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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트랙’ 선거법 개정안 공화주의 원리 반한다

감성팔이 선동에 국민들만 낚여난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9-09 16:32:12

 
▲ 최재기 전 민주노총 조직국장
의회 선거제도는 공화정 제도의 극히 일부
 
전국의 방송신문들이 조국 문제로 기사를 도배하는 바람에 지난 지난달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정개특위)에서 일부 정당들이 ‘패스트 트랙’ 의결 선거법 개정안은 국민적 관심에서 사라지게 됐다. 집권당인 민주당 지도부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뺀 기타 정당들의 지지를 얻어 조국을 지키려는 의도로 보여 진다. 호남 지역구 상당부분이 날아가는 선거법 개정안을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조용한 이유는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가 내심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나는 진즉에 이른바 정개특위에서 논하는 선거법 개정은 이를 추진한 정치세력들의 공화정에 대한 비상식과 그들의 몰염치한 권력욕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선 특위를 통과한 개정안의 내용은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총 300석 중 정당별 총의석수를 배분한다. 각 정당은 배분받은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빼고 남은 의석수의 절반을 비례대표로 배정한 뒤 비례대표 75석 중 잔여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각 정당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각 정당이 총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정하면 내부적으로 석패율제와 자당의 6개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나눠 비례대표 당선자를 결정한다. 석패율제란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여러 번 읽어봐도 어떻게 뽑는다는 것인지 잘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기자들이 정개특위 소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의원에게 설명해 달랬더니 국민들은 선거법을 다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다.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으로 유럽 지역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으니 ‘개혁’이라는 주장이다. 요컨대 투표 결과의 비례성을 증대시키면 국민들의 의사를 잘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주의에 대한 천박한 이해 수준을 보여주는 답변이다.
 
공화정의 정신은 권력을 위탁받은 사람이 부패하지 않고 정직성과 헌신성을 가진 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력행사의 요건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단순히 투표의 결과를 잘 반영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다당제와 정당비례 투표제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는 맞지도 않는 제도다.
 
지구상에서 민주공화국을 운영하는 나라는 크게 대통령 중심제 국가와 의원내각제 국가로 대별할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는 대개 양당제로 운영되고 인구비례에 따른 소선거구제를 채택한다. 그에 반해 의원내각제 국가는 대개 다당제로 운영되고 소선거구제와 정당비례 투표제도를 혼용하고 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면 자연스레 양당제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대통령을 당선시킬 가능성이 있는 유력 정치조직은 제1, 제2당이지, 제3당 이하는 당선시킬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제3의 정치세력이 반짝 등장해 3당 체제가 된다 하더라도 제3의 정당이 제1, 제2당 중 하나를 대체해 제1, 제2당이 되든가, 아니면 제3당이 소멸하는 식으로 결국에는 양당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인구비례 소선거구제로 의회의원을 선출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막강하다. 그 권력의 꿀은 달다. 운동권 백수들에게 국민세금으로 억대 연봉을 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청와대 권력으로 이권 정보에 개입해 한몫 챙길 수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이해를 유도해 줄 수도 있으며 하다못해 은행 대출의 편리도 받을 수 있다. 감성팔이와 선동에 국민들이 계속 낚여주기만 하면 이 좋은 청와대 권력을 앞으로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비서진들은 장관급 권세를 누리면서 인사 청문 등 의회의 견제도 받지 않는다. 이러니 국가를 사유화하기 위한 대통령권력 쟁탈에 사활을 건다. 게다가 권력이 자기들에게 있는 한 자기들은 무슨 짓을 해도 정당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대통령제를 고집하면서 의회 선거제도는 의원내각제 나라의 선거제로 선거법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아예 몰염치한 주장이다. 한 손에는 대통령 권력을 틀어쥐고 다른 손에는 다당제로 의회 세력을 잘게 쪼개어 사실상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놀부처럼 ‘양손에 떡’을 들고자 하는 나쁜 심보다.
 
