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 구축의 화두, ‘세계화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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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미국의 일방적 독주에 제동을 걸려는 EU, 중국 등의 움직임 활발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9-02-16 14:15:00

최근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는 글로벌 불황의 확산 조짐이다. 여기에 더하여 새롭게 개편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질서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당연히 이러한 문제들이 이슈가 되었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Brexit), 4차 산업혁명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현상들을 통해 향후 세계 경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 사항이다.

일방주의, 보호주의, 민족주의 등에서 기인하고 있는 불확실성의 증가와 이에 기승하고 있는 정치 포퓰리즘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등장한 화두이자 신(新)조어가 ‘세계화(Globalization) 4.0'이다.

자칫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을 제거하고, 글로벌 경제 지배구조의 재구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된다. 공멸할 것인가, 아니면 공존을 위한 새로운 협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 시대에 맞는 세계화 모델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종의 헤게모니 다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지난 1970년부터 유행병처럼 번진 신자유주의(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를 배경으로 진행된 글로벌화가 초래한 결과와 이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다.

이는 기존의 글로벌화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빈부의 격차를 키우며, 시장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글로벌화의 수혜가 특정 국가에 집중되거나 선·후진국 관계없이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인해 고용 시장의 불안까지 가중되었다고 보는 관점이다. 미국 우선주의,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발(發) 보호주의 등이 태동한 것도 이러한 이론적 스펙트럼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글로벌화의 희생양으로 둔갑한 반대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이 횡행하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하다. 어떠한 현상이든 원인과 결과가 엄연하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글로벌하게 보면 현재 두 개의 큰 질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이에서 파생되는 수 개의 이슈들이 있다.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포지션 확보 경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은 새로운 질서를 재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월적 위치를 선점하려는 주자로 바로 미국이다.

다른 한편은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협력의 틀을 강조하는 측으로 유럽(EU)과 중국이 대표주자다. 표면적으로 보면 미국과 기타 세력 간의 대립으로 보이기도 한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을 피해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다수의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유럽은 그들이 던진 4차 산업혁명을 근간으로 새로운 세계화 모델을 모색해 나가는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려고 한다. 미국은 글로벌화로 야기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미국 중심의 공정한 질서 확립이라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운다.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되고 있는 논쟁 자체에 대해서 애써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기까지 한다.

‘세계화’는 한국 경제의 원동력, 새로운 질서에도 승자가 될 수 있는 여지 충분

그렇다고 중국과 EU가 찰떡궁합만은 아니다.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해서는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지만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중국의 기술 도둑질에 대해서는 오히려 미국 편에 서있다. 미국, 중국, EU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현재 돌아가고 있는 판세를 예의주시한다. 자국에게 미치는 유·불리와 이해득실을 따진다.

기본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판짜기와 고립주의보다는 협력을 전제로 하는 세계화 모델의 수정에도 부정적이지 않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세계화가 자국 경제의 발전에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도 하다. 글로벌 경제의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소위 ‘R(Recession,불황)+L(Layoff,해고)'로 정의되는 글로벌 경제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공조와 질서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국 미국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타협점이 모색될 수 있다는 전제가 되고 있다. 다만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강자들의 주도권 경쟁과 편 가르기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다.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질서 정리 과정에서 의외의 유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한국 경제는 한국이라는 영토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지도 내에서 움직이고 있는 경제 주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세계화 모델의 틀 속에서도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다. 우리 경제도 세계화라는 프레임 속에서 이 정도까지 성장했고, 앞으로도 이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질서를 만들어 가는데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하지만 강자들의 논리에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정세 판단을 예리하게 하고, 수를 잘 읽으면 위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의외의 기회도 많다. 국가 경제 운용의 틀도 여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 동력이 다시 생겨나고,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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