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결혼식장 덮친 자살폭탄테러…250여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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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측 연관성 부인…올해 카불 최악의 테러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18 17:27:48

▲17일 밤(이하 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두바이시티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18일 새벽 한 부상 남성이 병원으로 실려가고 있다. 이 폭발로 2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당시 결혼식장에는 1000명이 넘는 하객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17일 밤(현지시간) 결혼식 도중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63명이 목숨을 잃고 182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18일(현지시간)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 발표내용을 인용해 카불의 한 결혼식에서 토요일 밤 10시 40분(현지시간) 큰 폭발이 일어나 어린이와 여성 등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또 그 중 20여명은 이탈리아 NGO 긴급구조대에서 운영하는 카불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폭발 사고는 카불 서부 ‘두바이 시티’ 웨딩홀에서 발생했다. 사고 현장 부근에 살고 있는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한 목격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는데 그때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 나와서 보니 결혼식장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는 게 보였다”면서 “사람들이 죽고 부상한 사람들도 많았다. 부상자들은 경찰과 카불 구급차들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우린 제정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자살폭탄을 이용한 테러일 가능성이 유력하다면서 통상 이런 결혼식에는 4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이번 결혼식에는 하객 1천명 이상이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결혼 피로연이 진행되는 동안 연주자들이 있던 무대 인근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한 목격자는 “거기 있던 젊은이들과 어린이들, 모든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며 하객 중 다수가 희생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신랑의 5촌 조카라는 아마드 오미드는 폭발 당시 결혼식장 안에 약 1200명의 하객들이 있었다면서 “신랑 옆에 있었는데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후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모두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50여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낸 이번 결혼식 폭탄 테러는 올해 들어 카불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N은 아프간 탈레반 측이 대변인 발표를 통해 이번 공격에 대해 탈레반 측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서 연관성을 부인했으며 시민들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를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카불 서부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어느 단체도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카불 서부지역에는 시아파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2년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거듭 발생한 지역이기도 하다.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수니파 무슬림 무장단체들은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여러 차례 소수자인 시아파 하자라족을 공격한 바 있다.

이 지역과 가까운 곳에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 궁인 ‘다룰아만궁’이 있는데 19일에는 이곳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아프간 독립기념일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라고 CNN은 전했다.

열흘 전인 지난 7일에도 치안세력을 겨냥한 자동차 폭탄이 터져 14명이 숨지고 145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에도 희생자 대부분은 민간인들이었고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탈레반은 자신들이 그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온 아프칸 국민들에게 결혼식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CBS 뉴스는 18일(현지시간) “카불에서 크고 화려한 조명으로 밝혀진 결혼식장은 수십년에 걸친 전쟁에 지친 도시의 삶에서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며, 이를 위해 하루 저녁에 수천 달러의 비용을 들인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1월에도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55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대변인 세디크 세디키는 그의 트위터에 “카불의 결혼식장에서 일어난 자살폭탄테러 소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시민들을 겨냥한 가증스러운 범죄이다. 어떻게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르라고 훈련하고 시킬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이날 자살폭탄테러는 무슬림 휴일인 이드 알-아드하가 끝난 후 며칠 뒤, 카불 시민들이 가족과 친구들을 방문하는 시기에 일어났다. CBS News는 이번 폭발이 미국과 탈레반이 18년간 이어온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을 앞두고 ‘매우 미묘한 시점’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