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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사람들]-주빌리은행(Rolling Jublilee)

“약탈적 금융환경 개선 최일선에 선 사람들이죠”

채무상담, 채무자 교육활동을 통해 채무취약계층 구제 지원

장수홍기자(shj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8-24 0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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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란 미국의 시민단체인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에서 진행한 것으로 장기 연체 채권을 금융사들이 2차 채권 시장에 헐값으로 매각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시작한 운동이다. 사진은 한국판 빚 탕감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채무자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힘쓰고 있는 주빌리 은행 직원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돈 빌려 쓰라고 꼬드기던 금융회사들은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연체자들에게 가혹하게 변하죠. 정부에서는 부실자산을 떨어버리기 위해, 연체된 채권을 헐값에 대부업체에게 팔고 있어요. 한번 쥐어짜고 난 부실채권이 또 다시 팔리기를 거듭하며, 연체자들은 비인간적인 추심에 시달리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기 일쑤죠”
 
“빚은 갚아야 하는 것이지만 존엄한 삶 모두를 포기해 가며 노예와 같은 처지에 내몰릴 때까지 갚으라고 강요해서는 안돼요. 우리는 시민의 후원금으로 부실채권을 구입해 적극적으로 채무자를 구제하고 모든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 드리고 있어요.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주빌리은행의 홍석만(44·남) 사무국장과 유순덕(55·여) 상임이사, 서상희(41·여) 간사는 채무자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이 채권을 사들인 뒤 무상 소각하는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란 미국의 시민단체인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에서 진행한 것으로 장기 연체 채권을 금융사들이 2차 채권 시장에 헐값으로 매각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시작한 운동이다.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이 채권을 사들인 뒤 무상 소각하는 운동으로 롤링주빌리는 67만 7552달러(약 7억 1481만원)를 모아 연체된 빚 1437만 4569달러(약 155억 4497만원)어치를 태워버렸고 그 결과 2693명의 빚이 사라졌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 “채무자에게도 기본적 권리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채무자들을 위해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된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채권자에게 유리하도록 금융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에요. 대출에 대한 연체가 발생하면 은행은 대손처리를 하게 되고 원래 채권의 10분의 1도 안 돼는 헐값으로 무등록 업체나 대부업체를 통해 채권을 매각해요. 이런 업체들은 본인들이 매입한 채권금액만 추심하지 않고 원래 채권 가격에 그간의 이자까지 얹어 추심을 하고 채무조정 조차도 해주지 않죠. 이에 채무자들은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지니 채무 상환을 포기를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홍석만 사무국장은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채무에 대한 채권자의 책임은 전무하고 채무자의 도덕적 책임만 강요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주빌리은행(이하·은행)에 따르면 금융회사와 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려 오랫동안 갚지 못하고 있는 채무취약계층이 3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채무조정과 채권추심을 겪고도 부채상환이 불가능한 장기연체자는 114만 명에 이른다. 주빌리은행은 이런 채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빚 탕감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간 주빌리은행을 통해 빚을 탕감 받은 채무자들은 5만 615명에 달하며, 소각된 채권 원리금만 8000억원에 달한다.
 
▲ 홍석만 사무국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기법과 기술이 발달해 채권자 위주로 금융상품을 잘 팔 수 있는 구조지만 연체 등 문제가 발생할 땐 모든 도덕적 책임은 채무자에게 돌아오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홍석만 사무국장, 유순덕 상임이사, 서상희 간사 ⓒ스카이데일리
 
채권추심을 받는 채무자들 중 25%는 언어·물리적 폭력은 물론 가족·지인·직장 동료들에게 연락하거나, 과도한 전화독촉 등 채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방법 등을 경험했다. 이들 중 76.2%는 정신적 고통·생명의 위험·이혼·가족관계 단절·직장생활 곤란 및 퇴직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채무자들의 인권이 바닥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 국장은 “이런 채무자들을 구제하지 않고 방치하면 사회적 손실은 불가피해요. 과도한 채권추심으로 채무자들의 경제활동 단절과 추심의 공포 속에 새 출발하려는 의욕도 저하되고 이런 점이 심화되면 자살율까지 증가하게 돼요”
 
