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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내면 상류에 살둔마을이란 곳이 있다. 강원도 오지 중 오지다. 내린천 상류 지역이라 청정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살둔의 의미는 ‘살만한 둔덕’이라고 한다. 방태산(1444m) 줄기인 숫돌봉(1320m)이 살둔마을을 감싸고 있는 형세다.
산 주변은 ‘삼둔사가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정감록 피장처에도 나온다고 한다. 남쪽의 내린천 부근에 있는 살둔, 월둔, 달둔의 3둔과 산 북쪽에 있는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의 4가리를 일컫는 말이다. 삼둔은 강원 인제군의 점봉산∼구룡령∼비로봉(오대산)∼계방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서편 산중이다. 사가리는 소양강 상류 내린천 최상류인 방태천에 흘러드는 물골로 방태천 계곡(현리∼진동리 설피마을)의 오른편 방태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살둔마을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살둔산장이 계기가 됐다. 살둔산장은 윤보선 대통령 이복동생 윤두선 씨가 월정사 복원작업에 참여한 목수에게 특별히 부탁해 1985년 지은 것이라 한다. 오대산 월정사 주변 소나무를 가져다 전통 귀틀집으로 1층을 짓고 독특하게 2층을 올렸다. 맞배지붕에 양옆으로 풍판을 둬서 비와 바람을 막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 이복동생이 지었다는 2층 한옥
통나무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엮고 그 사이를 황토로 채웠다. 원래 강원도 전통 귀틀집은 대개 방 2칸 정도만 귀틀로 하고 나머지 방이나 마구간 등의 공간은 판장벽으로 하는 규모가 작은 산간주택이다. 살둔산장은 1층에 큰방 1개와 작은방 2개를 황토방으로 꾸몄다. 2층은 침풍루(枕風樓)라 이름 지어 바람을 베고 눕는 곳이란 의미를 담았다. 한여름 양쪽 창을 열면 맞바람이 불어 시원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살둔마을 자체가 정감록에 기록된 피난처 7곳 중 한곳으로 전해지고 있는 오지마을인 동시에 명당자리다. 그중 산장이 지어진 자리는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자리란 의미의 봉소포란형(鳳巢抱卵形)으로 명당 중 명당이다. 살둔산장은 한 출판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살고 싶은 100대 산장’으로도 손꼽혔다.
산장 뒤로는 내린천이 한번 휘돌면서 물살이 안정되고 수심이 얕아 물놀이에 적합하다. 소(沼)가 하나 있는 데 이름이 ‘호랑소’로 전해진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소 위 절벽에 앉아 있던 호랑이가 졸다가 삐끗해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해학 넘치는 이름이다.
오토캠핑장 자리도 조성이 잘 돼 있어서 여름이면 웨이팅이 걸릴 정도다. 살둔산장 측은 1일 최대 수용인원을 70명으로 한정해서 쾌적한 힐링을 보장한다. 여름에는 매점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서 큰 준비 없이 단출하게 찾아도 괜찮다.
한겨울에도 난방과 온수가 완벽하게 지원되고 깨끗한 침구류가 제공돼 가볍게 쉬고 올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엔 꽝꽝 얼어붙은 내린천 위를 걸어서 협곡 사이를 산책하는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산장서부터 문암마을까지 편도 6.5km(왕복 3시간 30분 소요) 트래킹 코스도 있다. 문암마을에는 108년 된 문암교회가 있다. 외국인 선교사가 이 지역에 들어 왔다가 폭설에 고립돼 나가지 못하고 목회를 시작했다고 한다. 살둔산장의 산장지기는 헤럴드경제 편집국장 출신으로 부동산 전문기자로 잘 알려진 장용동 대표다. 지금은 아시아투데이 부사장과 대기자를 겸하고 있다.
겨울 살둔산장은 ‘멍때리기’ 좋은 최적의 힐링 명소
겨울 살둔산장은 그야말로 ‘멍때리기’ 최적이다.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이다. 내린천이 얼어붙어 물놀이와 고기잡이도 불가하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풀 한포기 나물 한줌 나지 않아 뽑을 게 없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트래킹, 장작패기 정도다. 저녁은 추위를 피해 몽골텐트서 바비큐 파티하면 그것이 최고 호사다. 심신이 지쳐 힘들고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빵빵하게’ 재충전하기 좋은 곳이다.
살둔산장에는 지난해 2월초에 이어 올해는 2월 하순에 방문했다. 지난해엔 눈이 쌓여 있었는데 올해는 바로 전날 모두 녹아버렸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이다. 내린천도 꽁꽁 얼어 있었는데 이번엔 중간이 녹아서 경쾌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봄에는 산장 주변에 봄나물이 제법 올라온다고 한다. 그래서 봄에 또 한 번 찾을 생각이다.
살둔산장을 오갈 때 꼭 들르는 식당이 있다. 강원도에서 막국수를 빼놓을 수 없지 않는가.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에 있는 ‘생곡막국수’가 바로 그 식당이다. 주변에 초등학교 달랑 하나있는 첩첩산중에 간신히 뚫린 56번 국도변에 위치한 식당이다. 오지 중의 오지지만 ‘맛’ 하나로 승부해서 성공한 대박집이다.
가성비 최고인 56번 국도변 막국수 맛집 ‘강추’
막국수(7000원), 감자전(1만원), 촌두부(7000원), 백김치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자연스런 맛을 자랑한다. 메밀함량이 좋은 면발에 최소 양념으로 맛을 낸 막국수에서는 강원도의 힘이 느껴진다. 지난해엔 적당한 국물에 통깨를 조금 뿌려 내왔는데 이번엔 국물을 전혀 넣지 않고 통깨와 간깨를 듬뿍 고명으로 올렸다. 대신 동치미를 한통 따로 내준다.
갈고 채 썬 감자를 적당히 섞어 일체 가미 없이 검노릇 하게 구워낸 감자전은 맛에 한번, 가성비에 두 번 놀란다. 지난해 7000원하던 것이 비록 1만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비교를 거부하는 비주얼과 맛을 자랑한다.
지난해 봄 20kg 한 상자에 10만원이 넘었던 감자파동을 겪으면서도 최소한만 인상했다. 메뉴판 가격대가 틀려진 것이라고는 감자전과 소주 값이 1000원 오른 게 전부다. 감자전은 지져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통에 테이블 당 한 접시만 시킬 수 있었지만 이젠 제한이 없어진 모양이다.
어른 손바닥 만한 촌두부는 또 어떤가. 맑디맑은 콩물에 담긴 우윳빛 두부 자태가 요염(?)하다. 지난해보다 양이 좀 줄어든 듯 했지만 같은 가격이란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물김치는 내다 팔만큼 자신 있는 솜씨고, 음식 전반이 군더더기 없다. 옛적 물산이 한정되고 부족한 강원 산간오지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인 탓에 자연미가 듬뿍 담겨있다. 56번 국도를 지날 때 꼭 들러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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