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자처하는 공공기관의 일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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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자처하는 공공기관의 일처리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문용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2-18 10:45:50

유연한 일처리란 한 쪽이 아닌 다수가 이익을 얻는 쪽으로 처리됨을 의미한다. 유연함이란 상황에 따라 효율적인 방향과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이 유연성을 강조하며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공공기관은 철밥통이란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유연하지 못한’ 집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 그런 사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일이 있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위치한 호계1초등학교(가칭) 신설 문제가 그것이다. 당초 ‘호원지구 주택 재개발(평촌 어바인퍼스트)’ 내에 초등학교 부지를 요구했던 교육부는 부지 매입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2017년과 지난해 초등학교 신설을 막아왔다.

초등학교 신설이 어렵다면 2021년 1월 준공될 ‘평촌 어바인퍼스트’ 입주예정자들의 자녀들은 물론이고 2021년 12월 준공될 ‘호계두산위브’ 입주예정자들의 자녀들도 신설 초등학교가 아닌 기존의 학교를 다녀야 한다. 학급을 변함이 없는데 학생이 대폭 증가한다면, 과밀 학급으로 인해 기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교육은 질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 경기도 교육청, 안양과천교육지원청 등은 호계1초등학교(가칭)가 들어설 부지 인근에 초등학교가 많아 충분히 분산 배치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야한 곳 중 한 곳은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이 증축이 어렵다고 했던 초등학교이며 다른 한 곳은 경기도 평균에 비해, 학생 수가 월등하게 많은 곳이다.

게다가 초등학생이 등교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때문에 입자예정자들은 초등학교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재 신도시가 아니면 수도권 내 초등학교 신설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본 기자가 취재한 안양시 동안구 일대는 주택 재개발과 아파트 재건축이 한창인 곳이다. 평촌어바인 퍼스트와 호계두산위브, 삼신6차아파트 재건축 등 5000세대가 넘는 사람들이 입주할 곳이다.

또한 인근에 △덕현지구 2761가구 △융창아파트 주변지구 2417가구 △호계온천 주변지구 1100가구 등이 새롭게 지어진다. 사실상 또 하나의 신도시급 단지가 들어서는 곳으로 봐도 무방한 곳이다. 언제 초등학교 신설돼도 이상하지 않은 규모다.

교육부는 ‘신도시에만 초등학교 신설’이라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해 ‘신도시급’ 인구가 들어설 안양 동안구 일대에도 신설 초등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현장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철밥통이란 소리를 듣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정책과 원칙만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유연성의 발휘는 국민과 다수의 입주민들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있지만 공공기관의 결정이 더 중요하다. 이는 행정적인 결정이 국민 한 사람이 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문용균 ykm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