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최악의 가뭄 북한, 식량지원 거부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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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YT, 미 공직자들 “북한 핵무기 개발비로 식량구매하라”

여이레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5-18 00:03:45

▲지난 6일 평화전망대에서 찍힌 개풍군의 메마른 모습.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올해 북한 강수량 수준이 54.4mm에 불과하다며 1982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사진=AP통신/뉴시스]

북한이 올해 들어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고 영국 방송 BBC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 등을 고려하고 있으나 북한이 오히려 이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공직자들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비를 식량 구매에 스스로 쓰도록 내버려 둬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WFP)와 세계식량계획(FAO)은 최근 공동보고서를 통해 작년 북한의 식량 생산 규모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WFP는 북한 주민 1010만여 명에 대한 식량 지원이 긴급하다고 호소했다. 이는 북한 인구의 절반가까운 수치다.

북한 매체들도 가뭄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올해 강수량 수준이 54.4mm에 불과하다며 1982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역시 “물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현재 북한의 일일 배급량이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 정부의 인도적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작년 UN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하루 식량 배급량은 300g에 불과하다.

북한은 1990년대에도 식량 부족 문제를 겪으며 최소 22만 명에서 3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아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정치적 사안과는 별개로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을 지지한다고 발표하며 북한 식량지원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발표에 대한 백악관의 코멘트는 없었다.

문제는 북한 정부의 태도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12일 “인도주의 협력사업 몇 개 가지고 (한국과 미국 정부가)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다”며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을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 없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대북 식량지원을 준비하는 민간단체들도 북한 정부의 거부로 인해 대북 식량지원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대표의장은 14일 대북 식량지원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북한에 직접 식량을 지원하려고 해도 북한 당국이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경제감시위원회 공동편집위원 겸 대외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벤자민 실버스타인 위원은 BBC에 “북한이 일부러 기아를 대북 제재 탓인 것처럼 이용해 대북제재 해제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언론사 뉴욕타임스(NYT)는 그 동안 한국과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대북 긴장완화와 북한의 대화 복귀 유인책으로 사용해왔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NYT는 미국 관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에) 핵 개발할 돈으로 식량을 사라고 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도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가 지난 2월 14일에 공개한 ‘2018 세계 군비지출과 무기이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11년간 사용한 국방비는 총 33억5000만 달러로 북한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의 23.3%에 달한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국가경제규모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전했다. 한국은 2.6%로 46위를 기록했다.

[여이레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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