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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권력의 심부는 물론 주변부에까지 전 방위적으로 포진한 이른바 운동권 권력이 수권능력의 한계를 점차 드러내면서 국가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권력의 달콤한 맛을 향유하면서 기존의 기득권을 챙기려는 민낯까지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고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우선 문재인 정부 이후 잇따라 터진 권력형 사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초대형 댓글조작 사건인 드루킹을 비롯해 역대급 규모라는 낙하산 정부에서 터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특감반원 폭로, 권부 절친 인사의 전 방위 문화재거리 투기 의혹, 민정수석실 파견근무 총경의 비호 정황이 있는 버닝썬 사태 등은 그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이들 이슈들의 막후에 운동권 권력의 설계나 비호가 있을 것이라는 여론은 이미 공공연하게 회자된지 오래다. 특히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총 망라된 ‘막장의 종합셋트’라고 할 버닝썬 사태는 권력의 연결고리가 선명히 부상했음에도 소위 도마뱀 꼬리자르기 하듯 유마무야 넘어가는 분위기다.
마약, 성폭행, 음란물, 탈세, 성매매, 윤간, 유착, 폭력 등이 버닝썬에 버무려진 이슈들이다. 우리 사회의 공인들이라고 할 유명인들이 대거 연합해 벌인 신 강남판 포주들의 굿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건의 몸통이 묻히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할 이유에는 가장 정의로운 행동강령을 전면에 내세워 온 운동권 권력이 그 배후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 권력형 사건의 전모를 당장 밝히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 즉시 엄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는 수권능력이다. 작금의 국가 위기는 일회성도 아니고 지나갈 소나기는 더더욱 아닌 탓이다. 기업과 민생 전반에 예외없이 불어닥친 경제파탄 쓰나미는 속된말로 정말 장난이 아니다.
지난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치면서 OECD 22개국 중 성장률 꼴찌를 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한국경제가 바람 앞의 등불신세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OECD 성적표가 초라함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운동권 권력의 가장 취약한 ‘경제능력’ 민낯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잘못된 운전으로 인해 국가의 명운이 위태로운 방향으로 가기를 멈추지 않는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너무 많이 표출돼 왔다. 굳이 일일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만큼 국가의 주요 기둥들이 무너지거나 쓰러질 판이다. 이 모두가 자유시장을 도마위에 올려 놓고 알지도 못하는 칼춤을 춘 심판 만능주의에 따른 결과다.
지난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학생들은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황에 온 몸으로 저항했던 운동권 학우들을 잘 기억한다. 투쟁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학생들도 당시에는 운동권의 주장에 마음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이 무시되고 억압된 권력의 폭정에 분연히 항거한 운동권 이론이나 주장이 틀리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나 민중들의 구세주 같았던 변증법적 유물론이나 마르크스-레닌 사상 등 공산주의 이론은 실제로 이념만큼은 휴머니즘을 지향했다.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공산 사회주의의에 대한 확신은 중병에 걸린 국가를 치유할 수 있는 그럴듯한 자가치료제였다. 대한민국을 외세로부터 바로 세워 민중(국민)이 차별 없이 잘 살 수 있는 완숙한 민주 공화국을 수립하는 꿈은 많은 젊은 학생들에게 정의로 소통됐다.
때마침 불기 시작한 해방신학과 종속이론은 중남미 국가들이 겪고 있는 약소국들의 실체적 현상이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80년대 초 삼민투위를 기저로 전개되기 시작한 민민투와 자민투의 반제·반파쇼 혁명노선들이 정의로 옹립되기도했다. 대한민국이 제국주의와 파쇼정치로 인해 백척간두에 몰린 착취구조의 땅으로 간주된 것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수긍했다.
그 외세의 주역이자 주적은 미국이었다. 파쇼 독재 타도대상은 전두환·노태우 군사정부였다. 미 제국주의 지배와 수탈 그리고 매판자본·수구반동 세력이 결탁해 억압하는 무산계급 민중들을 구제·해방시켜야 한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며 투쟁한 운동권은 강력한 권력의 씨앗으로 발아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운동권의 이념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전혀 맞지 않는 옷이 됐다. 신주단지 모시듯 한 해방신학이나 종속이론에서 우리나라는 신기하게도 자유로웠다. 미국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수탈하며 착취하는 듯 보였던 대한민국은 오히려 전 세계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신흥공업대국으로 성장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 중심에 미국식 자본주의와 시장주의가 자리했다.
운동권 권력은 누가봐도 시계를 거꾸로 돌려 국부를 창출한 우리의 소중한 자유시장에 자신들만의 환각제를 다시 주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의 긍정적 질서를 마구잡이로 칼질하고 자신들만의 폭력적 시장을 새로 만들려고 하다보니 국운이 급격하게 기울었다. 박정희 정권이 이룩한 모든 것은 ‘악마의 선율’ 쯤으로 치부되면서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거의 대부분 적폐로 전환됐다.
이는 박정희 유신체제의 갑작스런 몰락과 서울의 봄 사태 이후 전학련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일어난 학생들의 지난한 몸부림이 전두환 정부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굳건한 뿌리를 내린 결과로 보여진다. 국보법을 적용한 용공이적 죄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운동권의 권력 근육질을 키워주었다.
전학련이 간첩조직으로 발표돼 해체된 이후 전대협·한총련이 바통을 이어받은 운동권 진보진영의 민주주의 열기는 전 국민을 일깨우기는 했지만 운동권에 역대급 권력이라는 화려한 금관을 씌웠다. 대통령 직선제라는 꽃을 피우고 문민정부를 탄생시키는 산파역을 해낸 결실을 머금은 운동권은 이후 정계, 시민단체, 노동계 등으로 파고들어 끝내 무소불위 권력을 쥐었다.
전두환 정권 이후 6공화국을 지속하는 동안 운동권의 진보적 사회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면모가 현 문재인 정부에서 확연히 보인다. 권력의 맛에 취한 막후의 잇따르는 권력형 의혹 사건들과 경제폭정은 그 상징적 사안들이다. 추악한 전범 정권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도 더 이상 안 된다.
운동권 권력은 과거의 정의들이 어느새 가면이 된 모습들을 보고 있는가. 날이 갈수록 그 가면을 두껍게 만들고 또한 덧 씌우기 위해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케케묵은 정의를 불러내고 있는 치졸한 행위들을 보고 있는가. 애써 보지 않거나 못 본체 한다면 그 끝은 자신은 물론 국가와 국민 모두를 지옥으로 몰고 간다. 실제로 자폭의 폭주를 멈출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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