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국민 외면한 황창규의 황제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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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국민 외면한 황창규의 황제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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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22 00:12:22

참으로 안타깝다. 또 KT그룹이다. 또 황창규 회장이다. 올해만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KT그룹이 또 다시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번엔 황 회장이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정치권 인사를 경영고문으로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이다. 어떠한 의도나 목적을 갖고 정치권 유력인사의 배를 불려줬다고 사정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 16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KT 회장 비서실과 인재경영실, 대외협력실 등 세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2014년 말부터 2015년까지의 KT 경영고문 관련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과 관련된 경영고문 부정 위촉 의혹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찰에 따르면 황 회장은 지난 2015년 총 14명의 경영고문을 위촉했는데 그 중에는 당시 유력 정치인과 그 측근들이 포함돼 있었다. 위촉된 경영고문 중에는 KT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국회 미래창조광학방송통신위 위원장을 역임하던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의 측근들도 대거 포함돼 있었다. 당시는 홍 의원이 친박실세로 불리며 한창 주가를 드높이던 시기였다. KT는 지금까지 경영고문들에게 총 20억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KT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 사건은 이미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통령 비선실세와의 연루 의혹, 정치인 딸 부정채용, 불법 정치자금 지원 등 ‘권력형 비리 종합선물 세트’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사정당국의 압수수색도 이미 수차례 진행됐다. 불투명한 파란박스를 든 수사관들이 KT본사 정문을 통과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황 회장은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대부분 회장의 직접 개입 없이 실행되기 어려운 사안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영고문 부정 채용 의혹도 마찬가지다. 경영고문 위촉은 회장 전권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KT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결정적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다. 황 회장이 견제장치 없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온 탓에 KT가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 됐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동안 황 회장은 그야말로 황제나 다름없는 권력을 행사해왔다. 취임과 동시에 친위대 격인 비서실을 신설해 KT와 각 계열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황 회장은 제 입맛에 맞는 인물 위주로 요직에 앉혔다. 필요할 경우 외부인사 영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반대로 본인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입지를 지닌 인물을 가차 없이 내쳤다. 한직으로 발령 낸 후 퇴사압박을 가하는 식이었다. 정통 KT맨으로 불리며 유력한 차기회장으로 지목됐던 전인성 전 KT그룹희망나눔재단 이사장이 그 수순을 밟았다.

황 회장의 측근들은 그야말로 날개를 단 듯 승승장구 했다. 특히 황창규 친위대로 불리는 비서실 출신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고속승진은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현재 KT 임원 중 비서실 출신은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을 비롯해 구현모 Customer&Media부문장(사장), 윤종진 홍보실장(부사장), 김원경 GiGA사업본부장(전무), 송경민 비서실장(전무), 윤경근 재무실장(전무), 김영진 비서실 1담당(상무), 박준현 전략기획실 사업포트폴리오담당(상무), 박효일 비서팀장(상무), 장민 비서실 2담당(상무) 등이다.

비서실 출신 임원들이 맡고 있는 직책은 대부분 KT 내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리다. 무엇보다 비서실장은 사장 승진의 필수코스라 부르기에 손색없어 보인다. KT 내에서 핵심실세로 불리는 김인회 사장과 구현모 사장 등은 모두 비서실장 출신이다. 두 사람은 ‘황창규의 복심’으로 불리는 동시에 각각 왼팔과 오른팔로 평가되기도 한다.

황 회장이 한 기업의 수장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행위 자체는 민간기업의 일이라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그러나 KT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T는 공적자금 성격의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기업이다. KT 앞에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기업 경영을 잠시 맡은 전문경영인이 마치 제 기업인 것 마냥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실제 주인인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에 가깝다.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고 KT가 피해를 입게 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KT의 피해가 곧 국민 재산 피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KT가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주축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황 회장의 막강한 권력 행사가 국가경제의 걸림돌이라 봐도 무리가 아니지 싶다. 국가·국민 피해를 외면한 황제노릇이라 여길 만하다.

황 회장의 막강한 영향력이 이미 KT 곳곳에 확산된 현 상황에서 개선의 여지는 요원해 보인다. 어떤 조치를 취하기에도 너무 늦었다. 방법은 하나다. 황창규 퇴진 혹은 사퇴, 그것 밖에 없다. 그만한 확실한 대책도 없다. 황제권력의 정점에 선 인물이 사라지고 새로운 인물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모든 게 해결될 문제다. 국민기업 KT는 ‘황창규 사기업’이 아니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