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업에 ‘투아웃제’ 행사…‘입김’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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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내부지침 확인돼…연금 사회주의 갈 가능성 높아져

곽성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1-18 14:00:00

국민연금은 앞으로 경영자 선임에 대해 두 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에 따르지 않는 기업들에게 해임 등의 경영 참여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요주주인 기업체들은 경영에 상당한 부담감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18일 앞으로 국민연금이 주요주주인 회사의 임원 선임 시 두 차례 이상 반대했음에도 그대로 진행하는 기업은 ‘중점 관리 대상’으로 분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중점 관리 대상이 되면 비공개 대화 등을 통해 개선을 유도하지만 변화가 없을 경우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 임원 해임 등의 경영 참여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경영자를 두 번의 ‘스트라이크’로 아웃시킬 수 있는 ‘투아웃제’를 채택한 셈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스튜어드쉽 코드 가이드 라인’을 16일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어드쉽 코드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 투자가들을 위한 ‘의결권 행사 지침’으로 큰 저택에서 주인 대신 집안 일을 맡아 보는 청지기(스튜어드)와 같은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용어다. 국내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내부 지침에 따르면 ‘중점 관리 기업’ 선정 대상은 최근 5년 내에 이사 및 감사 선임에 대해 국민연금이 2회 이상 반대했음에도 개선하지 않은 기업과 함께 횡령·배임·부당지원·경영진의 사익편취가 우려되는 기업, 그리고 경영 성과에 비해 이사의 보수 한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업이 포함된다.

경영진 선임 등의 두 번째 반대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경영권 참여 행사를 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국민연금이 주주로 있는 기업 입장에선 단 1회만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밝혀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경우 경영 자율권이 위축되거나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 연금기금은 637조원 정도며 이 중 17.1%에 해당하는 108조9000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시가총액의 약 7%에 해당될 정도다. 개별적으로는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기업이 299개나 되며 1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도 90여개에 이른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1월~10월 간 이들 기업의 주주총회에 726회나 참석해 535표의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이사 및 감사’ 선임에 대한 반대가 225건이나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과 같은 국가기금의 경영개입권을 시장에 악용하는 ‘연금 사회주의’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기업경영 자체가 자율이 아닌 정부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은 당연히 관치와 인사개입으로 이어져 연금사회주의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성규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곽성규 기자 sk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