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제주 
목포 
작년 12월에 출간된 ‘한국, 한국인(The New Koreans)'이라는 책은 이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저자 마이클 브린은 <더 타임즈>, <가디언>, <워싱턴 타임즈> 등에서 한국·북한 담당기자로 37년간 활약한 후 최근 은퇴한 저널리스트다. 주한 외신기자클럽 회장도 역임한 그는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는 외국인 ‘한국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꼽는 한국인의 3대 성취는 경제 성장, 민주화 그리고 문화 한류다. 그러나 성취에 지나치게 도취된 나머지 만취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안하무인에다 독불장군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남의 비판을 수용치 않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며, 천박할 정도로 신체적 아름다움에 집착한다. 토론을 기피하며, 남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해주고 좋아해 주기만 바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심(民心)이 민주주의라는 엄청난 착각 속에 산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며, 이런 판에 리더십은 자리 잡기가 어렵다.
비정상적인 한국인 혹은 한국 사회의 모습에 대해 외국인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글들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할 수 있다. 대부분 한국에 오랜 기간 체류하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했던 내용들이라 가시적이지 않고, 편견으로 치부하기에는 새겨들을 것들이 많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더라도 ‘외국인이 본 한국 사회의 7대 불가사의’라는 글이 소개되고 있을 정도다. △촛불 시위 △좌·우파 정치인들의 행태 △북한의 위협 행위에 대한 불감증 △한국 학생들의 영어 실력 △운동선수에 대한 지나친 관용 △자동차 운전 습관 △경제성장과 사회발전 등이 그것들이다.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들로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일 간에도 많은 일화가 있다. 일본 사회의 해괴하고 부정적인 단면들을 묘사한 책이나 칼럼들이 한국에 많다. 역으로 일본인이 쓴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과 조롱도 많다.
30여 년 전 당시 지지통신(時事通信) 한국 특파원을 마치고 귀국한 일본 기자가 한국인에게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썼다는 ‘한국 사회의 7대 불가사의’ 내용은 아직도 기억에 생경하다. 공직 사회의 비리 구조를 비롯해 인구밀도가 일본보다 높은 국가에서 대형 평수 아파트, 룸살롱과 폭탄주, 지하경제, 의사 혹은 판·검사 사위를 위한 3개 열쇠꾸러미, 맞선 주선 마담뚜 등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과거의 이야기고 실제로 바뀐 것도 많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이런 잔재들이 남아 있음을 부정할 수도 없다. 한편으론 이러한 지적을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아예 귀를 닫으면서 ‘너나 잘 하시오’라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도 분명한 현상이다.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외국인이 보기에 낯설거나 납득할 수 없는 장면들을 목격하거나 경험도 한다. 단순 관광객 신분이라면 호기심으로 이를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즐기려고까지 한다. 반면 그런 나라에서 수년 간 주재라도 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글로벌화가 되면서 한국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주재원, 학생, 기타 직업 등의 이유로 상당수가 체류하고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만만치 않고, 특히 이질적인 문화 속에 스며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한국에서 살 때는 미사여구를 동원해 애써 긍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한국을 떠나자마자 부정적으로 변하기 일쑤다.
‘민심’이 법이나 제도보다 더 우위, 연일 말초신경 자극하면서 편 가르기 가속화
요즘 시중에 한국 사회의 모습에 대해 마치 ‘갈라파고스 섬’같다는 말이 곧잘 회자된다. 외부의 시각만이 아니고 우리 내부에서조차 다양한 목소리들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 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대변해준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정권의 교체도 실현해내고 있지만, 이로 인해 좌·우 진영의 갈등과 보복이 잠시도 그치질 않고 있다. 그 한 가운데에 민심이 자리를 잡으면서 제도나 절차를 무시하는 포퓰리즘적 행동들이 더 기승을 부린다.
설익은 민심의 말초신경이나 건드리는 행위에만 연연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극성을 부린다. 광장은 둘로 갈라지고 언론은 연일 하나같이 앵무새처럼 굿판을 부추긴다. 국가의 장래나 먹거리 챙기기는 계속 뒷전으로 밀리면서 사회는 점점 더 불안해진다. 모두가 자기 밥그릇 채우기에 혈안이 되어 나만 잘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적폐 청산한답시고 가거를 들추다보니 연일 부정과 비리가 터져 나온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다.
돈 있고 권력이 있으면 지구상에 한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무소불위, 즉 무엇이든 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사실 많은 나라를 다녀보지만 우리만큼 가진 자들이 법이나 제도를 무시하면서 활개를 치는 나라가 없다.
돈을 가진 자들은 내 돈 내가 쓰는데 왜 간섭하느냐고 항변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남의 돈이나 국가의 돈은 쌈짓돈처럼 쓰면서 활보를 한다. 때로는 이에 더하여 안에서 하던 추태를 바깥에서 하면서 국가적 망신을 시키고 다닌다.
최근에는 머리에 띠 두른 자들의 힘도 막강해졌다. 비위가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자기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간다. 경쟁국에서는 허용되거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일들도 한국에서는 불법 혹은 편법이 되어 족쇄를 채우는 것들이 허다하다. 이분법적 사고로만 접근하여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주기에 바쁘다. 고칠 생각은커녕 우리가 옳다고 대들기까지 한다.
글로벌 시장에 수출을 해야 먹고사는 나라가 이런 ‘막가파’ 식으로 살면 왕따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에는 쪽박을 찰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년 관광수지 적자를 사상최대로 갱신하면서도 해외에 나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오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우리식으로 객기나 부리고 건방만 떨다 오는 것 같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2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