은 일파만파로 번져 갔다.

양측의 다툼은 관리규약 개정과 공용부 하자보수 문제를 놓고 1기 입대의와 입주민들이 마찰을 빚으면서 시작됐다. 시간이 갈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입주민들은 마침내 지난 7월 입대의 대표 해임 건을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선관위는 해임 투표절차에 들어갔지만 입대의는 아파트관리사무소 측에 장소제공·선거인명부 확인 등 선관위 업무지원 중단을 지시하고 선관위원 전원 해촉 서명에 들어가는 등 반격에 나섰다.

급기야 단지 전체 입주민들의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일부 입주민들의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일이 발생했고, 경찰은 입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아파트 단지에 수차례 야간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불법행위와·명예훼손 등으로 양 측은 서로를 고발·고소했고 경찰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는 데도 입대의 측이 수십 억 원대 달하는 하자보수보증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건설사가 관할 자치단체에 맡겨둔 출연금 30여 억 원을 입대의가 찾아오지 않는 것에도 의혹과 불신을 던졌다. 반면 입대의 측은 자세한 설명은 미룬 채 규정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소·고발 건은 현재 관할 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A아파트는 최근 제2기 입대의 선거를 치렀다. △건설사 출연금 30여 억 원 즉시 회수 △2년차 하자보수 미 진행시 법적조치 등을 공약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되면서 A아파트 사태는 일단락 된 듯하다.

우리나라 주택 10채 중 6채는 아파트다. 가구당 3인 가족으로 계산하면 3000만 명의 국민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초 40만 가구에 불과하던 아파트는 현재 1000만 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아파트 한 단지에 2000세대 이상인 곳도 수두룩하다. 입주민 수만 해도 1만여 명에 가깝다. 대한민국은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아파트 단지 규모가 클수록 집행되는 예산도 커졌다. 아파트 단지 보수공사와 관리비를 둘러싸고 각종 이권이 개입하면서 아파트 비리는 어느새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됐다.

민경욱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공동주택 관련 비리 신고센터’에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6월) 접수된 아파트 비리 신고는 734건에 달했다. 이중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36.2%), 관리비 등 회계운영 부적정(34.9%)이 압도적이다. 투명한 아파트 운영관리와 예산집행 문화정착이 아직도 요원하다는 반증이다. 잘잘못이 누구에게 있든지, 언제든 제2의 A아파트는 계속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아파트 비리 차단과 관리비 절약을 위한 한 방법으로 경기도가 실시하고 있는 '공동주택 기술자문' 서비스는 주목할 만하다. 경기도 기술자문단이 각종 아파트 하자보수에 대한 전문 컨설팅을 해주는 제도다. 공사비의 적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고 관리비도 아낄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정보독점과 불투명한 예산운영이 불가능한 사회로 진일보 하고 있다. ‘아파트 비리’란 말도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그 방안을 우리 모두 찾아 나서야 한다.

[김진강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