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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가장 큰 명절인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설 선물을 고르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이에 업체들은 가격을 낮추고 효용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에 맞춰 고객의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실속형 선물세트’는 물론 ‘웰빙 선물세트’ 등 다양한 선물세트들이 출시돼 눈길을 끈다.
이런 상품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소비자심리가 여전히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7.5로 조사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기준치(100) 밑에서 맴돌고 있다. 이는 국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에 비해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얼어붙은 소비자의 심리를 공략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다양한 저가형 설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소비자들 역시 실속 있고 취향에 맞는 알뜰한 상품들을 구매하고 있다.
대형마트·백화점 대대적인 할인행사…‘실속형’ 선물이 뜬다
설 명절을 맞아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실속 있는 상품들을 다양하게 출시했다. 제수용 음식을 비롯해 가족에게 선물할 특별한 선물,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선물세트 등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맞아 다양한 ‘설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설에는 10만원 이하 농·축·수산물 선물세트의 품목수를 지난해에 비해 다양화 했으며, 10만원 이하의 선물 세트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대표 상품인 ‘한우인기정육세트’는 불고기·국거리·산적 등이 500g씩 들어 있는 모둠으로 9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설 선물용으로 찾는 이들이 많은 ‘횡성한우실속세트’도 1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횡성한우실속세트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제작된 상품으로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된다. 과일 상품인 ‘행복 사과/배 혼합세트’는 9만8000원에서 25% 할인된 가격인 6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1인가구의 증가와 ‘소확행’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춰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승부하는 셈이다.
이마트는 국민대표 선물세트인 햄과 식용유 등 ‘통조림 실속 선물세트’를 최대 4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또한 로스팜 엔네이처 한돈한우 200g캔이 12개 들어간 ‘로스팜 한돈한우 1호’를 5만4800원에서 40% 할인된 가격인 3만288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들은 모은 ‘로스팜 혼합 특호’도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이 선물세트는 로스팜 6캔과 런천미트 6캔, 카놀라유 500ml 3개를 묶은 것으로 정가 4만5900원에서 40% 할인된 가격인 2만9540원에 제공한다. 이외에 엔비사과(5~6개입)를 기존 가격(8980원)보다 22% 할인된 가격인 698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단감(5개입)도 4480원에서 11% 할인된 3980원에 판매 중이다. 이에 시민들은 계속되는 경기불황 속에 저가형 상품을 많이 찾고 있다.
이마트는 고객들의 소비트렌드에 맞춰 가격을 낮추고 실용성이 높인 제품을 제공해 고객의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이마트 관계자인 김현미(47·여)씨는 “젊은 고객들이 저렴하고 간편한 선물세트를 많이 사가고 있어, 이에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폭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과일과 한우 등 주요 제수용품의 시세가 오르고 있어 사전 비축 물량을 통해 물가안정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속있는 차례준비는 재래시장과 백화점 가격 비교 구입하는 것
종로구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은 설 대목을 맞아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었다. 시장 안은 제수용품을 비롯해 설 선물세트를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설 차례상 차림비용 2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전통시장이 25만4215원, 대형 유통업체가 34만9941원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이 9만원 정도 저렴했다.
제수음식 중 광장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종합다식은 한 팩에 1만원 대며 약과(10개입) 한 묶음은 백화점 가격의 반값 정도였다. 롯데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5만원이 넘는 종합 다식세트와 약과 8개가 한 묶음인 1만원짜리 상품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제수재료만 산다면 전통시장의 저가의 실속형 제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
전통시장에서 판매 중인 과일 역시 ‘가성비’ 제품으로 손색이 없다. 실제로 최상급 품질이라는 백화점의 혼합 과일세트는 10만원 대에 판매 중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최상급 품질의 과일을 직접 공수해와 가격이 저렴했다. 사과와 배의 혼합 과일세트(10개입)는 5만원대에 판매 중이며 개수가 적은 제수용 제품은 4만대에 판매 중이다.
백화점에서 낱개로 과일을 구입할 경우엔 배 2개에 만원, 한라봉은 개당 만원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전통시장에서는 배 1개에 2000원, 3개에는 5000원에 살 수 있으며 명품 한라봉 3kg은 백화점 가격의 절반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재래시장은 중간 유통과정이 적어 동일한 품질의 과일을 백화점이나 마트에 비해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백화점에서 과일을 구입하는 사람보다 전통시장에서 과일을 구입해 택배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광장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광진과일 관계자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과일은 백화점과 비교해 차이가 없을 만큼 최상급 과일을 취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며 “시민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대목을 맞아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예림(32·여)씨는 “명절을 맞아 과일과 곶감 등 설 선물을 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했는데 가격이 정말 저렴해 고향에 내려갈 때 부담이 덜될 것 같다”며 “백화점은 선뜻 뭐하나 구매하기 어려웠지만,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국내외 경기의 극심한 불안과 실질적인 소득감소, 최고 수준의 가계 부채의 등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실익과 실속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준비하는 음식의 양도 줄고, 국내 및 수입 농산물과 공산품이 부분적으로 많아져 경기불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저가형 실속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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