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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최근 너무 뜨겁다. 역동적인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운 조급증으로 들끓는다. 여기저기 유아독존 정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요동치고 있다. 정치·경제·안보 등에서 국운을 가를 현안들마다 ‘나만의 정의’가 최고라는 분열의 주춧돌들이 놓여지고 있어 망국병으로 가는 공포의 하부구조가 착착 건설 중이다.
정의로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을수록 정작 분열의 프레임에 더 갇히는 자가당착의 망국증세가 심화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 틈을 노려 여-야 가릴 것 없이 자신들의 당리당략 표계산에 더 분주하다. 분열 구도가 확실할수록 표계산이 정확해 지면서 분열의 세몰이를 위한 군불이 더 강하게 지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정의를 가려야 할 사안들이 급격히 많아졌다. 5·18 광주, 김경수-드루킹, 박근혜 탄핵, 북한 김정은 핵, 탈원전·신재생 에너지, 한국사 교육, 신 국방·안보 정책, 주한미군, 친미-친중 외교전, 자유시장-소득주도, 재벌 정책, 최저임금 로드맵, 자영업 현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청년 퍼주기, 고령사회 노인문제, 혈세 출산지원, 사법 개혁, 언론 길들이기 등이 그것이다.
이를 뭉뚱그리면 보-혁 대결구도가 선명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보수-진보 각 진영 내에서도 자신들 간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각론으로 더 들어가면 분열의 촉매요인들이 무한히 늘어나고 있다. 망국병으로 치부돼 온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분열은 오히려 약하다고 할 정도까지 나아가고 있다.
대부분 절대 굽힐 수 없고 그럴듯한 자신들만의 비답(批答)들이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비답(非答)인 경우가 많다. 그것을 우리는 시쳇말로 진실공방이라고 부르지만 망국증세다. 이 공방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감정의 벽까지 높이 세워 분열의 에너지를 키우기 때문이다.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를 완전히 무시한다.
최근 대표적인 것이 5·18을 보는 극단적 대립이다. 북한의 간첩 개입여부를 두고 증인·증거들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국민들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 결과 정의를 내세운 세물이 싸움이 더 강경해졌다. 이 와중에 이런 판세를 기회 삼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득을 보는 세력들까지 활개치고 있다.
또 댓글 사건은 전-현 정권의 정체성과 근간을 뒤흔들 사안으로 확대됐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도덕 깃발’이 각자 올려졌다. 권력의 정체성을 뒤흔들 댓글 사건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 주적들을 분명히 세우는데 강력히 일조했다. 댓글과 관련해 최선봉에 선 사람들은 양측 모두 정의의 사도로 자천 타천 옹립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탄핵 논란까지 재점화 되면서 분열 프레임은 더욱 공고해 졌다. 지리한 싸움으로 여전히 정의 프레임을 계속 덧입히고 있는 경제·교육·역사 논란 등이 또한 가세했다. 여기에 우리의 민주주의와 헌법가치로 가장 중요한 3권 분립마저 권력싸움의 ‘울타리 정의’로 들어가고 말았다. 보-혁 모든 정권에서 사법부는 솔직히 권력의 그늘 아래서 움직였다. 그 세몰이 싸움이 지금 절정에 달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사법부 칼을 쥐려는 욕심들이 과하다. 단죄의 칼을 쥔 권력이 자신들만의 정의 잣대를 내세워 굿판 진흙탕 싸움을 확대하고 있다. 그럴수록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정의들이 옹립된 싸움이지만 권력이 개입된 이전투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법부를 향한 통제의 칼을 누가 잡을 것이냐의 권력싸움이 막장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여하한 관여하지 않는 것이 정의다.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행정부 권력의 칼로 외과 수술식 메스를 들이대면 사법정의는 실현되기 힘들다. 사법부는 되레 권력에 알아서 조아리는 구조에 빠져들 뿐이다. 사법부 스스로 자생적 정화의지를 고양시킬 환경들을 만들면서 이를 국민여론에 맡기는 것이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나게 하는 지름길이다.
시장논리 또한 마찬가지다. 권력에서 나오는 정의 또는 나 홀로 칼질만이 맞다는 식의 잣대와 칼춤이 심할수록 시장도 사법부처럼 거꾸로 간다. 온갖 큰 호미, 작은 호미들을 들이대면서 밭갈이를 열심히 하고자 하지만 그럴수록 농사를 망친다. 시장은 정해진 정의가 없다. 답도 찾으면 안 된다.
시장은 모두가 좋은 부(富)를 창출하는 이른바 돈 공장이다. 진-위, 선-악, 미-추를 굳이 구분해 칼질을 하고자 하면 시장은 부(富)가 잘 생산되지 않고 돌아가지도 않는다. 분배를 인위적으로 하고자 하면 부는 더 순환하지 않는다. 자유와 평등의 정교한 시소게임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국가는 외곽에서 공정한 룰에 대한 감시의 눈을 뜨고 있으면 된다. 시장에서도 정의의 칼은 사법부에 맡기면 된다.
국방-안보 역시 정의의 프레임들만 아우성 치고 있을 뿐 진짜 답은 헌신짝처럼 버려진 상황이다. 안보에 관한한 정의가 이곳저곳에서 많을 수 없는 것이 답이다. 권력이 개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국민·국가를 위해 오직 하나로 옹립된 군령의 명백한 지휘체계가 군의 정의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취임 선서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목적에서만 선봉에 서면 그 자체로 정의롭다.
권력 중심의 개혁이란 캐치프레이즈는 가장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재벌개혁, 사법개혁, 군 개혁 등의 도덕 깃발을 내건 사안들일수록 권력개입은 최소화 돼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컨센서스가 가장 긴요하고 중요하다. 여론재판식으로 몰아가는 속칭 정의의 사냥꾼들도 답을 먼저 내리는 식의 권력형 개혁을 부르짖을 때 끝없는 분열만 부를 뿐이다.
지금 난무하는 정의의 프레임들을 모아 추슬러 보면 하나가 선명하게 보인다. 진짜 정의가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진짜 정의는 수많은 정의의 프레임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큰 그림이다. 분열을 획책하는 정의가 아니라 분열을 방어하는데서 나아가 선제적으로 총화를 이끌어 가는 큰 설계다. 그 속에 제각각 하늘처럼 옹립된 ‘좁쌀 프레임’들이 하나로 녹아들 수 있다.
안타깝게도 크게 보는 노력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분열 프레임이 큰 그림이라는 착각 아래 불행한 방향으로 진화까지 하고 있다. 제각각 설정된 포용력이 없는 정의들이 권력싸움에 불을 붙이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표가 곧 정의라는 권력 지상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돌연변이 세포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국민 서로를 주적으로 세우는 것이 흉측한 돌연변이다.
그들만의 정의를 앞세운 정의는 그것이 설사 지상최고의 정의라고 해도 그리고 순수하다고 해도 부지불식 빠져든 돌연변이 권력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글로벌 시각으로 보면 하찮은 동네싸움이다. 아니면 정의를 자존감으로 삼은 수준 이하의 삼지창 무기에 불과하다. 실제로 서로가 삼지창을 든 모습을 꼴불견으로 보면서 서로를 역겹게 여기고 있다.
대안은 있다. 훌륭한 지도자를 선별하는 냉정한 눈이 그것이다. 이 지도자는 국민의 희망이나 요구사항에 억지춘양 식으로 부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올곧게 간다. 국민들의 희망사항이 늘 옳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국민적 지탄을 감수한 판단을 주저 없이 내리는 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결단이란 것도 잘 안다. 호화롭지만 편협하고 작은 정의의 울타리에서 나와 이런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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