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남미 캐러밴 망명 사실상 차단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사회

“제3국에 먼저 신청하라”에 멕시코·과테말라 반발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16 13:38:40

▲ 네덜란드 세계 보도사진 재단이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올해의 보도사진 수상작 “이주자들의 캐러밴”. 지난 해 10월 30일 멕시코의 파타나페텍 교외의 도로를 걷던 이민자들이 이들을 태워주기 위한 대형 트럭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담은 피에터 텐 호펜의 사진작품이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 등을 경유해 미국으로 오는 대부분의 중남미 이민자들에게 주는 망명 자격을 더 엄격하게 조정했다.

미국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중미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대폭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IFR)을 발표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3개국으로 대표되는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들은 그들이 경유하는 국가에 망명신청을 해야한다. 무작정 육로로 미국 남부 국경에 와서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차단해 불법 이민자들의 국내 유입을 막으려는 조치다.

새 규정은 이민자들이 그동안 미국에 도달하기 전에 경유해 온 국가들에 망명자 보호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미국에도 망명 신청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이 규정의 적용 대상은 대부분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멕시코를 거쳐 남부 국경으로 들어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수십만 명의 ‘캐러밴’이다.

캐러밴은 본래 사막과 초원 등을 무리지어 다니는 상인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최근에는 마약·폭력·살인 등 범죄 및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진입하려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 출신 이주민 행렬을 가리킨다.

미국 망명 신청 자격이 없는 이들은 멕시코 등 제3국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고문이나 박해의 피해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미국으로 망명 자격이 부여된다.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관대한 국가이지만, 남쪽 국경의 수십만 명 외국인을 체포하고 처리하는 부담으로 완전히 압도 당한 상태”라며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망명 제도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은 입국 처리를 위해 대기하는 동안 과밀 시설에 몇 주간 억류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들을 수용하고 돌볼 수 있는 인력과 자본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케빈 매컬리넌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은 “(새 규정이) 미국으로의 이민을 촉발하는 중요한 요인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부 국경으로 유입되는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망명 신청을 한다면, 최대 2년에 달하는 법적 심사기간 동안 자유롭게 미국에 체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국내로 잠적해버려 법정에 출두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 이민당국자들은 지적했다.

미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미 국가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과테말라와 멕시코에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으나, 두 나라는 이에 반발했다.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이민자 문제를 논의 하기위해 예정돼 있던 방미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망명 신청자들을 위한 제3국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 측은 미국의 이번 조치로 멕시코가 안전한 제3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은 “멕시코가 사실상 안전한 제3국이 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의 망명 시스템을 강화하는 이번 규정이 시행되면 멕시코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난민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에 도착하든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현행 법률때문에 법정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번 조치가 미국 국내법과 국제법에 모두 저촉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곧바로 소송을 제기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