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화웨이가 비밀리에 북한 통신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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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화웨이 前직원으로부터 내부문건 입수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7-23 15:57:29

▲중국 광둥성 둥관에 있는 화웨이 연구소 건물의 화웨이 로고 [사진=뉴시스]

미·중 무역분쟁의 중심에 있는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가 북한의 이동통신망 구축을 은밀히 도왔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화웨이 前직원으로부터 북한 이동통신망 구축과 관련한 화웨이 내부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WP는 화웨이가 중국 국영기업인 ‘판다국제정보기술’의 협력을 받아 최소 8년 동안 북한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전했다. 화웨이가 북한 이동통신망 구축, 통신망 장비의 유지 및 보수 등 북한에서 다양한 국가 사업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WP가 입수한 문서에는 2008년 3월 17일 날짜가 명기된 ‘UMTS 가격 결정 계획’이라는 제목의 계약서 등이 포함돼 있다. UMTS는 유럽의 3세대(3G) 이동통신 기술이다.

WP에 따르면 화웨이는 ‘네트워크 통합’과 소프트웨어 등 북한의 고려링크 통신서비스를 전반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2012~2013년에 걸쳐 구축된 고려링크의 자동응답 시스템에도 화웨이가 관여했다고 WP는 보도했다.

화웨이에서는 내부적으로 북한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A9’라는 암호를 쓰는 등 이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추진해왔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에 대한 제재 완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화웨이가 북한을 지원했다는 소식은 미·중 간의 갈등 완화 조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미 상원의원들은 미국 정부가 거래제한 대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화웨이가 북한 무선통신망 구축에 깊히 개입했다는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화웨이에 대한 더욱 강력한 규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톰 카튼 의원은 2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가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화웨이와 북한과의 연계를 통해 “우리는 번번이 화웨이가 매우 악의적인 상대인지 더 많이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의원은 성명에서 “북한과 거래할 경우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조항을 담고 있는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켜야만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화웨이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잠재적인 조사에 대해서는 재무부가 언급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상무부 역시 “논평을 거부한다”는 답으로 말을 아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화웨이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WP의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의 북한 관련)보도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법은 2016년 2월 18일에 발효됐다. 따라서 화웨이가 북한과의 거래를그 이후에도 계속했다면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