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폰데어라이엔, EU 첫 여성집행위원장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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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적 747명 중 383명 찬성...각국 집행위원단 구성 예정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18 13:28:50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사진 왼쪽) 독일 국방 장관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브루의 유럽의회에서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다비드 마리아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0) 전 독일 국방장관이 1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다.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재적의원 747명 중 절반이 넘는 383명의 찬성표를 얻어 인준을 통과했다. EU 집행위원장은 5년 임기로 폰데어라이엔은 11월 1일 장클로드 융커 현 위원장의 뒤를 이어 2024년 10월 말까지 집행위원장으로서 책임진다. EU 정상회의는 지난 2일 폰데어라이엔을 압도적인 지지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단합되고 강한 EU를 만들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또 “큰 책임감을 느끼고 내 책무는 이제 시작”이라며 함께 협력해나가자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이 이날 유럽의회로부터 얻은 383표는 가결정족수인 374표보다 겨우 9표 더 많다. 지지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집행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됐다는 뜻으로, 실제 그의 인준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지 않았다. 그가 속한 제1당 유럽국민당(EPP·182석)은 폰데어라이엔 지지를 공식 선언한 반면, 제2당인 S&D 그룹(154석) 등에선 냉담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 융커 위원장은 2014년 찬성 422표를 얻어 당선됐다. 폰데어라이엔은 취약한 지지 기반과 약한 영향력을 극복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폰데어라이엔은 차기 위원장에 선출되면서 ‘1국 1집행위원’ 원칙에 따라 각 회원국 정상으로부터 1명씩 집행위원 후보를 추천받은 뒤, 집행위원단을 구성하게 된다. 유럽의회는 각 관련 위원회별로 소관 업무를 담당하는 집행위원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한 뒤 오는 9·10월께 본회의를 열어 집행위원단 인준 투표를 하게 된다. 이렇게 구성된 집행위는 28개 회원국 정부로부터 독립돼 EU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게 된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당장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의 무역갈등 해소, 기후변화 등 까다로운 현안을 처리해야한다. 특히 취임하기 전날인 10월 31일 영국이 EU를 탈퇴한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할 경우 ‘영국이 없는 EU’가 돼, EU에 상당한 혼란이 닥칠 수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앞서 “필요하다면 영국의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의 에어버스 보조금, 자동차 관세, 철강 관세 등과 관련한 무역갈등 해소 등 관계 회복도 시급하다. EU 내 극우파의 득세와 함께 커지고 있는 반(反)EU, 반난민 목소리를 넘어 EU를 하나로 통합시켜야한다.

EU 최대 이슈 중 하나인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2050년까지 유럽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위원장은 “EU에서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강화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17일(현지시간) 독일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새 국방장관(사진 왼쪽)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전임 장관이 이취임식 후 손을 꼭 잡으며 걸어가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전 장관은 전날 밤 유럽연합의 새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사진=뉴시스]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 된 폰데어라이엔은 하노버 의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진보적 색채를 지닌 보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 42세에 기독민주당에서 정치에 입문한 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명을 받아 가족청년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2013년 12월 독일 최초로 여성 국방부 장관에 취임해 5년 넘게 일해 온 ‘장수 장관’이기도 하다. 또한 7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다산의 여왕’으로 불리며 각종 출산장려 정책 추진과 여성 임금 차별 문제 해결에 앞장 서 왔다.

한편 ‘EU 5대 핵심 직책’ 자리 중 하나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내정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IMF에 공식 사직서를 제출했다. 라가르드 총재도 유럽의회 인준을 받으면 ECB 최초의 여성 수장이 된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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