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내 집 마련 희망 꺾은 정부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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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5-02 00:02:37

아파트 분양 시장이 이젠 청약이란 껍데기를 버리고 무순위 청약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9·13대책을 통해 무주택자 실수요자에게 우선권을 줌에 따라, 돈이 있는 유주택자들은 청약시장에선 찬밥 대우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청약 통장을 가지고 있어도 1주택자의 경우, 1순위 당첨 시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서 유주택자들은 청약시장으로의 접근이 차단되고 말았다.

게다가 공공택지내의 민간 분양의 전매제한을 최대 8년으로 정함에 따라 로또 분양이란 존재도 찾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규제에 비해 무순위 추첨 청약은 온라인 청약자들에게 추첨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무순위 추첨 청약의 장점은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다주택자도 당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서울과 수도권 분양시장에는 1ㆍ2순위 청약 접수자들 보자도 더 많은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라는 점은 유주택자들에게 또 다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4월 중순에 진행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의 사전 무순위 청약에는 무려1만4376건이 접수될 정도였다. 돼 결과 총 1만4376건이 접수됐다. 사전 무순위 청약이 일반 청약 경쟁률을 능가할 정도다. 때문에 현금을 가진 사람들에게 인기지역의 사전 무순위 청약은 로또로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서울의 경우, 고가의 아파트들에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사전 무순위 청약을 통해 미계약이나 계약 포기로 인해 나타나는 미분양 분을 어떻게 빨리 소진하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또 다른 마케팅 방법’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사전 무순위 청약제도는 돈 있는 사람들의 잔치로 영원히 전락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사전 무순위 청약제도는 9·13대책을 발표하며 정부가 부적격 물량이나 잔여 가구 배정을 건설사 자율에 맡기던 것을 아파트 투유 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접수한 사람들에 한해 추점제로 공급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이제 부자들만의 리그로 돌변하고 있다.

정부의 의도는 사전 추첨제가 청약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 무순위 청약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정책이 되고 있다.

이처럼 사전 무순위 청약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들이 아파트를 사기엔 평당 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이젠 평균 가격이 평당 30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비싼 가격 때문에 자기 자본 외에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울 전 지역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때문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LTV)과 부채상환비율(DTI)은 40%로 제한된다. 여기에 고가의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 대출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대출규제가 서민의 서울 진입을 막고 있는 셈이다. 무주택자는 서울에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도록 장벽을 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에 분양하는 아파트의 청약 가점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으며 경쟁률 역시 낮아지고 있다.

정부는 사전 무순위 청약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 비싼 공급가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공급가를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격을 낮춘 적정 가격은 얼마인가. 또 이전의 주택 정책들처럼 우격다짐식의 저가 공급정책을 펼치려한다면 오히려 기존 주택시장의 붕괴는 물론 경제 파탄이란 도장을 받을지도 모른다. 시장은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 규제는 반발을 낳고 반발을 또 다름 꼼수를 낳으며 이는 비정상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철규 sicsicm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