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결정 앞서 국민의 소리부터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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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2-26 23:58:56

정부는 지난 11일 불법 사이트 차단을 위해 ‘HTTPS 차단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생활 검열이란 문제와 차단 기준의 모호함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비판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새롭게 도입된 ‘SNI 차단 기술’이 검열 및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불법’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와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외 음란물과 도박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HTTPS 차단 규제는 기존의 DNS 차단 방식보다 강화된 조치로 사용자가 사이트에 접속하기 전 패킷(packet)을 열어 서버 전체를 전면 차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HTTPS 차단 규제는 인터넷 회신을 통해 오가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로채는 패킷 감청 형태가 될 수 있어 자칫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검열 및 통제의 형태로 이용될 수 있다.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HTTPS 차단 규제는 사용자가 사이트에 접속하기 전에 암호키를 교환하는 패킷(SNI)을 정부가 먼저 보고 불법 사이트로 판단되면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잠깐 주소가 뜨는 부분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접속내역과 접속자의 신원이 공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부터 광장 집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HTTPS 차단 등 데이터 검열과 관련해 대한민국에 ‘빅브라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빅브라더란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비롯된 용어로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혹은 그러한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이다.

정부는 청원과 집회가 이어지자 국내 이용자의 접속을 차단한 사이트 중 96건이 음란사이트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도대체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어디까지를 성인물로 기준을 정하고 있는지, 정부가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정책을 진행하기에 앞서 국민의 소통과 공감을 얻지야 한다. 정책을 실시할 때 ‘사생활 침해’ 문제와 ‘차단 기준의 정확한 명시 필요성’을 예상했다면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순서이다.

어떤 사이트를 차단할지의 여부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심의권한을 부여 받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위원 5명이 결정한다. 하지만 불법 사이트 차단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데다 이전 실수한 예가 적지 않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웹툰 등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건전한 인터넷환경 조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호한 기준과 근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논란과 검열·통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HTTPS 차단정책에 따른 검열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이제라도 명확한 불법 사이트 차단 기준과 절차를 공시해야 할 것이다.

[박형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형순 기자 hs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