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신도시정책에 신음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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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1-21 13:03:04

정부는 지난해 말 서울과 인접한 3기 신도시 4곳을 발표했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등이 해당하며 기존 2기 신도시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2기 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교통문제를 애초부터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그런데 3기 신도시 발표로 인해 예상되는 2기 신도시 거주민들의 피해 등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결과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꽤나 긴 거리를 이동해야하는 여정이었으나 생각보다 취재는 수월했다. 주민들이 처한 현실이 명확했고 불만을 표하며 울분을 토하는 시민들이 많은 탓이다.

직접 방문한 2기 신도시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부의 방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존 신도시들의 문제를 바로잡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사업을 벌이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침체된 신도시를 살릴 생각은 하지도 않고 다른 지역을 활성화시킨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 업자들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는 이유로 2기 신도시 주민들을 희생양 삼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직접 방문했던 2기 신도시 곳곳엔 빈 상가가 방치돼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상가를 활용할 수 있을 리 만무했고 기존 상가에 터를 두고 장사를 하던 상인들도 장사를 접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아직도 여기저기서 공사소리가 들리고 있던 신도시지만 누구를 위한 공사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집이 필요한 서민들은 교통이 불편한 2기 신도시 대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고 있었고 장사 터전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신도시를 외면하고 있었다.

지금 이상태로라면 2기 신도시가 종국엔 슬럼화가 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아보였다. 원래부터 매력도가 떨어지던 도시는 3기 신도시의 등장으로 더욱 매력도가 떨어지게 됐다. 기존에 2기 신도시 지역에 계약을 했던 사람들도 3기 신도시로 향했고 이는 앞으로도 지속돼 유입 인구는 점차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기존 주민들도 갈수록 살기 버거워 지는 곳에서 생활을 지속할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그들은 살던 집을 팔고 나가야 할 텐데 그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2기 신도시 주택의 가격을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거래는 동결됐다. 다른 지역의 집값은 오를 때 가격이 떨어진 주택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새로운 지역에 터를 잡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신도시를 찾은 이들은 서울을 주 활동지로 두고 있지만 서울의 높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주거지를 근교로 선택한 이들이다. 즉 영세한 서민들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명목아래 이해할 수 없는 신도시 정책으로 서민들을 눈물짓게 만들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지자체와 정부부처 관계자 등과 통화를 진행했을 때 그들은 2기 신도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곤 했다. 실거주민들과 부동산 전문가들도 2기 신도시가 침체됐다는 의견을 내놓는 마당에 귀를 닫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셈이다. 국민들이 분명하게 손실을 보고 있는데도 외면한 채 ‘잘 되고 있다’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건 무책임하다. 결코 옳은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가 단 한 가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국민들의 생존권과 이익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부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보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업적 쌓기와 듣기 좋은 말을 내뱉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 수많은 국민들의 눈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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