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갑부 “일본군, 마을주민과 친구들 모두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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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끔찍한 악행 증언…“일본 역사 교과서엔 없어”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1 00:03:37

▲ 말레이시아 최고 갑부인 로버트 쿠옥(95·郭鶴年)은 16일(현지시간)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만행을 증언했다. [사진=Malaysiakini]

말레이시아 최고 갑부인 로버트 쿠옥(95·郭鶴年)이 말레이시아의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이 자행한 만행에 대해 증언을 했다.

쿠옥은 16일(현지시간) 일본 아사히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이 말레이시아 점령하는 동안 많은 이들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쿠옥은 중국계로 샹그릴라호텔 체인을 소유하고 있으며 설탕 정제업, 부동산, 농장, 호텔, 물류 등 다방면의 사업을 통해 올해 3월 포브스 추산으로 128억 달러(약 15조5238억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쿠옥은 언론과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일본 젊은이들이 70년도 더 지난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배우기를 원해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젊은 세대가 이 역사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며 말문을 뗐다. 쿠옥은 “당시의 일제 강점기 시절 상황에 관해 묻는 일본의 젊은 여성에게 자신의 경험을 10~15분 가량 털어놓았지만 그 여성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하며 ‘그가 말한 것은 일본 역사책에 없었다’고 말해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쿠옥은 “비록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현장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많은 이들이 살해당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쿠옥은 자신이 살았던 조호르 바루(Johor Baru)에서 50㎞ 떨어진 ‘울루 티람(Ulu Tiram)’이란 마을에서 일본인들이 유라시아인들을 학살했다고 증언했다.

쿠옥은 “일본이 침략한 뒤 유라시아인 80∼90명이 가톨릭 성당이 있는 울루 티람 마을로 피신했다”며 “어느 날 일본군이 유라시아 소녀들을 만져 항의했더니 며칠 뒤 일본군들이 몰려와 모두 죽였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중 한 명은 나와 가까운 인도인 친구였다”며 “내 학교 선생님을 포함해 내가 알고 있던 15∼20명이 그 당시 한꺼번에 죽임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호르 바루 중국 학교에 다니던 그의 친구들 역시 살해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은 중국을 전쟁에서 구제하기 위해 국제기금을 모으고 있던 회원의 딸들이었다.

쿠옥은 “내가 학교로 돌아와 그들을 찾았지만, 그들은 강간당한 뒤 운동장에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무참히 매장 당했고 단 두 명의 아들만이 그 학교에서 살아남았다”고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설명했다.

쿠옥은 ‘말레이시아는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해방해준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일본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믿고 싶어하는 것을 바꿀 수 없기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일본 기업과 함께 일했고 일본 국민을 이해하며 일본의 친구”라면서도 “동시에 나는 그들이 멍청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고 답했다.

쿠옥은 ‘미쓰비시 쇼지’ 무역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이 때 일본어를 배웠다. 그는 “나는 지금도 약간의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며 “일본은 내가 좋아하는 휴양지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인은 정직하고 근면한 민족이다. 그들은 평범한 삶을 살기 원하며 소수의 범죄자에게 현혹됐다”며 “이런 끔찍한 악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당시 영국령 말레이시아를 1941년부터 연합군에 항복하던 1945년까지 점령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