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TK 갈등 부추기는 의원님·시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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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07 08:27:16

"나라의 헌법이 좋으면 좋을수록 인민은 사적 관심보다 공적인 일을 더 소중히 여긴다"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장 자크 루소와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말이다.

‘분권’과 ‘자치’로 대표되는 민주적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말은 정치·경제·지역 갈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새겨 볼 명언이다.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주민과 자치정부가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제도다. 권위주의 시대 중앙정부의 일방적 지시와 통제시스템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을 위한 현안과 갈등을 자주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의미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웃 지역과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소통과 협력시스템 구축 또한 매우 중요하다.

올해 24년째 맞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지역 내 단순한 자치행정 수준을 넘어 자치단체 간 상생협력 단계로 성숙해지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를 위해 과거 자기지역만 고집하며 이웃 지역과 갈등하던 모습은 이웃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공동 유치전에 나서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추세다.

이웃 지역과의 갈등과 반목 대신 협력과 소통을 통한 동반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주민 간 불신과 혼란으로 인해 치러야 했던 사회적 비용이 감소되고 침체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책사업 유치를 놓고 일부 자치단체장과 정치권이 오히려 지역갈등을 방치하며 정치쟁점화 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최근 동남권신공항 건설 부지를 놓고 부산·울산·경남지역(PK) 단체장들과 대구·경북지역(TK) 단체장들 간의 대결과 신경전은 지방자치제도의 핵심가치인 지역 간 ‘소통과 협력시스템’ 구축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더구나 지역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통해 영남지역의 경제회생을 꾀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훼손되고 내년 총선을 위한 힘겨루기와 정치적 이해득실만 난무하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정부는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당시 PK지역은 부산 가덕도를 신공항 부지로 지지한 반면, TK 지역은 대구시내 한복판에 있는 군(軍)·민간 공항을 다른 지역으로 통합 이전하는 대신 지리적으로 가까운 밀양을 신공항 부지로 밀었다.

PK·TK 지역 국회의원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일색인 상황에서 난감해진 박근혜 정부는 동남권신공항 사업의 타당성 조사결과를 무시한 채 지금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절충하며 마무리했다.

동남권신공항 문제는 지난 2017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PK지역 단체장을 싹쓸이 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PK 지역 단체장들은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검증결과 부적합으로 판명 났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을 계기로 가덕도 유치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PK 지역민심을 끌어안으려는 속셈이 분명해 보인다.

반면 대구·경북지역(TK) 단체장들과 정치권은 만일 김해신공항 부지가 백지화된다면 당초 TK지역이 지지했던 밀양을 후보지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대구에서 김해공항까지의 거리나 가덕도신공항 부지까지의 거리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과거 밀양 유치 실패에 대한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서북쪽에 위치해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동남쪽에 동북아 허브공항을 짓겠다는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초창기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소목적 갈등을 겪었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인 PK·TK 지역 간의 소통과 협력은 사라진지 오래다. 영남지역 전체, 더 나아가 대한민국과의 동반성장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PK·TK 지역 단체장들과 정치인들은 동남권신공항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다.

‘동남권신공항 부지가 어디에 있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동남권신공항을 인천국제공항에 버금가는 세계적 수준의 허브공항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 간의 지속적인 소통과 설득, 그리고 협력을 통한 부지 선정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동남권신공항 문제를 놓고 벌어진 PK·TK 지역의 갈등원인 진단에 나서야 한다. 동남권신공항 부지선정을 포함한 PK·TK 지역갈등 문제에 적극 개입해 중재와 설득, 합리적 명분제시에 문제해결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