“사실 장기채무자들의 대부분은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의 소액 채무자인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러한 채무자들은 정확히 자신의 채무가 어떤 기관에 잡혀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이런 분들을 상담을 통해 워크아웃제도,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 채무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적절한 제도를 안내하고 있어요. 그 후 채무에 대한 세부적인 해결방안과 절차를 거쳐 다시 경제 주체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죠. 이를 통해 국가에서 지원해야 하는 복지수급자도 줄이고 경제활동을 통해 세금 유입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고 생각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채무자들을 위한 지원 멈출 수 없죠“
 
“사실 빚 문제나 가계부채 등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빚 탕감 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자체가 빚을 지면 갚는 게 당연한데, 왜 탕감해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댓글을 통해 비판할 때가 가장 힘이 빠지죠”
 
“많은 분들이 빚 탕감에 본인들이 낸 세금이 사용된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저희는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수익활동을 할 수 없고 정부 예산도 받을 수 없어요. 은행의 활동을 응원해주시는 개인 후원자들 500여 명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사실 정기 후원금으로는 실 경비 충당도 힘든 상황이죠. 개인 후원자들이 가끔 일시 후원을 해주면 매월 마이너스 운영을 보충하고 있는 실정이죠”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법채권추심에 시달리는 채무자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게 주얼리은행 직원들의 생각이다.
 
유 이사는 “어떤 분은 젊은 시절 사업을 하다가 잘못돼 다중채무자가 됐고 막노동을 하면서 20여년에 거쳐 빚을 다 상환한줄 알았는데 어느 날 법원에서 우편물을 받게 됐어요. 채권자가 또 있었던거죠. 당시 채무는 150만원 정도였는데 이자를 포함해서 2400만원을 채권자가 청구했고 도저히 갚을 엄두가 나지 않자, 저희쪽으로 울면서 연락이 왔어요. 상담을 통해 채권자와 채무조정을 하고 40만원의 조정금액으로 채무를 해결했어요. 그 후 당시 채무자가 추석 명절을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고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어요. 힘들지만 이럴 때마다 참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요”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20~30대 때의 채무로 인해 젊은시절 내내 채무자로 살다 50~60대가 되어 해결방안을 찾으러 상담센터를 찾아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홍 국장 이하 직원들은 채무자들이 주빌리은행과 같은 상담센터를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그들의 청년기가 빚만 갚다 끝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인 목표는 주빌리 은행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
 
홍 국장은 현재의 금융시장과 같은 환경이 개선돼, 더 이상 주빌리은행과 같은 단체가 없어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 주빌리은행은 지난 2017년부터 강원도 원주의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복지상담사업과 관련한 업무 협의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주빌리은행]
 
“가계부채가 1500조원이 넘은지 오래돼 지금 당장은 없어지기 어렵지만, 단기적으로 주빌리은행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후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현재 함께 근무하는 4명의 금융복지상담사분들은 상담만 진행하기도 바쁜 실정이죠. 물론 채무자들과 상담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문제인 금융시장의 제도개선을 위해 활동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후원금이  확보가 돼야 인원도 충원하고 채무자들을 위한 지원이 가능하죠”
 
주빌리은행에서 홍보와 행정을 담당하는 서상희 간사는 “저희 단체가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단체다 보니 홍보비가 따로 없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하는 것도 홍보가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채무자들의 사례를 통해 금융제도 개선과 캠페인을 실시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봐요. 현재는 비영리단체이지만 올해 중 사단법인화를 추진해서 향후 기업들의 후원과 대외적 홍보도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에요”
 
유 이사 역시 “단기적으로는 사단법인화를 추진해 후원금의 기반을 닦고 중장기적으론 불법채권추심뿐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사업과 캠페인들을 계획하고 있어요. 이런 사업들이 문제없이 진행돼, 많은 분들이 주빌리은행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게 목표죠”
 
홍 국장은 “약탈적 금융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면서 채무자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 주체로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해야죠. 물론 이를 위해선 전국적으로 채무자들이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금융상담센터들이 많이 생겨야 돼요"
 
"현재 서울을 비롯해 성남·창원·전주 등의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경북·경남·충청·제주 등의 지역들은 센터들이 없어 채무자들이 상담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에요. 앞으로 각 지자체들이 불법채권시장으로 인해 고통 받는 채무자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따라 센터들이 점차 설립된다면 기업들의 후원도 증가할거라 생각해요. 센터들은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해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많은 채무자 분들이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장수홍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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