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불신 키우는 김종갑의 反문재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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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5-20 00:02:20

공기업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자본에 의해서 생산·유통 또는 서비스를 공급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일반 기업과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지만 사업 성격 자체가 공익성이 짙은 탓에 적절한 감시와 견제가 이뤄져야 할 경우에 한해 공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국민생활에 꼭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차질 없이 조달하기 위해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국가나 지자체, 또는 공적자본이 직접 소유·통제하는 형태다.

한국전력공사(이하·한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으로 꼽힌다.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전기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다 보니 국가가 직접 소유하면서 감시·관리하고 있다. 사실상 공기업의 취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동안 국가가 소유한 공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한전의 경영방침이나 인사권은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고착화되자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히려 영위 사업 자체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보니 정권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불안정 보다 정권과 어느 정도 발을 맞춰가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게 차라리 낫다는 여론이 생겨났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의한 지배와 그 부작용을 감수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였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최근 한전의 수장 김종갑 사장의 경영 행보는 국민들의 높은 우려감을 살만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김 사장은 ‘친노동’을 표방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한전의 안정적 경영을 원하는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이 친노동과 거리가 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 정황도 포착돼 앞으로 한전과 현 정권와의 불협화음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례로 한전은 최근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전이 소속이 다른 고객센터 직원을 상대로 업무 간섭이나 지시를 했다는 게 불법파견 논란의 요지다. 심지어 한전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당한 고객센터 직원들은 과거 한전 소속이었다가 하청업체 등 타 기업으로 강제로 편입된 이들이었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으면서도 열악한 처우에 시달려야 한다며 한전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인 김종갑 사장이 평소 친노동과는 거리가 먼 사상을 가진 것으로 짐작케 할 만한 사례도 등장했다. 한전은 비정규직 전기검침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이사회는 관련 사안은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고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논의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규직화에 따른 업무효율 저하 대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전 이사회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경우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사장을 비롯해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현직 한전 소속 임원들이다. 한전 수장인 김 사장의 의중이 이사회 전체의 향방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사회 회의록에 기록된 참석자 발언 요지 자체가 김 사장의 발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 한전의 수장을 역임 중인 김 사장의 경영 행보와 의식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방향 및 평소 생각과는 상당히 달라 보인다. 공기업 수장으로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보인다는 것은 분명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살 만한 대목이다.

특히 김 사장의 행보는 정부 정책을 불신하는 모습으로 비춰줘 국민들마저도 정부 정책을 불신하고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정부의 통제와 감시를 받는 공기업 수장이 정부를 불신할 정도면 분명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하루 빨리 자신의 경영·정치 철학과 노선을 밝혀 국민들의 우려와 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자신의 안위나 자리에 연연하다 보면 오히려 더욱 큰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 문재인정권 하에서 김 사장의 반노동 행보와 인식은 한전의 경영과는 별개로 새로운 논란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뿐이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