정개특위에서 행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말에서 이들의 속내가 잘 드러난다. “지금의 선거제도로 거대 양당이 과도하게 이익을 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실제 표를 얻은 것에 비해 의석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거대정당이 많게는 10%이상의 의석을 더 가져간다. 누릴 만큼 누렸다. 염치가 있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은 기득권을 줄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거대 양당 중심으로 2백 년 이상 대통령 중심제 정치체제를 운영한 미국은 그동안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는 비민주적 정치를 했다는 뜻으로 보여 진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거대 양당만 집권하여 엄청나게 ‘기득권’을 누렸으므로 미국의 거대 양당은 ‘염치’가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이들이 아무런 논거도 없이 ‘거대’니 ‘기득권’ 들먹이며 다당제를 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데는 표면적 핑계와는 다른 계산이 숨어 있다고 본다.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의회 세력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선거법 개정의 속셈이다. 아무데나 ‘개혁’을 갖다 붙인다고 ‘개혁’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지금 손봐야할 선거법은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첫째, 비례대표를 없애고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 비례대표는 이미 본래의 의미를 잃은 지 오래됐다. 사실상 정당의 자금줄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불경기에 국민들 세금 부담이라도 덜어주려면 비례대표를 모두 없애고 의원 정수를 260명을 70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
 
둘째, 투개표 부정의 소지가 많은 사전투표제를 없애야 한다. 전국의 행정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전투표는 투개표의 공정 관리가 불가능해 부정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고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선관위가 공정관리하면 되지 않느냐 주장하겠지만 거꾸로 정권이 선관위를 끼면 얼마든지 부정선거를 획책할 수 있다고 본다. 3.15 부정선거도 선관위가 관리한 선거였다. 만약 사전투표를 꼭 실시하겠다면 투표 날자만 달리하되 해당 선거구 선관위에서만 사전투표를 진행하고 정당이나 후보자들에 의해 선관위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재외국민 투표도 폐지해야 한다. 재외국민 투표는 투개표 관리를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맡겨야 한다. 그런 정부 기관들이 정권의 요구를 뿌리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정의 소지가 커서 폐지해야 한다. 좀 더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공화주의 원리에 따르면 책임을 지는 시민들에게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는 것이다. 재외국민은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기 어려운 데 투표권을 주는 것은 권리와 의무의 균형에 맞지 않다.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유권자는 사전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임과 권리를 함께 행사하도록 하는 원리이다.
 
정치개혁의 요체는 사람을 정직하게 만드는 제도화이다
 
정치개혁은 정직한 공직자를 선별하도록 하고 자의적 지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권력행사를 상세히 제도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주권자인 국민들과 대의한 권력을 행사하는 공직자의 관계를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칙과 공화정의 원리에 따라 올바로 정립하게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요체이다.
 
제임스 매디슨 James Madison <연방주의자 논고 federalist papers> 제51호 논설) 중 등“사람이 천사라면 정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천사가 사람을 다스리면, 정부에 대한 외부 통제도 내부 통제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람에 의해 관리되는 정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정부가 피치자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정부 자체를 제어할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입니다”란 구절이 있다.
 
요컨대 사람은 이기적이고 시기심이 많은 본성을 갖고 있으니 즉 사람은 천사가 아니므로 권력을 위임하고 행사할 때 ‘견제와 균형’으로 상호 제어하도록 헌법이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사가 아니라 욕심을 가진 인간들이 만든 공동체, 공화국은 ‘법의 지배’와 ‘권력분립의 원리’를 철저히 실천함으로써 누구로부터의 자의적 지배도 받지 않는 시민적 자유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사실상 무제한의 권력을 주자는 정개특위의 주장과 정확히 반대되는 논설이다.
공화정의 이상은 우선 덕성을 지닌 사람을 잘 선별하는데서 출발한다. 다음으로 아무리 잘 선별된 사람이라도 임기 동안에는 부패할 경우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헌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헌법 제정자의 한사람으로서 제4대 대통령을 지내기도 한 제임스 매디슨은 공화주의 헌법의 존재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략히 정리했다.
 
