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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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

진정한 성공은 삶이 주는 의미를 깨달을 때 찾아온다

이정일 필진페이지 + 입력 2019-08-24 22:22:57

최선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 원하던 것이 있지만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이것을 패배, 실패라고 여긴다. 그래서 어떤 방법을 쓰든 성공을 하려고 한다. 자랑할 뭔가를 가지려고 애쓴다. 삶이 주는 의미를 깨닫는 순간 이미 성공한 것이지만, 다수는 보이는 것만을 찾아다닌다. 동화 속 파랑새를 찾아 떠난 사람처럼.

속담에선 ‘대기만성’이 좋은 뜻이지만 인생에서 대기만성은 썩 좋은 표현은 아닌 듯하다. 무명시절이 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옛 선조들은 맛이 익어가듯 생각이 익어가는 시간으로 여겼다. 내 삶의 비전이 분명하다면 기다리는 시간은 절대로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란 걸 옛 어른들은 아셨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조급하다.

시대가 바뀐 탓인지 모두들 조급해졌다.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 인생의 진리가 무엇인지 깨닫기 보다는 경제적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려 한다. 삶의 의미나 깨달음 혹은 20대에 가졌던 순수함은 그저 세상물정 모르던 철없던 시절의 객기쯤으로 취급한다. 삶은 더 편해져가고 경제적 여유는 더 늘어가는 데 왜 우리는 비어가는 느낌을 받을까. 다들 내 허세를 보고 느끼는데 왜 정작 본인은 그것을 모를까.

창문 없는 집에 사는 것 같을 때

창문이 없는 집은 없다. 어느 집에 살든 다 창문이 있다. 창문이 하는 일은 바람이 통하게 하는 데 있다. 바람이 통하는 집이 좋은 집이다. 이런 집은 대개 햇볕도 잘 들고 쾌적하다. 우리네 인생에도 바람이 통하는 문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분주히 살다가도 왜 느닷없이 여행을 가고 별스런 취미생활을 하는 것일까.

인생은 공평한 듯 하지만 공평하지는 않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무성한 것도 그 탓이다. 다들 최선을 다하지만 그 열매를 따는 사람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TV에 보면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다들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춘 후보들이 있지만 그 열매는 한두 명만이 받아 누린다. 요즘 순위조작으로 말이 무성하다.

한국에 살다보면 창문 없는 집에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 한국은 사방으로 막힌 집에 사는 것 같다. 미중 무역갈등, 한일갈등, 북한의 미사일 같은 변수로 인해 접하는 소식들이 국민을 우울하게 만든다. 게다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으로 국민들은 마음이 편지 않다. 특히나 그의 딸과 관련된 문제로 자식을 대학에 보냈거나 보내기 위해 애쓰는 학부모들의 허탈감이 엄청나다. 이럴 땐 아무리 강심장이어도 정서적 쉼이 필요하다. 시원한 공기가 폐속 깊이 들어오면 기분이 나아진다.

왜 시인은 버리라고 말할까

시인 도종환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라고 ‘단풍드는 날’에서 썼지만, 우리는 버리지 못한다. 물론 너무 가난하게 살다보면 버릴 줄을 모르기도 한다.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기만 하거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만 하다간 때론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인생은 신이 준 선물인데 그 선물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다. 그저 자기를 위해서 사는 탓이다. 인생은 보랏빛 향기를 갖고 있지만 그 향기가 내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다들 생각의 시선이 보이는 것에 고정된 탓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결핍이 주는 선물이다. 뭔가를 가져야 뭔가를 얻어야만 삶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한 선생님이 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물으셨다. 다들 물이 된다고 대답했는데, 한 아이만 봄이 된다고 답을 했다. 내 삶에 기쁨이 줄어든 것은 보이는 현상 너머를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에겐 바람 드는 창이 필요하다. 진짜 인생을 살면 알게 된다. 보이는 것만을 좇다간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는 걸 잃어버린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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