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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일제 강점기에 소설가 김유정이 발표한 ‘봄봄’은 한국 문학의 위대한 단편의 하나로 회자된다. 이 위대한 작가는 그의 이름을 딴 기차역까지 생겨 그의 고향 강원도 춘천에 한국에서 문학가의 이름을 딴 최초의 역, 김유정 역이 있다. 그 역에는 김유정의 봄봄이나 그의 문학적 과업을 기리는 전시장도 있다.
김유정의 이 '봄봄'은 매우 어리숙하면서도 순박한 '나'라는 자가 주인공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알랑가? 모를랑가? 예전에는 농촌에 ‘데릴사위’라는 제도가 있었다.
즉, 결혼을 하면 여자 측에서는 “시집을 간다”라는 등식으로 남자의 집, 시집에 들어가서 신랑과 사는 것이 보편적인데 ‘데릴사위’는 반대로 신랑이 여자 측의 집으로 가서 산다는 방식이 데릴사위이다.
요즘 같으면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 당시로는 매우 가난하거나 자신의 재산과 집이 없고 찢어지게 가난한 총각이 더러 행하던 결혼 방식이 데릴사위였다.
데릴사위로 들어간 ‘나’는 ‘봉필’주인의 딸, 무지하게 예쁘고 아름다운 점순이와 하루빨리 혼인을 하고 싶었지만 3년의 계약이 끝난 다음에 혼인을 시켜 준다는 봉필의 약속이 있어 애간장 다 녹이면서 장인의 명령을 받으며 농사를 짓고 허드렛일을 하며 머슴역할을 하고 살아간다.
작품의 서술자이면서 주인공인 ‘나’는 3년을 훨씬 넘도록 봉필이라는 마름의 딸 점순이와 혼인하기 위하여 돈 한 푼 안 받고 데릴사위로서 약정된 머슴노릇을 한다. ‘나’는 어서 빨리 점순이와 혼인을 하고 싶으나, 그럼으로써 노동력이 손실될까 우려하는 봉필의 욕심 때문에 그 소망은 번번이 좌절된다. 봉필의 상투적인 이유는 점순이가 채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인 ‘나’는 우직하고 바보스러운 인물이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인간의 우행(愚行)을 연민이나 타애적(他愛的) 감정으로 용인하려는 해학의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또한 서술에 있어 속어적인 어조가 토착적인 정감과 전래의 바보사위 이야기와 같은 인간의 바보스러운 순진성에 대한 연민의 해학미를 더욱 유발시킨다.
필자는 중학교 때인가 이 소설을 주제로 만든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주인공 봉필의 학대와 ‘나’ 의 순박한 머슴 생활이 매우 불만이었지만 영화의 서막에서 배우나 감독의 소개를 할 때, 봉필이 커다란 돼지를 작대기로 때리면서 어느 곳으로 데려가서 그 집의 돼지와 교미를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당시 어린 나에게는 그 돼지의 교미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 교미순간, 돼지 몸의 출렁이는 장면을 깔고 스탭 자막이 나오는 기가 막힌 장면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3월 하순인데 아직도 날씨는 봄 같지가 않아 의복을 두껍게 입고 집을 나서야 하는 계절이다. 봄은 왔으나 아직 봄이 아니라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청와대 누구의 작품인지는 몰라도 “봄이 온다”라는 타이틀로 2018년 4월 1일 남북정상회담 사전행사이자 평화를 기원하는 남측 예술단의 1차 평양 공연이 이루어졌었다.
2018년 4월 1일 오후 6시 50분 평양 동평양 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의 첫 공연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리설주가 참석하는 등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예술단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을 그때가 처음이란다.
“봄이 온다.” 참으로 반갑고 기다려지는 봄, 이 봄은 그냥 계절의 봄이 아니라 남북이 얼어붙었던 냉전시대의 총칼을 겨누면서 날카롭게 대치하던 시절을 벗어나 평화가 오는 진정한 봄을 기다리면서 남북이 함께 바라던 봄이었다.
“봄이 온다.” 이 얼마나 고대하고 기다리는 말인가? 그러나 얼음이 언 대동강 밑에는 부드럽고 유연한 물고기가 다니는 은근히 따스하고 부드러운 녹은 물이 흘러야 하는데 두껍고 아주 단단하게 꽁꽁 얼어붙어 눈꼽만치도 녹을 생각도 않는 대동강 옆에서 춤을 추면서 건배를 하면서 얼굴의 껍질 피부만 움직이는 거짓 미소를 맞이하면서 봄을 기다리면 진정한 봄이 오는가? 인위적으로, 작위적으로 봄을 만들어 낸다고 봄이 오는가? 우리는 봄에 대한 환상에 젖어 봄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봄이 온다” 는 공연이 있은 뒤, 1년이 지난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은 결렬됐고, 위대한 시인 김소월이 애간장 녹이는 시의 “영변의 약산 진달래가 피는 곳” 그곳에 영변 동창리에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핵시설은 여전히 재가동이 되었으며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이 두 차례 진행되는 동안 북에서는 핵폭탄이 6개 정도 추가로 완성되었다는 암울한 소식만 들려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에 낭독하던 “금강산 관광재개와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허공에 날아가 버리고 요단 강물 건너가고 없다.
남녘에서는 매화꽃이 만발하고 제주도의 유채꽃은 봄이 완전히 이 땅에 왔다는 증거다. 이제 곧 진해에서는 벚꽃 축제가 벌어지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옆에 벚꽃도 만개하면 소박한 시민들이, 순박한 백성들이 남녀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며 봄을 즐길 것이다.
이 벚꽃이 개성에서도 필 것이고 사리원, 박연폭포 지나 대동강물이 흐르는 평양에서도 활짝 필 것이다. 남이나 북이나 백성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순박하고 착한 백의민족이라 이 따스한 봄을 즐기면서 진정한 남북의 봄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몇 해 전 부산에서 아시안게임을 할 때, 북에서 온 “미녀 응원단”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길을 가다가 비가 오는 속에 김정일의 사진이 있는 플래카드가 비에 젖는 모습을 보고 버스에서 내려 눈물을 흘리며 “장군님께서 비에 젖는다”며 몸부림치며 호들갑을 떨던 일이 생각난다.
세상에 둘도 없는 지독한 개인숭배 “교조주의 공산당”이 저리도 이를 갈며 대들고 꽉 거머 쥐고 앉아 있는데, “수틀리면 고사포로 날려 버리고” 눈에 거슬리면 이복형도 살인가스로 남의 손을 빌려 살해해 버리는, 지구상에 둘도 없는 살벌한 자가 아직도 건재한데, 그의 손에 의해 봄을 만들어 내겠는가?
어리석은 우리 지도자만이 세계에서 외톨이가 되어 “그들은 착하다,” “그들은 순박하여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 “그들은 핵을 반드시 없앨 것이다”고 외치지만 세계인들은 냉소를 보이며 코웃음으로 바라본다.
“봄이 온다.” “봄이 온다.” “봄이 온다.” “봄이 온다.”
우리 대한민국 5000만 민족 모두가 주문을 외워 보자, 하루 종일 아니, 일년 내내 주문을 외워 보자, “봄이 온다.” “봄이 온다.” “흑 흑 흑” “봄이 온다.”
가장 최근 역사에서 독재자가 무너지면서 봄이 왔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리비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후세인, 그들이 그들 나라에 봄을 만들어 주고 가듯, 우리에게도 봄은 오리라 언젠가는 오리라 금수강산 반토막 난 이 땅에도 봄은 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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