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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경 인문책방

‘국민’을 만들어내는 두 가지 개념

규율권력, 안전메커니즘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4-14 16:18:24

▲ 문화평론가 고태경
 주권은 영토의 경계 내에서 행사되고, 규율은 개인의 신체에 행사되며, 안전은 인구 전체에 행사된다고 말입니다.” - 미셸 푸코, <안전 영토 인구> 중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조항은 이 나라가 국민국가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때 주권의 주체는 국민이 되는데, 그렇다면 그 국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예컨대, 내가 일본의 반도에서 태어났다면 나는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일 수 있을까. 혹은 이주를 통해 국경을 넘어왔다면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함의하는 바는 국민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영토를 경계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피부도 얼굴의 특징에서도 구분이 안 되는 사람들을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 등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그들이 서로 다른 영토 속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주권은 영토적 경계, 즉 국경에 기반해 확립된다는 것을 뜻한다. 주권은 특정 영토 내에서 발휘되는 국가의 통치권력을 통칭한다.
 
규율권력
 
주권은 국경에 기반해 확립된다.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이 영토를 벗어나는 순간 나는 어딘가의 국민이 아니라 국적 없는 난민이 될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출생신고를 하는 순간 한 나라의 국민으로 등록된다. 그런데,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 국가의 국민이 된다는 것은 매우 복합적인 과정을 수반한다. 예컨대, 한 명의 국민은 누구든 교육받을 의무를 지닌다. 언어를 배우고, 도덕의 원리와 법적 교양과 시장의 법칙을 배우면서 한 명의 아이는 이른바 성인으로 양육된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의 원리에 맞게 길들여진 시민이 된다는 것, 기성사회의 원리와 관습에 적응한 인간이 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국민이 된다는 것은 그 국민국가의 사회적 보호를 받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동시에 그것은 그 국가가 요구하는 특정한 국민의 모델이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70년대에는 장발과 미니스커트 등의 단속이 있었다. 사람들은 거리를 걷다가 애국가가 울리면 걸음을 멈춰 가슴에 손을 얹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은 사상의 자유를 제약했다.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의 실내 공간이 금연공간이 되었고, 지하철에서는 소음 등과 관련한 시민예절을 교육하는 영상이 상영되기도 한다. 우리는 출생신고를 하는 순간, 한 나라의 국민으로 등록되지만, 동시에 국민으로서 길들여지는 긴 교육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 길들여짐의 과정, 혹은 특정 모델에 맞게 생활의 습관과 신체의 반응 등을 교육하는 원리를 보통 규율이라고 한다.
 
규율은 앞서 봤듯, 기본적인 생활습관에 대한 훈육에서부터 외모, 혹은 신체적 반응(국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리는 태도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삶 전반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곤 하며, CCTV나 스마트폰 앱 등의 기술발전에 입각해 보다 디테일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안전메커니즘
 
푸코에 따르면, 규율은 규범이라는 개념에 연관된다. 이때의 규범은 앞서 말한 모델의 의미와도 상통한다. 요컨대, 70년대에는 국가에 순응적인 하나의 국민 모델이 존재했고, 국가는 이를 모두가 따라야 할 범례 혹은 규범으로 간주했다. 군인들의 세계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수많은 국인들 개개인의 차이는 그들의 몸동작과 복장 등의 통일성으로 인해 거의 알 수 없는 것이 된다. 규율은 일종의 통일의 원리이며, 규범의 확립과 깊게 연관된다.
 
반면, 18세기 유럽 식량난의 문제와 더불어 사회의 혼란을 통제하는 새로운 원리가 부상했다. ‘안전의 메커니즘이라고도 부른 이것은 기본적으로 통계학의 원리에 의존한다. 이 원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 위에 확립되었다. ‘식량난으로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가 기아에 허덕이게 될까?’, ‘농산물을 어디에서 조달할 때 이 기아의 비율이 최소화될 수 있을까?’, 혹은 농업생산에서 어떤 문제를 개선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영토적 경계 하에서 중앙집중국가가 확립되며, 이제 화두는 하나의 범례 혹은 규범을 확립하는 것을 넘어, 리스크가 어떻게 최소화될지를 사고하는 데로 나아갔다. 일종의 리스크 관리라는 관념이 생겨난 것인데, 이때 흥미로운 부분은 규율권력이 준거했던 규범의 자리를 통계적 정상화의 개념이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범죄사건이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규율에 기반한 국가의 교육과 훈육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국민적 도덕성 함양에 주력할 것이다. 반면, 안전메커니즘이 준거하는 것은 범죄가 일어나게 되는 상황의 통계적 확률치를 수집하는 것이다. 어떤 지역의 어떤 성별과 어떤 학력과 어떤 인종의 사람들이 더 쉽게 범죄를 행했는지, 어떤 장치가 있을 때 범죄 예방 효과가 좋았는지를 통계화한 후,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원리는 개별 사건 자체에 무관심한 편이며, 대체적인 확률적 추세에 관심을 갖는다. 규율권력이 규범의 범례를 정하고, 금지와 훈육에 기반해 이루어진다면, 안전메커니즘은 확률에 기반해 최적의 평균치가 어떤 것인지를 찾아가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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