위에와 같은 책 제57호 논설 중 “모든 정치적 헌법의 목적은 우선적으로 그 사회의 공공선을 식별하는 최상의 지혜와 이를 추구하는 최상의 덕성을 소유한 사람들을 통치자로 얻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의 목적은 그들이 공적인 위임을 받은 동안은 덕성을 유지할 수 있게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들을 취하는 것입니다”란 구절이 있다.
 
천사가 아닌 인간으로 정부를 구성해야하니 공공 생활과 정치과정에서는 인간이 부패할 가능성을 줄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그 사회의 공공선을 식별할 수 있도록 공직자를 선별해야 한다. 다음으로 선별된 사람이 공적인 위임을 받은 동안은 덕성을 유지할 수 있게 늘 예방책을 시행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권력의 오·남용이나 진리 조작에 대해서는 주권자가 단호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올바른 정보 전달과 권력행사에 대한 감시를 주요 임무로 하는 자유언론이 필수적이다. 또 법의 지배와 권력분립의 원칙 반 다수결주의 원칙과 같은 공화주의 정신의 실현에 충실한 입법부와 공화주의를 보장하는 독립적인 사법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을 임명해줬다고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대법원장이 필요한 게 아니라 공화주의 정신을 충실히 구현하는 사법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정신을 구현하도록 입법부를 구성하는 것이 국회의원 선거법의 요체가 되어야한다. 정권에 대한 견제를 무력화시키는 선거법 개정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시민들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이 걸린 수사와 기소는 준 사법기관의 몫이다. 그래서 다른 많은 나라에서 검찰 기능을 주민의 직접통제 하에 두는 등 정권과 행정부로부터 거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사법권의 일종인 검찰권을 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데 있다.
 
지난 한 달가량 나라가 두 쪽 난 듯 조국 후보자의 문제로 방송신문을 도배하고 있다. 그 쪽 진영 인사 대부분이 조국 후보자를 임명해야 하는 이유로 검찰개혁의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이나 조국 본인 그 지지 세력들로부터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들어본 적이 없다. 정권의 말 잘 들으면 개혁이고, 아니면 ‘검란’(檢亂)에 ‘쿠데타’ 라고 폄훼하는 것이 ‘검찰개혁’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현 정권 세력들 중 공화주의 정신을 이해하고 지키려는 자는 거의 보지 못했다. 총리부터 현 법무부 장관까지 법의 지배와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검찰에 대한 막말을 쏟아낸다. 대통령 권력만 쥐면 공직자를 대통령의 종복으로 부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 중 백미(白眉)는 대통령 비서실장실 소속 조모 선임행정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검란’(檢亂)이라는 제목의 글인 듯하다. “검찰의 춤사위에 언론들도 휘모리장단으로 합을 맞춘다. 검찰 개혁이 싫다는 속내는 애써 감춘다. 제 버릇 개주나. 그냥 검찰 왕국을 만들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 한다”고 말했다.
 
준 사법기관인 검찰이나 언론이 나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할 사법기관이 대통령과 그 측근자들의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오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글이다. 대통령 권력만 쥐면 검찰도 언론도 나아가 사법부도 진리도 자기들 정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체주의이다. 정확히 공화정 헌법을 파괴하는 자들이다.
 
대통령은 이 자를 즉시 공직에서 잘라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고 이 자를 비호한다면 대통령 자신이 공화정을 파괴하는 주범인 셈이므로 국민들은 즉시 대통령을 배척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 정신이고 민주공화국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전체주의와 공화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주사파와 같은 전체주의 세력을 청산하지 않으면 민주공화국은 존립할 수 없다. 선거법 개혁은 전체주의자들이 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고 공공선과 시민적 덕성을 가진 국민의 대표들로 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조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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