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퇴위식 진행…막 내린 헤이세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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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퇴위 드문 일…건강문제 외 극우 세력 견제 시각도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30 14:01:39

▲ 아키히토(明仁) 일왕(맨 앞)이 30일 퇴위식 행사 중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왕궁 내 신전인 규추산덴(宮中三殿)에서 조상들에게 자신의 퇴위를 보고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키히토 일왕(85)이 30일 퇴위식을 갖고 왕위에서 물러난다. 이로써 1989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와 함께 시작된 일본의 연호는 헤이세이(平成) 31년으로 막이 내린다.

아키히토 일왕의 후계자인 큰아들 나루히토 왕세자는 5월 1일 새 일왕으로 즉위하게 된다. 지난 1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새로운 연호는 ‘레이와(令和)’라고 발표해 새 일왕 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앞서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점차 신체가 쇠약해져 국가 상징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어렵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건강상 이유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생존한 일왕이 왕위에서 물러나는 일은 20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아사히 신문은 29일 아키히토 일왕이 생존 퇴위를 결정한 이유를 다뤘다. 해당 매체는 왕실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아키히토 일왕은 왕의 존재가 베일에 감춰지거나 그의 선왕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늘 존재감을 드러내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신체가 쇠약해졌다는 것이다. 또 왕위 승계가 아들에게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재위 중 일본 왕실 내에서 변화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생존 왕위 승계를 비롯해 평민 여성이었던 마치코 왕비를 맞이했으며, 또 사후에는 오랜 매장 관습을 깨고 화장을 선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생전 왕위 승계는 일본 왕실 전범에 규정이 없고 일본 헌법에 위배되는 논란이 이는 사안이었으나 아키히토는 이를 위해 왕실 전범의 개정을 추진했다. 이는 천황을 국가 원수로 하는 개헌을 추진 중이던 일본 보수 세력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왕의 퇴위절차는 30일 오전 10시부터 도쿄에 위치한 일왕이 거주하는 궁 내 신전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조상들에게 자신의 퇴위를 보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오후 5시부터 왕족을 비롯해 아베 총리와 정부 각료들, 지방자치단체 대표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퇴위식이 국가 행사로 진행된다. 아베 총리가 국민대표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 소감을 발표한다.

아키히토 일왕은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여러 차례 반성의 뜻을 밝혀 아베 총리와는 다른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85세 생일에는 자신의 긴 통치기간이 평화의 시대였던 것에 ‘깊은 안도’를 느낀다고 말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역사를 정확히 가르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개인적으로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2001년 생일 기자회견에서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5월 1일부터 왕위에 오르는 나루히토 왕의 즉위식은 10월 22일 국내외 2500여명의 인사가 참석하는 가운데 국가행사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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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