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부 힘 보태는 성급한 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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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정부 힘 보태는 성급한 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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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15 11:30:03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일본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했고 이어 지난 12일 한국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며 맞불을 놓았다. 광복절을 불과 3일 앞두고, 무역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심화된 것이다.

정부의 행보를 보면 한일 양국 관계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기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녹이려는 노력들이 개인에 의해 차츰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 SNS상에서는 지난 30일부터 “#좋아요_한국” 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과도한 한일 갈등을 우려한 일본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캠페인인데, 이들은 비록 일본 정부가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국민들도 많다는 것을 SNS를 통해 알리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한국 여행에서 찍은 사진 등과 함께 한국에서 받은 좋은 인상이나 좋았던 경험을 올리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내 이런 흐름에 한국 네티즌들 역시 “#좋아요_일본” 해시태그로 화답했다. 우리가 비판해야 하는 것은 아베 정부이지 대다수의 일본 국민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한 한국 국민들의 자발적 연대다. 일본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일본인에 대한 혐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좋아요_일본”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 내 게시물에서만 1500개 이상, “좋아요_한국” 해시태그는 5000개 이상이다.

지난 6일, 서울 중구청은 관내에 ‘No Japan’이라는 배너를 설치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거했다. 여기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반일감정을 조성해서는 안된다는 시민의식이 작용했다. 또 한국을 찾은 일본 국민들에게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No Japan’을 외칠 때 국민들은 오히려 ‘Yes Japan, No Abe’ 라는 노선을 분명히 지켰다.

서울 중구청의 아찔한 해프닝을 그냥 해프닝으로만 넘겨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이미 우리가 향해야 할 방향을 알고 있다.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혐오 사이의 선을 넘지 않는 것. 그것이 국민들이 ‘No Japan’ 배너를 휘날리며 진격하던 지자체에 던진 답이다. 정도(正道)를 지켜야만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일본 정부를 따끔하게 비판할 수 있다. 오히려 한일 국민들 간 균열을 심화하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건 한일 정부와 지자체다.

지난 7월 25일 일본 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로 구성된 일본 시민들이 “한국은 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의 對한국 수출규제 조처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일본의 지식인 78명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는 이 서명운동에는 8월 14일 12시 현재 8300명이 서명으로 지지를 표했다.

일본인 예술가 시마다 요시코는 ‘소녀상 되기 운동’에 참여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은 ‘한일 우호 프리허그’ 운동을 진행하며 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업로드했다. 지금도 한국에는 수많은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일본 내에도 수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학교와 직장, 삶의 터전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베가 반일·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나름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지식인과 예술인, 그리고 양식 있는 시민들은 아베가 의도한 대로 무작정 이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아베 정부를 바꿀 수 있는 건 선을 넘어가는 아베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는 현명한 일본인들이고 그들의 결기에 화답하는 한국인들이다. ‘#한국_좋아요’와 ‘#일본_좋아요’를 잇는 양국 네티즌의 시민운동이 한·일 간에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고 나아가 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하는 에너지로 확장되길 기대해본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