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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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교일 이모네곱창 사장 ⓒ스카이데일리
15평 남짓한 크기의 ‘이모네곱창’은 용산고등학교 인근에 위치해 있다.
매장안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빼곡이 붙어 있는 카드가 눈에 띈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 별로 쿠폰을 발행하고 있다는데, 가게 한쪽 벽에 붙은 쿠폰에 자신이 오간 흔적을 남기는 것이 손님들에게는 쏠쏠한 재미라고 한다. 10개의 도장을 채우면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도 손님들이 쿠폰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미용실 등에서야 흔히 볼 수 있는 쿠폰제지만 동네 곱창집에서 운영하는 모습은 이색적이다. 게다가 벽에 붙여놓은 쿠폰이 200여개에 달하는 것을 보면 ‘이모네곱창’을 사랑하는 손님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제가 재기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들이죠”
추교일 이모네곱창 사장(53)은 사회연대은행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이 가게를 열 수 있었다. 그리고 불과 6개월여 만에 사회연대은행에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추 사장은 “아직 빌린 돈을 다 갚지는 못했지만 적은 액수라도 후원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원을 실천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재기하는 과정에서 받은 수많은 도움과 나눔을 되갚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크게 느낀 표정이다.
IMF 이후 자녀 돌보며 일해야 하는 어려움 겪어
용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용산에서 다닌 추 사장은 한때 음식유통업에 종사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한 순간 닥친 IMF의 바람이 추 사장의 사업과 가정을 모두 날려버렸다. 빚이 생기고, 이혼을 겪기도 했다.
▲ 가게 한켠에 붙어 있는 단골손님들의 쿠폰. ⓒ스카이데일리
“빚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제게 남은 돈도 없었고, 다른 일을 해서 하루하루 갚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세 살 터울의 자녀 둘을 직접 돌봐야 했다. 둘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기 때문에 손도 많이 가고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았다.
결국 근무 중에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시간 여유가 있는 업종을 선택해야 했다. 추 사장은 근무시간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는 방문판매를 선택하게 된다.
미용실에 가위나 각종 기구를 방문해서 판매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구가 든 무거운 가방을 양쪽에 매고 미용실과 미용실을 오갔다. 찾아간 미용실에 손님이 많으면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서울과 지방도 가리지 않고 곳곳을 누볐다.
“틈틈이 시간을 내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일 말고는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입은 넉넉하지 않았다. 매월 갚아야 할 빚을 입금하고 자녀들을 돌보다 보면 어느새 남은 수입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하루하루가 고생스럽고 절망적인 시간이었다.
“한치앞이 보이지 않는 고생스런 나날이었습니다. 시간은 가고 고생을 하는데 상황이 변하지 않는 그런 경험이었죠”
희망플러스 통장 알게 되면서 창업의 꿈 키워
삶이 어렵다는 사실 자체보다 변화할 여지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 추 사장에게는 큰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두 자녀를 잘 키워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나갔다. 삶이 어렵다는 생각을 해도 두 자녀를 보면 힘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안개 속을 버텨나간 힘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시 복지재단에서 ‘희망플러스통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희망플러스통장과 사회연대은행 덕분에 자신의 매장을 갖고 기반을 잡은 추 사장은 이제 사회연대은행을 거꾸로 후원하기 시작했다. ⓒ스카이데일리
“매월 저축을 하면 사회복지기금에서 일정액을 매칭해 함께 모아주는 것입니다. 목적은 학자금, 주택자금, 창업자금 세 가지 용도 중 하나로 제한이 돼 있구요”
희망플러스 통장을 접하면서 추 사장은 ‘창업’이라는 꿈이 생겼다. 자녀들이 점점 커가는데 이대로 하루하루 빚에 매여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무거운 가방을 매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은 체력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창업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한달한달 통장에 저금이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됐죠”
2007년 희망플러스 통장을 처음 시작하는 1기였던 추 사장은 3년 후인 2010년 말 2000여만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한 점포였다.
하지만 그 돈으로 매장을 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추 사장은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어디를 찾아봐도 그 돈으로 장사할 매장을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회고했다.
추 사장의 딱한 사정에 희망플러스 통장을 운영하는 서울시 복지재단에서 사회연대 은행을 소개시켜줬다. 사회연대은행은 재기에 나선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기금을 조성해 저리로 빌려주는 민간기구다.
“창업을 할 수 있는지, 돈을 갚을 의지가 있는지, 한마디로 자활 가능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줍니다. 교육도 이수해야 하구요”
자활 의지와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이수한 끝에 추 사장은 마침내 2011년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지인의 도움으로 용산고등학교 인근에 있는 작은 점포까지 얻게 된 추 사장은 마침내 지난해 2월 ‘이모네 곱창’을 개업하기에 이른다.
“내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조금씩 저축하면서 저축이 뭔지 알게 됐고, 자금이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희망이 생기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의욕이 생겼지요”
▲ 용산고 인근에 있는 이모네 곱창 전경. ⓒ스카이데일리
추 사장은 지난해 마침내 IMF때 졌던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그리고 키우느라 고생한 자녀들도 장성했다. 이제 남은 인생은 자신을 위해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사회연대 은행의 후원에 나선 것도 이런 여유 덕분이었다.
‘이제 재기에 성공하신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추 사장은 활짝 웃었다. 그는 “앞으로 남은 시간 더 열심히 살고 남과 나누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밝게 웃는 그의 얼굴에는 한없이 밝고 맑은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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