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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5-11 02:32:57

지난 5일 (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여객기 사고로 인해 41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여객기가 이륙 후 회항해 비상 착륙하는 과정에서 기체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현지 통신에 따르면 5일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이륙했던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의 ‘슈퍼젯 100’ 기종 여객기가 기술적 이유로 회항해 비상 착륙했고, 그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러시아 수사 당국은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가 더욱 가슴 아픈 것은 41명의 사망자 대부분이 여객기 꼬리 부분 탑승객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앞자리 일부 승객이 탈출 과정에서 자신의 짐을 챙기느라 뒷자리 승객의 대피가 늦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실제로 사고 당시 영상에는 비행기 앞쪽 출구를 통해 탈출하는 사람들이 수하물을 들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사고가 난 기체 안에서 일부 승객들이 자신의 짐을 찾기 위해 통로를 막아 뒤편 승객들의 탈출을 방해했고 그 결과 인명피해가 늘어났다고 보는 이유다. 아비규환의 사고 현장에서 모든 이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보다 빠르게 움직였다면 더 많은 승객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는 그의 유명한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생존을 위한 이기적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 역시 궁극적으로는 생존에 도움을 주는 이기적 근거에 의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 역시 이타심을 호혜성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내가 이타심을 발휘하면 상대방 역시 나에게 이타심을 제공할 것이라는 상호이타성이 작용하기에 우리는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사건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여겨지는 9·11 테러다. 세계적 비극이었던 9·11 테러 사건에서 숨은 영웅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미국 최대 금융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의 안보책임자였던 릭 레스콜라다.

그는 건물이 테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재난 대책 시스템을 공부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평소에 재난 대비 훈련을 실시해 왔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테러가 발생하자 그는 직원들을 빠르게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다. 그 결과 세계무역센터에 가장 큰 규모로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 사의 직원들은 13명의 직원을 제외하고 무려 2687명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직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던 릭 레스콜라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곧 무너졌고 그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사건 이후 매년 9월 11일 전 세계는 그를 추모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 항공기 참사의 경우 한 러시아 남성 승객의 이기적 행동이 비판받고 있다. 생존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승객은 짐을 챙기느라 많은 시간을 끌었고 결국 이 남성보다 뒤에 앉았던 승객들 중 단 3명만이 살아남았다. 이 승객은 참사에서 생존했지만 그가 위기의 순간에 보여준 이기적인 행동이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면 과연 그는 죄책감에 이 세상을 진정으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이기적 유전자’가 가진 가장 큰 함정이다.

위기의 순간에 올바른 선택, 즉 생존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릭 레스콜라처럼 평소의 소신과 소신에 따른 행동이다. 그것은 흔히 우리가 도덕 혹은 윤리라고 부르는 것이리라. 도덕성 역시 육체의 단련처럼 교육과 훈련을 통해 평소에 단련되어야 위기 상황에서 후회없는 선택을 하도록 우리의 행동을 이끌 것이다.

아무리 리차드 도킨스가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존재라 주장하고 BTS가 ‘Love Yourself’를 외치는 세상이라지만, ‘Love Yourself’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 ‘Love Ourselves’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